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유준상 기자]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의 워크아웃과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서며 부실기업의 대명사가 된 `경남기업`이 도시정비업계에서 그 입지를 잃고 있는 형국이다. 법정관리 이후 ▲대구 서대구지구(재개발) ▲원주 남산지구(재개발) ▲안산 원곡연립2단지(재건축) 등 전국 곳곳에서 시공권을 박탈당했거나 계약해제 위기에 놓인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서울 관악구 봉천12-1구역(재개발)도 그중 하나이다. 이곳은 경남기업을 시공자로 뽑았다가 착공에 돌입했으나 돌연 사 측이 공사를 중단하며 1년이 훌쩍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이에 이곳 조합원들이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사 측이 시공권을 내려놓지 않고 있어 이마저 여의치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시공자 워크아웃으로 착공 지연, 법정관리로 공사 중단… 이후 1년 넘게 `표류`
사 측 "공사비 인상ㆍ선지급하면 공사 재개" vs 조합원 "못 믿겠다… 다시 뽑자!"
2008년 3월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을 설립한 뒤 사업을 본격화한 봉천12-1구역은 그해 7월 경남기업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당시 경남기업은 해외 자원 개발 투자에 실패, 워크아웃이 임박했다는 시장의 일부 평가를 뒤로한 채 이른바 OS 요원을 동원해 시공권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경남기업이 2009년 1월과 2013년 10월 연이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이 사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2011년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착공은 2년 뒤인 2013년 2월에 돌입했다. 다른 대다수 재개발 현장들이 통상 관리처분인가 후 이주ㆍ철거를 거쳐 1년 안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과는 `딴판`이었던 것이다. 시공자의 워크아웃이 그 주된 원인이었다는 점은 유관 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공사도 지난해 4월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착공 1년여 만에 중단됐다. 조합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사 측이 이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공사비 인상과 추가부담금 납부가 선행돼야 한다는 `일방적` 통보였다고 이곳 조합원들은 전했다. 제보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물가 상승률과 공정률 31.5% 등을 적용한 추가부담금(가구당 약 2700만 원) ▲중도금 20%ㆍ잔금 20%(약 188억 원) 선(先)지불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시공권을 해지하더라도 ▲해지 비용 157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이를 조건으로 유치권까지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경남기업의 무리한 요구에 이곳 조합원들의 불만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조합원 A는 "중요한 점은 공정률이 30% 수준인데 공사비 지급은 60% 가까이 이뤄졌다는 데 있다.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까지 잔금 선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적자에 허덕이는 사 측의 재정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이 경남기업을 시공자로 선택한 이유는 `브랜드 파워`보다 `저렴한 사업비ㆍ공사비용`, `빠른 사업 추진` 등을 기대했기 때문인데, 현 상황만 살펴보면 우리는 지금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현재 사업비 이자만 계속 지출되고 있는 상황으로, 70%가량 남은 공사가 재개된다고 해도 또다시 딴소리를 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들에게 시공을 맡기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기업은 공사 지연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고 조합원은 전했다. 한 조합원에 따르면 봉천12-1구역은 봉천12-2구역과 도로, 공원 등 공동 기반시설을 함께 지어야 준공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봉천12-2구역의 사업 속도가 느려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사 측이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다수 조합원들의 생각은 이와 전혀 다르다. 한 조합원은 "이는 변명해 불과하다. 조합-시공자 간 일정을 조율한 뒤 조합은 2014년 12월 총회에서 분명 올해 6월 입주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법정관리 이후에도 그해 5월, 7월 등 매 2개월마다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경남기업은 스스로가 만든 위기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기업 개발사업팀 관계자는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선 상황에서 사업비ㆍ공사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 측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만 오는 6월로 예정된 총회에서 선출된 조합장이 시공 계약 유지 또는 해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현재까지의 투입금 정산을 전제로 그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민의 묵살한 채 시공자 편만 드는 조합 집행부에 유착 의혹 `모락모락`
조합장 보궐 선임 앞두고 선관위 측 이상 행보에 "불공정 선거" 비난 ↑
경남기업의 무리한 요구와 무책임한 태도에 조합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새 시공자를 뽑아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늘었다. 아울러 이러한 민의를 반영해 사 측에 사업 지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책임론`도 부상했다. 이에 다수 조합원들은 시공 계약 해지를 조합 집행부에 요구했고 지난해 9월 총회에서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로 `경남기업 시공권 해지의 건`이 의결됐다.
