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환경 / 등록일 : 2020-03-31 09:32:44 / 공유일 : 2020-04-20 21:22:42
'그날 회항'의 미스터리, 하룻만에 석탄재 바지선에 돌아가라?
repoter : 김남용 ( poemeye@naver.com )


박영상 전 의원, 의정 기록으로 본 2016년 10·25 석탄재 회항사건[2보]

박영상 의원, 집요하게 '하역-육상운송-폐기물처리' 군비부담산출 자료 요구
진도군, 석탄재 바지선 2척에 하룻만에 회항 지시?

공식기록으로는 2016년 10월 24일 팽목항에 입항한 석탄재 바지선 2척을 진도군이 회항 지시한 것은 10월 26일이다. 그런데 당시 진도군의회 의원이었던 박영상 의원의 의정 활동 기록에는 내부적으로 ‘25일’에 회항을 지시했다는 단서가 나온다. ‘민원’만으로 진도군은 석탄재 바지선을 황급히 돌려보냈을까? 박영상 의원은 당시 이 사건의 실체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도신문>에서는 박영상 의원의 의정 활동 기록과 진도군이 제출한 보고서에 적힌 ‘깨알메모’를 통해 ‘그날’의 진실을 추적해 보고자 한다.


▲ 2016년 10월 26일, 석탄재 바지선이 팽목항 외항에 정박해 있다. 바지선에는 석탄재가 가득 실려 있었고, 덮개를 씌우지 않은 상태였다.

▲ 2016년 10월 24일, 당시 팽목항 외항에는 두 척의 석탄재 바지선이 대기하고 있었다. 각 바지선에는 3200톤의 석탄재 폐기물이 실려 있었다.


2016년 10월 23일, 경남 하동화력발전소에서 석탄재 폐기물을 가득 실은 바지선 두 척(각 3,200톤 적재)이 출항해 24일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어민들은 수상한 바지선이 보이자 해경에 급히 연락해 정체를 물었고, 해경은 “바지선에는 석탄재가 실려 있으며 팽목항에 하역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에 앞서 석탄재 바지선이 곧 팽목항으로 들어올 거라는 정보는 22일, 건설노조 노동자들에 의해 시민단체에 알려졌다. 이 공사 하도급업체가 폐기물을 실어나를 덤프트럭들을 수소문하면서 석탄재 반입 추진 사실이 지역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건설노조 노동자들은 6개월 일거리가 생기는데도 석탄재 폐기물 운반을 단호하게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에서는 내부적으로 석탄재에 관한 정보를 분석하고 성명서를 준비하는 등 석탄재 바지선이 입항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석탄재 바지선이 24일 팽목항 외항까지 들어왔지만, 팽목마을로 접안하지 못한 채 대기하는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24일 오전부터 시민단체에서 진도군에 석탄재 바지선 입항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진도군에서는 저녁에 현장 사무실에서 설명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날 저녁 팽목·서망·마사 등 인근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십수 명이 현장사무실로 달려가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진도군에서는 뒤늦게 설명회를 하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했으나 무산되었다.

그리고 10월 25일 오후 3시경, 진도군은 시공사에 석탄재 바지선 회항을 지시(진도군의 공식기록으로는 26일)했다. 바지선 두 척이 팽목항에 입항한 지 하룻만에 전격적으로 회항을 결정한 것이다. 석탄재 바지선은 11월 7일까지 가사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다시 하동으로 돌아갔다. 주민들이 한숨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10·25석탄재회항사건’ 이후, 진도군이 진도군의회에 밝힌 긴급 회항 사유는 ‘민원발생’이었다. 일부 주민들과 시민단체에서 반대하니 돌려보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룻만에 말이다. 미스터리였다. 432억짜리 국책사업을 하면서 진도군은 ‘회항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석탄재 바지선을 돌려보내게 되었을까? 그날 십수 명의 ‘민원’ 때문에 정말 진도군은 상식 밖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까? 

<진도신문>에서는 2016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팽목항 석탄재 사태를 추적해 오면서 ‘10·25석탄재회항사건’의 풀리지 않는 의문 앞에서 줄곧 ‘민원발생’으로 타협하고 말았다. 당시 진도군은 “민원발생으로 당장 하역이 어려우니 현재는 유보하고, 충분히 협의한 후 다시 추진하거나 가능하다면 진도토사로 가겠다”는 입장이었다. 대책위를 구성하고 반대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던 주민들도 ‘회항’을 전후로 의심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진도군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요인을 찾는다는 것은 셜록 홈즈나 가능한 일이었다. 

화력발전소가 석탄재 반출 용역을 할 때, 제시하는 입찰조건에는 공통적으로 ‘민원에 대한 사전적 대책을 강구한 후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고 나와 있고, ‘입찰유의서와 계약특수조건’에서도 민원해결의 책임을 폐기물업체에 강제하고 있었다.

사실, 2016년 당시 대책위는 ‘입찰안내서, 계약특수조건’ 등과 같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책위와 주민들은 당시 팽목항에 석탄재 바지선 두 척이 들어와 하역 직전 긴급 회항을 한 것은 ‘민원’ 대책을 세우지 않고 폐기물처리를 하려한 것에 대한 과실을 만회하려는 진도군의 당연한 행정절차로 판단했다.

그러나 ‘10·25석탄재회항사건’의 진짜 본질은 다른 데 있었다. ‘민원해결’은 필요조건이기는 했지만,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는 ‘그날 회항’에 숨어 있는 비밀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본지 인터넷판 3월 24일자에서 보도한 ‘그날 팽목항에서 사라진 15억, 누가 주인이었을까?’ 기사와 괘를 같이 한다.

