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인권/복지 / 등록일 : 2014-11-04 16:16:06 / 공유일 : 2014-11-18 19:38:30
檢, 세월호 추모 대학생에게 ‘반성문’으로 양심 팔아라?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자들, 4일 기자회견 통해 입장 발표
repoter : 팩트TV 고승은 기자 ( merrybosal@hotmail.com )

【팩트TV】 세월호 추모 침묵시위 ‘가만히 있으라’를 최초 제안한 대학생 용혜인 씨가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지난 3일 알려졌다. 검찰은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용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검경의 세월호 추모자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용 씨를 비롯해 김성일 ‘청년좌파’ 대표, 박주민 민변 변호사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4일, 세월호 추모자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렸다.(사진-고승은)

용혜인 씨는 이날 발언을 통해 “검찰이 언론을 통해 공소장을 공개했고, 경찰이 자의적으로 만든 내용인데도 공개했다.”라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불이익을 우려해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지만, 먼저 공소장을 언론에 공개하는 검찰의 모습을 보며 피해자들이 이에 대한 항의와 분노하는 차원에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라면서 기자회견의 취지를 전했다.
 
그는  “사전에 언급 없이 공소사실을 언론에 뿌린 것은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경검이) 침묵행진에 참가한 어린 대학생들을 상대로 회유와 협박을 했다."며 "시민단체 대표나 유명인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엮어보려고 했었는데, 이는 시민사회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공소장에 ‘세월호추모청년모임’이라는 유령단체가 공소장에 명시되어 있었다.”며 “이를 (자발적인 행동이 아닌) 조직적으로 계획한 것처럼 만들려는 수단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세월호청년추모모임’이라는 유령단체에.. ‘수감자 지시’까지?

 
김성일 청년좌파 대표는 “‘세월호추모청년모임’이 처음 언론에 등장한 것은 연행당했던 날인 5월 18일이었다. 당시 신원미상의 인물이 자신에게 다가와 이 집회를 주도한 단체가 어디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이에 “단체는 존재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였다.”라고 말하자 그가 “자신도 윗선에 보고해야 한다. 그럼 대충 ‘세월호청년추모모임’이라고 하면 되느냐”고 물으며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당일 체포된 그는 “이 유령단체와 관련해 50여 건의 기사들이 확인됐다.”라며 “당시 연행됐던 100여 명 모두가 ‘이 사람은 세월호청년추모모임의 회원으로서..’라는 내용의 같은 체포통지서를 받았다."고 밝힌 뒤 "이를 마치 용혜인 씨가 제안하고 결성한 것처럼 공소장을 남발했다.”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검찰의 공소장 유포도, 역시 언론이 받아 적어 주길 원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언론에 공소장을 흘리고 언론은 검찰을 쏘스로 쓰고, 검찰은 다시 언론을 소스로 쓰는 이상한 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사실을 위조하는 검찰과 받아쓰기하는 언론을 동시에 질타했다.

4일, 세월호 추모자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가만히 있으라' 최초 제안자인 용혜인 씨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고승은)

청년좌파 회원인 이장원 씨는 마치 세월호 추모집회가 병역거부자 박정훈 씨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처럼 검경이 조작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씨가 이미 4월 15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고, 수감 이후 면회도 5분밖에 할 수 없는 등 접촉이 매우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검찰이 참가자들을 심문할 때 ‘박정훈이 지시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재차 질문했다면서, 사람들을 마음대로 엮어 공안사건을 만들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양심을 버리라’고 회유한 ‘반성문’

 
검찰로부터 ‘반성문 회유’를 받았다고 밝힌 안명진(빠른 96년생, 대학교 1학년) 씨는 검찰이 자신을 심문할 때, A4용지와 펜을 주면서 “맨 위에 ‘반성문’이라고 써라, 앞날이 창창한데 안 좋은 기록을 남길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기소유예 조건으로 반성문을 작성하라’고 회유했다고 전했다.
 
안 씨는 “결국 아버지가 쓰라하셔서 반성문을 쓰고 지장을 찍었다.”면서도 “쓰고 나서 한동안 망연했다. 죽지 않았어야 할 사람들 편에 서서 거리에 나간 것인데, 평소 옳다고 생각했던 신념·가치관이 모두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반성문 썼다는 사실에) 떳떳할 수가 없었고 위선자처럼 보였기 때문에, 한동안 세월호 이야기 나오면 회피했다.”라며 “정말 큰 자책감으로 남아버렸다.”라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아버지가 ‘사서 벌을 받지 말라’며 내 행동을 객기라고 하시기도 했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일을 돈과 사회적 지위 따위에 흔들려 자랑스러운 과거를 반성한다면 죽기 전엔 땅을 치고 더 후회할 거 같아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며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이런 식의 반성문을 강요하는 자체가 과거 ‘십자가 밟기’ 같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무리한 기소와 수사과정에 대해 제대로 된 법정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민변에서는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검찰이 조사과정에서 협박을 강요해 강압을 느꼈다면, 검찰의 직권남용에 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현재 약식재판으로 기소된 인원은 5명 정도이며, 벌금 50만 원 정도를 선고받았다.”라며 “현재 검찰조사를 받은 사람이 30명 정도 된다.”고 전했다.
 
또한 “검찰은 ‘당신이 진술거부를 하면 의심을 살 수밖에 없고 빨리 나가지 못한다’는 식으로 회유하기도 했다.”며 ‘당신이 진술거부를 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검찰도 유도심문할 권리가 있다’는 식으로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용혜인 씨는 “전날 기소사실이 나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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