시공 계약 해제 여파는 조합장의 지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봉천12-1구역 재개발 조합원 발의로 임원 해임 총회가 열렸다. 총회 전날 조합장이 문자메시지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조합원들은 총회 당일 그의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시공 계약 해지(안)에 이어 조합장 해임(안)까지 의결되면서 봉천12-1구역 재개발사업에 새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경남기업이 시공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서다. 사 측은 특히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를 받으면서 이를 시공권 유지를 위한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조합 집행부가 다수 조합원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시공자의 입장만 두둔하고 있는 점이 사업 정상화를 가로막는 주된 요인이라는 게 이를 제보한 조합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조합원 B는 "현 조합 집행부는 조합원들과 제대로 된 상의 없이 경남기업이 요구하는 추가부담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시공자 구실을 못 하고 있는 경남기업의 실태를 뻔히 알고도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논리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시공자를 두둔하는 상황은 조합-시공자 간 `유착`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양측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조합장 보궐 선임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의심쩍은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봉천12-1구역 조합원들은 오는 6월 4일 조합장 보궐 선임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선관위가 선거 출마자의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어 벌써부터 시끄럽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선관위가 (해임된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집행부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조합장으로 밀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 23일 조합원 C는 "선거일이 가까워 오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입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면서 "대다수 조합원들이 이주한 상황에서 명부가 있어야 선거운동을 할 텐데 선관위는 공정성을 이유로 이를 불허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두 명의 조합장 후보 가운데 경남기업과의 계약 연장을 주장하는 후보가 불리하자 이를 배려하기 위한 선관위 측의 배려(?)로 보는 시선이 많다. 반대로 조합과 생각을 달리하는(경남기업과의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후보를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실상 도태시키려는 음모로 해석하는 조합원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제껏 조합 집행부가 경남기업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이었던 점에 비춰 보면 든든한 우군(해임된 조합장)을 잃어버린 경남기업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조합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런 의혹이 공공연한 사실처럼 퍼지고 있어 이번 선거가 벌써부터 그 공정성을 잃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형국인데 이 상태라면 새 조합장을 선출해도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본보가 입수한 자료 등에 의하면 현재 봉천12-1구역 선관위는 입후보자들에게 모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전부 금지시켰다. 나아가 특정 후보자의 조합원 명부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는 관련 법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 제33호(후보자 지지의 방법)에 따르면 후보자는 ▲전화 ▲인터넷상 게시판ㆍ대화방 ▲관혼상제 의식이 진행되는 장소ㆍ도로ㆍ시장ㆍ점포ㆍ다방ㆍ대합실ㆍ다수가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 등을 통해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또한 같은 규정 제22조제3항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제6항제2호에 따라 후보자의 공개 요청 시 선관위는 선거인명부 또는 조합원 명부를 공개해야 한다.
선거기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은 이달 25일부터 6월 3일까지 10일간이다. 선관위가 선거인명부를 공개하지 않아 후보자 입장에서는 선거운동을 벌이기가 쉽지 않고,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누가 어떤 공약을 갖고 입후보한지 알 수 없어 이른바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등장했다.
조합원 D는 "후보자들의 주장과 공약을 충분하게 검토할 시간을 없애 `알권리`가 침해 받고 있다. 게다가 주말을 제외하면 우편으로 도착하는 홍보물을 검토하고 서면결의서를 발송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성원을 무산시키려는 수법으로 보이며 이는 특정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한 치졸하고도 계획적인 술책일 수 있다"라며 선관위의 행태를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조합 관계자는 "선관위는 두 후보에게 동등한 홍보 기회를 제공했고, 최대한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목적으로 엄격한 제한을 둔 것"이라면서 "조합이 경남기업과의 시공 계약을 유지하려는 이유도 새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보다 외려 분담금이 적게 들 것으로 판단돼서다. `유착`으로 끌고 가려는 것은 모함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수 조합원 "이대로 가면 사업 차질 불가피"… 오는 6월 4일 총회가 `분수령`
상황이 다수 조합원들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사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조합원 E는 "시간이 지날수록 층수가 높아지는 인근 구역의 공사 현장을 보면서 (우리도 곧 저렇게 되리란) 희망을 가졌었는데 이제는 철골과 콘크리트로 구성된 짓다 만 아파트가 흉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시공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남기업과의 계약을 하루빨리 해지하고 보다 건실한 건설사를 사공자로 선정해 조속히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우리 구역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조합원들의 중론은 `경남기업의 시공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보다 `해지 후 새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이고 있다. 특히 이곳 조합원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경남기업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해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그 자체로도 차이가 있지만 이에 돌입한 경남기업의 내ㆍ외부 환경도 그때와 사뭇 다르다"면서 "우리도 사업 주체인 조합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시공자로서의 책임은 이행하는 데에는 소극적인 경남기업의 행태를 접한 뒤 더 이상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얼마 전 계약을 해지했다"고 전했다.
