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읽고 쓰는 숙제도 AI로 구해 답하는 것이 현실”-[에듀뉴스]
교사 92.7% “학생 문해력 저하 심각, 공교육의 걸림돌”
해법은 ‘한자 교육’ 아닌 ‘읽기·쓰기 교육의 일상화’해야
‘학생 문해력 실태 및 지원 방안 교원 인식조사’ 결과
문해력 위기 원인으로는 ‘디지털 환경’, ‘입시 위주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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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ter : 김용민 기자 ( edunewson@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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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6-06-09 11:18:02 · 공유일 : 2026-06-09 13: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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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뉴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가 문해력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문해력 위기의 해법으로 ‘한자 교육 강화’가 거론되는 가운데, 정작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이를 문해력 위기의 본질을 벗어난 단기적 처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박영환)은 지난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사(특수교사 포함)를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파악 및 지원 방안 마련 교원 인식조사’를 실시했고, 1,901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조사 결과, 현장 교사의 92.7%가 최근 5년 내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수업 및 학급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은 96.4%에 달했으며 교사들은 문해력 저하의 가장 큰 사회문화적 원인으로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93.7%)’를 꼽았다. 이어 ‘성과·효율 중심 문화(53.7%)’가 그 뒤를 이었다.
학교 교육 차원에서는 ‘과도한 진도 이수와 평가 중심 교육 체제(52.9%)’가 문해력 교육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지목됐다. 교사들의 84.7%는 정규 수업 시간 중 긴 호흡의 독서·토론 시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생들의 문해력 위기는 단순한 어휘 부족 문제가 아니었다. 취약 영역 1위는 ‘긴 글을 집중하여 끝까지 읽고 이해하는 능력(89.4%)’이었고, ‘맥락적 의미 파악 능력(79.7%)’이 뒤를 이었다. 교사들은 낱말을 암기하는 기능적 교육보다 모든 교과 수업에서의 ‘읽기·쓰기 통합 교육’을 실질적 해법(68.9%)으로 제시했다.
반면 일부에서 해법으로 거론되는 ‘한자 교육 강화’에 대해 현장 교사들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한자 교육 강화가 문해력 신장에 효과적이라는 응답은 10개 대책 중 8위에 머물렀으며 비효과적이라는 응답(25.9%)이 타 대책보다 높게 나타났다.
교사들은 어휘력의 단편적 암기보다 모든 교과 수업 시간 내에서 글을 직접 읽고 쓰는 물리적 환경 조성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교조는 ‘고등학교 선택 과목조차 정기고사의 틀에 갇혀 암기식으로 변질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교사의 ‘수업·평가 자율권 전면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교사가 점수 산출을 위한 경직되고 관료화된 평가 지침에서 벗어나, 학생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전문적 평가 권한’을 회복해야만 사유가 있는 수업이 가능하다는 전교조의 주장이다.
전교조는 “교육 당국이 학생들의 문해력을 걱정한다면 진도 빼기식 교육과정을 과감히 축소하고 수업 내 읽고 쓰고 사유하는 시간을 물리적으로 확보해줘야 한다”며 “학생들을 스스로 읽고 사유하는 시민으로 기르기 위해 교육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 설문에 답한 한 교사는 “AI 시대일수록 긴 글을 읽고 깊이 사고하는 힘이 필요한데, 실제 교실에선 너무 쉽게 AI로 숙제를 해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면서 “책 읽고 질문 만드는 과제를 주는 것에도 AI를 활용해 질문을 만들고 답도 AI로 구해서 적어온다”고 실상을 전하고 “심지어 책을 직접 읽지 않고 과제를 해오는 학생도 있다”고 현장의 혼란을 토로했다.
이어 “진도 나가기와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이 진득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쓸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하고 “단편적 어휘 교육이 아닌, 맥락적 이해를 위한 근본적인 문해력 교육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핵심은 문해력 위기가 단순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미디어 환경 변화와 입시와 평가 중심의 교육 체제가 빚어낸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다.
이에 전교조는 교육당국에 △모든 교과를 아우르는 ‘읽기·쓰기 교육’을 강화 △국가 단위의 문해력 성취기준을 조속히 연구·수립하라 △학교 도서관을 교육과정의 허브로 재구조화해 학생들의 삶과 연계된 문해 생태계를 구축하라 △교사의 ‘수업·평가 자율권’을 전면 보장하라 △현장 교사들이 학생의 문해력 신장을 위한 실질적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 기반의 교육 연수를 개설하고, 교사의 전문성 발휘를 뒷받침할 텍스트 및 수업 자료 공유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 △느린 학습자와 다문화 학생 등 취약 학생을 위한 ‘출발선 지원’ 대책을 강화하고 현장 요구에 기반하여 제도를 개선하라 등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학생들이 텍스트 속에서 맥락을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을 바꾸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