진도군 보고서 곳곳에 남긴 박영상 의원의 의문 부호
실체에 가까워지려던 순간, 군수는 ‘토사’로 설계변경을 지시했다








진도군은 2016년 9월 27일, 이 사업 관련 추경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진도군의회에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 남·북투기장 성토공사 추진상황’ 보고서를 제출하고 설명했다.

“당초 성토재 확보 계획은 ‘진도항 현장 인근 5km 이내에서 토취장을 확보하고, 성토량 27만㎥에 운반비로 1,370백만원을 예상했다. 그러나 진도항 인근 5km 이내 적정한 토취장 확보가 어렵고, 인근(10km) 임야와 전답 사용시 사업비가 과다 소요되고, 토취장 개발시 토지승락, 인허가, 다수필지 등으로 사업기간이 장기화되며, 토사운반시 교통체증과 비산먼지(15톤 덤프 3만대 왕복) 발생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진도군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석탄재(바텀애쉬)를 검토했는데, 다짐과 배수가 잘 되어 성토재로서 매우 우수하고, 발전소에서 운반비를 보조하기 때문에 예산이 절감된다”고 부연했다.

진도군은 또 진도항 배후지로 반입할 석탄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면서 “플라이애쉬(비회-전기 집진기에서 포집되는 석탄재), 바텀애쉬(저회-보일러 하부에 낙하는 석탄재), 매립회(비회와 저회를 혼합하여 회사장에 매립한 석탄재) 가운데, 바텀애쉬 50만 톤을 반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하동화력 매립석탄재 재활용 해상반출 용역 입찰안내서(2016.07)’ 제3조(입찰에 부치는 사항)을 보면, 매립 석탄재는 회사장에 매립된 석탄재로서 플라이애쉬와 바텀애쉬가 혼재되어 있고, 저탄장 배출수 등이 포함되어 일부 석탄 등의 불순물이 존재한다고 나와 있다. 하동화력발전소 석탄재 관련 자료를 보면, 이러한 석탄재는 2014년에는 ‘저질품’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2016년 10월 24일 팽목항에 나타난 바지선이 싣고 있던 석탄재는 바텀애쉬가 아닌 저질품 매립재(혼합재)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 석탄재는 회사장에서 비산을 막기 위해 수시로 바닷물을 뿌려 침전시켜놓은 매립회이기 때문에 석탄재에 포함된 주요 맹독 성분인 수은이 ‘메틸수은(methyl mercury)’화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수은은 바닷물이나 염분과 만났을 때 화학반응을 일으켜 중독성이 강한 메틸수은이 된다. 메틸수은은 미나마타병(수은병)을 유발하고 신경계를 망가뜨려 뇌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인간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메틸수은에 오염된 생선을 섭취하면서 수은중독에 빠질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에 서명했고, 올해 2월 20일부터 이 협약이 발효되었다. 수은첨가제품 8종에 대해 제조와 수출이 금지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 시멘트생산 기업들이 일본에서 돈을 받고 가져오던 석탄재 폐기물 수입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석탄재에서 가장 많이 검출되는 중금속 가운데 하나가 ‘수은’이기 때문이다. 


박영상 의원은 9월 27일, 진도군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며 여러 가지 메모를 남겨놓았다. 그 메모를 통해 재구성해 보면, 진도군 관계 공무원은 “2016년 10월 10일부터 2017년 3월 10일까지 5개월 동안 석탄재를 반입하고, 사업비는 1,815백만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총운반비는 6,965백만원인데 발전소에서 팽목까지 오는 데 5,150백만원을 지원하고, 진도군에서 하역·처리하는 데 1,815백만원이 든다”고 덧붙였다.

박영상 의원은 보고회가 끝난 이후에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는지 별도 의정 활동 노트에 자필로 의문점을 기록해 놓았다.   




 

‘일지’라고 쓰여진 이 기록에서 박영상 의원이 석탄재 반입 사업에 대해 강한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박 의원은 “운반업체가 (운반비를) 더 달라고 하면 진도군이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관계 공무원의 보고에 의문을 나타냈다. 또 석탄재로 하면서 사업비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데 대해서도 중요표시(※)를 해두었다. 

박영상 의원은 의문을 풀기 위해 10월 19일 진도군의회를 통해 7가지 항목의 자료를 요청했다. 1.사업개요 및 현황, 2.연도별 투자액(국비, 도비, 군비), 3.현재 투자된 내역, 4.공사입찰 현황(매립), 5.설계변경내용(공법변경), 6.설계변경내용(성토공사), 7.운송계약서 등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요구자료에 대한 답변 자료는 진도군이 석탄재 바지선에 대해 최초 회항지시한 25일 박영상 의원에게 전달되었다. 그런데 자료에 첨부된 내용 가운데서 ‘5-②운반비 분담 비율의 법적근거’와 ‘7.폐기물처리업체와 하동발전소의 운송계약서,공동수급표준협정서(분담이행방식)’ 등이 누락되어 있었다.


박영상 의원의 요청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5번(6번 오기) 항목의 ‘②총운반비 6,965백만원 중 발전소부담 5,150백만원, 군비 부담 1,815백만원의 분담 비율의 법적 근거’ 요구였다. 박 의원은 발전소가 팽목 도착도까지 운송비를 부담하면서도 팽목에서 ‘하역-육상운송-폐기물처리’를 왜 진도군이 부담해야 하는가에 의혹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진도군은 박영상 의원이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던 25일, 내부적으로 석탄재 바지선 두 척을 하동화력발전소로 돌아가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 후속보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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