봉천12-1구역의 상황과 유사한 과정을 겪은 대전 F지구 도시개발사업 관계자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은 사 측의 어려운 상황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장기적ㆍ고질적 문제라는 것을 나타낸다"면서 "특히 도시개발사업인 우리 구역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ㆍ은행 등 금융기관이 사회간접자본 등 특정 사업의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기법) 방식의 재원 조달이 필수적인데,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남기업의 부실한 재무구조로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결국 시공자를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재개발은 사업 방식은 다르지만 대출 보증 등의 측면에 있어서 시공자의 산용도 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다면 시공자 교체가 일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봉천12-1구역 다수 조합원들도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이들은 ▲경남기업이 요구하는 분담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 ▲다른 시공자가 맡아도 공사에는 차질이 없는 점 ▲시공자 교체로 사업 안정성 및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시공자 교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합원 G는 "재무 건전성이 우수한 시공자를 뽑는 것이 우리 구역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인근 봉천12-2구역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이곳은 재정 상황이 튼튼한 건설사를 뽑아 사업 진행에 탄력이 붙고 있는데, 이는 시공자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구역도 오늘의 아픔을 교훈 삼아 다시는 난국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다가오는 총회가 봉천12-1구역 재개발사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공명정대한 선거를 통해 `늪`에 빠져 있는 봉천12-1구역을 재건하는 `첨병` 역할을 할 새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사업의 기로가 될 총회가 열리는 오는 6월 4일 오후 2시 관악구민회관에 업계의 눈과 귀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의 워크아웃과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서며 부실기업의 대명사가 된 `경남기업`이 도시정비업계에서 그 입지를 잃고 있는 형국이다. 법정관리 이후 ▲대구 서대구지구(재개발) ▲원주 남산지구(재개발) ▲안산 원곡연립2단지(재건축) 등 전국 곳곳에서 시공권을 박탈당했거나 계약해제 위기에 놓인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서울 관악구 봉천12-1구역(재개발)도 그중 하나이다. 이곳은 경남기업을 시공자로 뽑았다가 착공에 돌입했으나 돌연 사 측이 공사를 중단하며 1년이 훌쩍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이에 이곳 조합원들이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사 측이 시공권을 내려놓지 않고 있어 이마저 여의치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시공자 워크아웃으로 착공 지연, 법정관리로 공사 중단… 이후 1년 넘게 `표류`
사 측 "공사비 인상ㆍ선지급하면 공사 재개" vs 조합원 "못 믿겠다… 다시 뽑자!"
