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 책 / 등록일 : 2014-01-16 14:31:50 / 공유일 : 2014-03-07 19:00:15
징검돌 놓다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징검돌 놓다 
김완용 시집 / 문경출판사 刊

  참 오랜 기다림이었다.
  삶의 길 위에 도돌이표 찍어놓고 잃어버린 길을 찾아 달려갔다. 대전에서 익산 원광대학교까지 매일 왕복 150km의 길을 오가며 이 빠지듯 빠져버렸던 내 삶의 길 위에 배움의 징검돌 하나 메워 놓았다. 이제는 없어도 그만이었을 잃어버린 그 한 칸의 디딤돌을 놓기 위하여 육십 중반의 나이도 잊은 채 만학도라는 닉네임을 달고 강의실을 기웃거렸다. 길고도 짧은 시간들이었다. 이제 마침표를 찍으며 세상 밖을 향해 또 하나의 돌을 놓는다.
  목마름의 시간들이었다.
  내 머릿속 깊이 마중물 부어 넣어도 이내 솟아오르지 않는 시심詩心은 언제나 긴 밤을 잠 못 들게 하였지만, 올올이 엮은 생각의 투망 하나 허공에 걸어놓고 거미처럼 기약 없는 한 줄의 희망을 기다렸다 그리고 창밖을 흔드는 바람소리와 그 바람에 흔들리는 영혼을 비벼 낯설게 시어詩語를 만들었다.
  슬픔인지, 기쁨인지 눈물이 난다.
  타다만 가슴 한 조각 스크럼 짜고 햇살 맞으러 나오는 아침, 허한 식탁에 올라앉은 빈약한 낱말들 몇 질경이 같은 힘줄 내놓고 비실비실 웃는다. 벙어리 숨소리 죽이듯 쭉정이 낱말들 바라보며 울컥, 고독이 밀리면서 눈물 핑 돈다.
  늦은 나이에 대학생활을 마감하면서 기다렸던 한 움큼 생각을 토해 놓은 삶의 결정체 일부다. 설령 잘 우려지지 않은 생각의 편린片鱗일지언정 세상 밖으로 가는 길 위에 징 검돌로 놓고 외로운 족적을 찍는다.
김완용, 시인의 말(책머리글) <마침내 징검다리에 마침표 찍은 징검돌 하나> 중에서

  나는 시인이 계룡문학회 회장을 할 때부터 심호택 시인의 소개로 그를 알았다. 밥 잘 먹고 잠 잘 자던 그가 느닷없이 학부 문창과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심 시인과 나는 시나 쓰면 됐지 생뚱맞게 무슨 공부를 다시 하냐며 말렸다. 시는 우리와 함께 쓰고 그 돈으로 술이나 실컷 먹자고 유혹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네 해가 후딱 지나갔다. 그동안 한 사람은 교통사고로 가버렸고 한 사람은 막걸리나 축내고 있지만 시인은 기어이 징검돌 하나를 놓고 말았다. 그리고 때맞춰 『징검돌 놓다』를 세상에 내 놓는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징검돌 하나 놓기 위해" 대전에서 익산까지 “만학도라는 닉네임”을 달고 “없어도 그만이었을" 잃어버린 한 칸을 메우기 위해 강의실을 기웃거렸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것은 참으로 “길고"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호병탁(시인. 문학평론가), 해설 <마침내 징검다리에 마침표 찍은 ‘징검돌 하나’> 중에서


       - 차    례 -

시인의 말 

제1부 삶속의 돌하나

꽃무늬 벽지
봉천동 고물상
발마사지
마중물
계룡산엔 지금
기다림 1
기다림 2
가을 길목

이별의 순간에 운다
간재미 무침
긴 밤줄이기
여명
꽃장수
겨울 질경이
6월 지렁이
섬진강의 봄
빗물

서울역에서
하루 지우다

제2부 계절 위에 돌을 놓다
냉이
항구의 봄
봄빛여울
봄밤의 편지
봄비 기다리며
슬픈 6월 
비에 젖는휴전선 
6월의 깃발 
해안선 
아마 가을인가 봐 
계룡산가을 
가을빛 물든 그곳에 가면 
가을,비에 젖다 
낙엽 한 잎 
가을 단상斷想 
가을 간이 역 
그 산에 가면 
국화꽃 
단풍 
겨울밤 
떠도는 눈송이 
겨울대숲 
겨울 호남평야
시를 쓰는 겨울밤 

제3부 그리움의 돌 하나
성묘길에
어머니의 겨울밤
폐가
그해 겨울에는
유월
동학사가는 길
나목의 기다림
섣달그리움
촛물(촛농)
마량리 동백 숲
파도횟집
늦가을 일몰
서리꽃
꽃 이름
바람
그리운 바다
들녘
여름 밤바다
새우
지난 여름 거기 있었네
을하늘
감나무
연락처를 지우며

제4부 춤추는 돌
가을 머문 자리
소나기
바다
고드름
가을 산문山門에서 
송년送年 
구절초 
입맞춤 
밤하늘 
국밥 
매미 
겨울 산사 
신 원왕생가願往生歌 
가을 우기 
갈대 
솟대 
갈대 웃다 
야광귀夜光鬼 
도전의 깃발 
詩 쓰기 
고발 

제5부 세상 밖으로 길을 놓다
만학도 1
만학도 2
물살 같 삶
새터민에게
연둣빛 물감
거미
사랑의 집
십자가
시래기
사월의 햇살
상춘객들에게
신들의 기도
사랑의 등불
복날
매미와 호박벌
창날에 찔린 바람
생각의 편린片鱗
하늘의 빛
희망이라는꽃
징검돌 놓다

 

[2014.01.10 초판발행. 170쪽. 정가 1만원]

무료유료
신고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