사회 > 환경 / 등록일 : 2020-03-22 15:39:11 / 공유일 : 2020-04-20 21:22:36
진도군, 코로나지침 외면, 읍면사무소까지 관제데모 총동원령
repoter : 김남용 ( poemeye@naver.com )


진도군, 코로나 지침 외면, 읍면사무소까지 관제 데모 총동원령
석탄재 찬성 집회? 행사 내용 몰랐던 이장들 되돌아가기도
파출소장, 예비군중대장까지 동원, “이런 행사인지 몰랐다”


▲ 의신면사무소▲ 군내면사무소

▲ 진도읍사무소▲임회면사무소

▲ 지산면사무소▲ 고군면사무소

진도군이 3월 19일 진도군청 앞에서 이동진 진도군수 주도로 관제 데모를 벌인 데 이어, 3월 20일는 온종일 돌아가면서 각 읍면사무소에서 공무원들을 동원해 집회를 열었다.

‘진도항 개발 촉진 결의대회’라는 이름으로 급조된 읍면 집회에는 공무원들과 이장, 주민자치회 일부 위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여기에 이동진 군수 비선조직으로 보이는 인사들이 어깨띠를 매고 ‘진도항개발 조속 추진 결의서명’이라 쓰인 서명지를 들고다니며 현장 서명을 받는 모습이 보였다.

진도군에서는 19일 진도군청 앞 집회 이후, 읍면 집회 조직을 위해 읍면 공무원들에게 ‘이장단과 주민자치회, 기관장 등에 연락해 참여를 독려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되었다. 읍면에서는 담당 공무원들이 오후 늦게까지 전화를 돌려 참석을 요청했다.  

읍면 관제 데모는 2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의신면사무소-군내면사무소-진도읍사무소-임회면사무소-지산면사무소-고군면사무소’ 순으로 진행되었다. 갑작스럽게 준비된 행사였기 때문인지, 집회 중간에 구호가 적힌 대형 간판이 도착하기도 했다.

읍면사무소 현관 앞에서 진행된 집회 형식은 모두 똑같았다. 집회에 앞서 진도항만개발과 직원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나눠주었고, 면장이 참석자들의 대열을 정리했다. 집회 전날 진행되었던 군청 앞 집회에서 녹음된 ‘이동진 진도군수의 육성’을 휴대용 엠프로 트는 것으로 집회가 시작되었다. 이동진 군수의 육성 내용은 집회 모두 발언과 성명서 낭독이었다. 이 육성 녹음파일이 다 끝나고, 이동진 군수의 구호가 나오면 참석자들은 약속한 듯이 구호를 제창했다. 

▲ 이동진 군수의 육성 녹음파일이 재생된 엠프스피커.

■ 이동진 군수 육성 녹음 : “진도항의 조속한 개발을 위하여!”

□ 참석자들 :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 이동진 군수 육성 녹음 : “진도군의 발전을 위하여!”

□ 참석자들 :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각 면사무소 호응도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사전에 연습을 한 듯 구호를 적극적으로 제창을 하는 곳도 있었고, 이동진 군수 육성 녹음이 끝나면 서둘러 집회를 정리하는 곳도 있었다. 또한 각 마을이장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았고, 주민자치회 일부 위원이나 이동진 군수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다소 보이는 정도였다.

“우리가 들러니냐?” 이장들, 영문 모른 채 나왔다 화내고 돌아가
파출소장, 예비군중대장 동원에 “지금이 군사독재시대냐?”


집회 참석자 대부분은 읍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었고, 계약직 직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집회 성격을 정확히 모르고 왔던 이장들이 관제 데모 내용을 알고서 “우리는 당신들 들러리가 되기 싫다”고 반발하며 돌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어떤 지역 집회 참석자에는 지역 파출소장과 예비군중대장도 끼어 있었다. 이들은 “나는 면사무소에서 얼른 행사에 참석해 주시라 해서 달려 왔다”면서 “이런 행사라는 걸 알았으면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관제 데모 현장에서 만난 사회단체 간부는 “이렇게 사진을 찍고 서명을 받는 것은 동서발전으로 보내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석탄재를 빨리 들여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조속한 진도항 개발’을 내세우면서 진짜 목적은 ‘석탄재 폐기물 진도항 배후지 반입 촉구 관제 데모’였다는 것이다.

석탄재 반대 대책위 회원들, “우리도 서명해 주겠다!” 서명
“폐기물 아닌 진도토사로 조속히 완공해달라는 뜻”

▲ 서명지에는 '진도항 개발 조속 추진 결의서명'이라는 문구만 보인다

▲ 서명지에 서명하는 곽길성 전 농민회장 "석탄재가 아닌 진도토사를 활용한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에 적극 찬성한다"

▲ 서명지에 서명하는 대책위 김태운 조직국장, "석탄재 들여온다고 4년 늦어졌다. 진도항 개발 조속한 완공 팽목 주민들이 더 원하고 있다"


팽목항 석탄재 폐기물 매립 저지 진도군대책위원회(대책위) 회원들은 이날 모든 관제 데모 현장을 따라다니며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대책위 한 회원은 “우리는 관제 데모를 반대하기 위해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진도항 개발의 조속한 준공을 바라고 있고, 그래서 석탄재보다는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진도토사로 공사를 마무리해달라는 것”이라면서 “우리 대책위원들도 ‘진도항개발 조속 추진 결의서명’에 대부분 서명을 했다. 그 서명지에는 석탄재 반입 찬성과 같은 문구가 없었다. 진도군민이라면 진도항 사업이 빨리 완공되어 어민들과 주민들이 더이상 고생하지 않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또 그는 “이번 관제 데모 내용은 ‘진도항 개발’이 중심이 되었는데, 관련 집회사진과 영상, 서명 등을 동서발전에 보내 석탄재 반입을 요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면서, “코로나 전염병 대응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진도군이 만약 군민들을 기만하는 자료를 조작하고, 이 조작자료를 석탄재 반입을 요구하는 데 쓴다면 곧바로 사법적 대응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20일 관제 데모가 열린 읍면사무소에는 어김없이 특정 후보자의 부인과 수행원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당일 아침, ‘3월 20일(금요일) 사모님 진도일정’이라는 일정표가 SNS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시간대 별로 자세히 계획된 일정표를 보면, 급조된 관제 데모 일정을 진도군에서 누군가가 특정 후보측에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이번 ‘관제 데모 사건’은 관권선거운동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 3월 20일, SNS에 공개된 '사모님 진도일정' - 급조된 관제 행사 일정을 누군가로부터 전달받아 시간대별로 선거운동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진도신문
무료유료
신고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