2008년 3월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을 설립한 뒤 사업을 본격화한 봉천12-1구역은 그해 7월 경남기업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당시 경남기업은 해외 자원 개발 투자에 실패, 워크아웃이 임박했다는 시장의 일부 평가를 뒤로한 채 이른바 OS 요원을 동원해 시공권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경남기업이 2009년 1월과 2013년 10월 연이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이 사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2011년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착공은 2년 뒤인 2013년 2월에 돌입했다. 다른 대다수 재개발 현장들이 통상 관리처분인가 후 이주ㆍ철거를 거쳐 1년 안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과는 `딴판`이었던 것이다. 시공자의 워크아웃이 그 주된 원인이었다는 점은 유관 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공사도 지난해 4월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착공 1년여 만에 중단됐다. 조합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사 측이 이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공사비 인상과 추가부담금 납부가 선행돼야 한다는 `일방적` 통보였다고 이곳 조합원들은 전했다. 제보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물가 상승률과 공정률 31.5% 등을 적용한 추가부담금(가구당 약 2700만 원) ▲중도금 20%ㆍ잔금 20%(약 188억 원) 선(先)지불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시공권을 해지하더라도 ▲해지 비용 157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이를 조건으로 유치권까지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경남기업의 무리한 요구에 이곳 조합원들의 불만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조합원 A는 "중요한 점은 공정률이 30% 수준인데 공사비 지급은 60% 가까이 이뤄졌다는 데 있다.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까지 잔금 선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적자에 허덕이는 사 측의 재정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이 경남기업을 시공자로 선택한 이유는 `브랜드 파워`보다 `저렴한 사업비ㆍ공사비용`, `빠른 사업 추진` 등을 기대했기 때문인데, 현 상황만 살펴보면 우리는 지금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현재 사업비 이자만 계속 지출되고 있는 상황으로, 70%가량 남은 공사가 재개된다고 해도 또다시 딴소리를 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들에게 시공을 맡기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기업은 공사 지연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고 조합원은 전했다. 한 조합원에 따르면 봉천12-1구역은 봉천12-2구역과 도로, 공원 등 공동 기반시설을 함께 지어야 준공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봉천12-2구역의 사업 속도가 느려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사 측이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다수 조합원들의 생각은 이와 전혀 다르다. 한 조합원은 "이는 변명해 불과하다. 조합-시공자 간 일정을 조율한 뒤 조합은 2014년 12월 총회에서 분명 올해 6월 입주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법정관리 이후에도 그해 5월, 7월 등 매 2개월마다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경남기업은 스스로가 만든 위기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기업 개발사업팀 관계자는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선 상황에서 사업비ㆍ공사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 측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만 오는 6월로 예정된 총회에서 선출된 조합장이 시공 계약 유지 또는 해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현재까지의 투입금 정산을 전제로 그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민의 묵살한 채 시공자 편만 드는 조합 집행부에 유착 의혹 `모락모락`
조합장 보궐 선임 앞두고 선관위 측 이상 행보에 "불공정 선거" 비난 ↑
경남기업의 무리한 요구와 무책임한 태도에 조합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새 시공자를 뽑아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늘었다. 아울러 이러한 민의를 반영해 사 측에 사업 지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책임론`도 부상했다. 이에 다수 조합원들은 시공 계약 해지를 조합 집행부에 요구했고 지난해 9월 총회에서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로 `경남기업 시공권 해지의 건`이 의결됐다.
시공 계약 해제 여파는 조합장의 지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봉천12-1구역 재개발 조합원 발의로 임원 해임 총회가 열렸다. 총회 전날 조합장이 문자메시지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조합원들은 총회 당일 그의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시공 계약 해지(안)에 이어 조합장 해임(안)까지 의결되면서 봉천12-1구역 재개발사업에 새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경남기업이 시공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서다. 사 측은 특히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를 받으면서 이를 시공권 유지를 위한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조합 집행부가 다수 조합원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시공자의 입장만 두둔하고 있는 점이 사업 정상화를 가로막는 주된 요인이라는 게 이를 제보한 조합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조합원 B는 "현 조합 집행부는 조합원들과 제대로 된 상의 없이 경남기업이 요구하는 추가부담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시공자 구실을 못 하고 있는 경남기업의 실태를 뻔히 알고도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논리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시공자를 두둔하는 상황은 조합-시공자 간 `유착`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양측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조합장 보궐 선임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의심쩍은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봉천12-1구역 조합원들은 오는 6월 4일 조합장 보궐 선임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선관위가 선거 출마자의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어 벌써부터 시끄럽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선관위가 (해임된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집행부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조합장으로 밀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 23일 조합원 C는 "선거일이 가까워 오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입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면서 "대다수 조합원들이 이주한 상황에서 명부가 있어야 선거운동을 할 텐데 선관위는 공정성을 이유로 이를 불허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두 명의 조합장 후보 가운데 경남기업과의 계약 연장을 주장하는 후보가 불리하자 이를 배려하기 위한 선관위 측의 배려(?)로 보는 시선이 많다. 반대로 조합과 생각을 달리하는(경남기업과의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후보를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실상 도태시키려는 음모로 해석하는 조합원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제껏 조합 집행부가 경남기업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이었던 점에 비춰 보면 든든한 우군(해임된 조합장)을 잃어버린 경남기업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조합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런 의혹이 공공연한 사실처럼 퍼지고 있어 이번 선거가 벌써부터 그 공정성을 잃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형국인데 이 상태라면 새 조합장을 선출해도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본보가 입수한 자료 등에 의하면 현재 봉천12-1구역 선관위는 입후보자들에게 모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전부 금지시켰다. 나아가 특정 후보자의 조합원 명부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는 관련 법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 제33호(후보자 지지의 방법)에 따르면 후보자는 ▲전화 ▲인터넷상 게시판ㆍ대화방 ▲관혼상제 의식이 진행되는 장소ㆍ도로ㆍ시장ㆍ점포ㆍ다방ㆍ대합실ㆍ다수가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 등을 통해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또한 같은 규정 제22조제3항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제6항제2호에 따라 후보자의 공개 요청 시 선관위는 선거인명부 또는 조합원 명부를 공개해야 한다.
선거기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은 이달 25일부터 6월 3일까지 10일간이다. 선관위가 선거인명부를 공개하지 않아 후보자 입장에서는 선거운동을 벌이기가 쉽지 않고,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누가 어떤 공약을 갖고 입후보한지 알 수 없어 이른바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등장했다.
조합원 D는 "후보자들의 주장과 공약을 충분하게 검토할 시간을 없애 `알권리`가 침해 받고 있다. 게다가 주말을 제외하면 우편으로 도착하는 홍보물을 검토하고 서면결의서를 발송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성원을 무산시키려는 수법으로 보이며 이는 특정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한 치졸하고도 계획적인 술책일 수 있다"라며 선관위의 행태를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조합 관계자는 "선관위는 두 후보에게 동등한 홍보 기회를 제공했고, 최대한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목적으로 엄격한 제한을 둔 것"이라면서 "조합이 경남기업과의 시공 계약을 유지하려는 이유도 새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보다 외려 분담금이 적게 들 것으로 판단돼서다. `유착`으로 끌고 가려는 것은 모함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수 조합원 "이대로 가면 사업 차질 불가피"… 오는 6월 4일 총회가 `분수령`
상황이 다수 조합원들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사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조합원 E는 "시간이 지날수록 층수가 높아지는 인근 구역의 공사 현장을 보면서 (우리도 곧 저렇게 되리란) 희망을 가졌었는데 이제는 철골과 콘크리트로 구성된 짓다 만 아파트가 흉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시공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남기업과의 계약을 하루빨리 해지하고 보다 건실한 건설사를 사공자로 선정해 조속히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우리 구역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조합원들의 중론은 `경남기업의 시공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보다 `해지 후 새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이고 있다. 특히 이곳 조합원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경남기업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해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그 자체로도 차이가 있지만 이에 돌입한 경남기업의 내ㆍ외부 환경도 그때와 사뭇 다르다"면서 "우리도 사업 주체인 조합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시공자로서의 책임은 이행하는 데에는 소극적인 경남기업의 행태를 접한 뒤 더 이상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얼마 전 계약을 해지했다"고 전했다.
봉천12-1구역의 상황과 유사한 과정을 겪은 대전 F지구 도시개발사업 관계자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은 사 측의 어려운 상황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장기적ㆍ고질적 문제라는 것을 나타낸다"면서 "특히 도시개발사업인 우리 구역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ㆍ은행 등 금융기관이 사회간접자본 등 특정 사업의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기법) 방식의 재원 조달이 필수적인데,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남기업의 부실한 재무구조로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결국 시공자를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재개발은 사업 방식은 다르지만 대출 보증 등의 측면에 있어서 시공자의 산용도 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다면 시공자 교체가 일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봉천12-1구역 다수 조합원들도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이들은 ▲경남기업이 요구하는 분담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 ▲다른 시공자가 맡아도 공사에는 차질이 없는 점 ▲시공자 교체로 사업 안정성 및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시공자 교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합원 G는 "재무 건전성이 우수한 시공자를 뽑는 것이 우리 구역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인근 봉천12-2구역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이곳은 재정 상황이 튼튼한 건설사를 뽑아 사업 진행에 탄력이 붙고 있는데, 이는 시공자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구역도 오늘의 아픔을 교훈 삼아 다시는 난국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다가오는 총회가 봉천12-1구역 재개발사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공명정대한 선거를 통해 `늪`에 빠져 있는 봉천12-1구역을 재건하는 `첨병` 역할을 할 새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사업의 기로가 될 총회가 열리는 오는 6월 4일 오후 2시 관악구민회관에 업계의 눈과 귀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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