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시공능력 평가순위 3년 연속 1위`
막강한 자금력과 수주력으로 국내 건설업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물산의 최근 성적이자 위상이다. 특히 수도권 및 지방의 아파트 단지 중 `래미안(來美安ㆍ미래의 아름답고 안락한 주거 공간)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지기 마련이듯 이 같은 저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그늘진 곳`이 있다. 바로 `도시재정비업계`다. 2010년대 초반까지 정비사업 시공권 수주에서 현대건설과 `양대 산맥`을 이룬 삼성물산은 2012년 건설ㆍ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보수적인 경영 방식을 취했고, 지난해 말 서초무지개 수주전에서 GS건설에게 참패한 이후 좀처럼 시공자 입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주택사업 매각설`까지 나돌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치면서 내리막 행보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른바 `부정 수주 논란`으로 유관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래미안 시대`의 황혼기를 부추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본보는 해당 논란의 내용과 배경을 상세히 다루고, 향후 삼성물산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 봤다.
대치청실ㆍ개포시영ㆍ서초우성1차 등서 부정 수주 의혹 `모락모락`
의결정족수 조작ㆍ신고 기한 위반 등 시공자 선정 허위 신고 의혹 확산
2003년 7월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시공자 선정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의무화했다. 단 이미 시공자를 확보한 사업지의 형편을 고려해 정부는 예외 규정을 둬 시공권 유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설립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으로서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해 이미 시공 계약을 체결한 정비사업 ▲2002년 8월 9일 이전에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한 재건축사업으로서 도시정비법 시행일 이후 2개월 이내(2003년 8월 31일까지) 시장ㆍ군수에게 신고한 경우 당해 시공자의 지위를 인정한다고 명시(도시정비법 부칙 제7조제2항ㆍ2002년 12월 30일 제6852호)한 것이다.
이에 시공자를 이미 확보한 다수 사업장들이 이 같은 규정을 준수해야만 시공권을 유지할 수 있던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신고를 해 시공권을 유지한 정황이 최근 몇몇 구역 조합원들의 제보 등에 의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첫 번째 사업지는 `래미안대치팰리스`로 탈바꿈된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다. 삼성물산은 2000년 4월 이곳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구성을 위한 주민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됐다.
대치청실 조합원 A(에이)의 제보에 따르면 추진위와 삼성물산은 2001년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듬해인 2002년 전체 주민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이를 인준했다. 하지만 2003년 5월 조합을 설립한 후 그해 7월 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서 당시 다수 조합원들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자를 재선정하는 것을 원했다고 한다. 실제로 조합이 2004년 경쟁입찰 방식으로 조합 정관을 개정한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A는 전했다.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은 시공자 선정 신고 마감을 한 달 남짓 앞둔 2003년 7월 29일 구청에 조합 몰래 신고했다고 제보자는 주장했다.
이후 찾아온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치청실 재건축사업은 일시 중단됐다. 그런데 사업을 본격화한 2009년 조합은 강남구청으로부터 뜻밖의 공문을 받았다고 한다. 삼성물산이 시공자로 선정됐다는 것이었다.
삼성물산은 기한 내 적법하게 시공자 선정 신고서를 접수시켰고, 구청의 서류 보완 요구에 따라 사 측은 같은 해 8월 29일과 10월 28일 조합에 공문을 보내 필요한 자료를 넘겨받아 제출까지 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삼성물산에게 자료 보완 요청을 한 적도, 보완 자료를 받은 적도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제보에 따르면 조합 측도 삼성물산에 관련 자료를 넘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 강남구 개포시영 의결정족수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개포시영 조합원 B(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02년 8월 9일까지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의자 수를 임의로 조작해 시공자 신고 절차를 마쳤다. B는 "1997년 조합 창립총회에서 삼성물산이 902표의 찬성표로 시공권을 가져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확인 결과, 삼성물산은 2003년 초 시공자 선정 신고에서 조합원 수를 990명으로, 그해 8월 시공자 변경 신고에서는 1043명으로 늘려 허위 기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시공권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며 모든 조합원들에게 유ㆍ무형의 손실을 입힌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서초구 서초우성1차에서는 시공자 선정 신고 기한을 어긴 것으로 파악돼 역시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곳 조합원 C(시)의 제보에 의하면 삼성물산은 시공자 선정 신고를 앞두고 과반수인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 2003년 4월부터 6월까지 모자란 수만큼의 서면결의서를 추가로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신고 기한(2002년 8월 9일)을 어긴 것으로 다수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의 시공권 해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초우성1차 조합원 D(디)는 "선정 당시만 해도 `래미안`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삼성물산의 우수한 시공능력이 깊은 만족감을 가져다줬지만, 뒤늦게 시공권 유지를 위해 온갖 편법을 자행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그러한 만족감은 사라지고 삼성물산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갔다. 현재 우리 단지는 착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삼성물산에게 시공을 맡길 생각을 하니 불안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부정 수주 논란이 남긴 `불씨`, 비슷한 시기 수주한 재건축 단지로 번져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현장의 반응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이미 오래전 일을 이제 들춰내서 무엇하겠느냐"며 미온적인 반응을, 다른 한쪽에서는 "조합원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전자에는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만큼 의혹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말자는 바람이, 후자에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진상을 규명해 이를 털고 가자는 요구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업계 중론은 전자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입장도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잘못이 있으면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하며, 불법 혹은 편법을 자행한 시공자를 교체하는 게 종국에는 조합원들에게 더 큰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수렴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태가 앞선 세 곳의 문제로 끝날 것 같지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업계 한쪽에서는 지금은 의혹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혹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혹이 아닌 사실로 밝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삼성물산의 `부정 수주`가 이들 세 곳에 국한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또 다른 의혹이 자라나고 있는 형국이다. 2000년을 전후해 삼성물산이 수주한 재개발ㆍ재건축 물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수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서초구 삼호가든1ㆍ2차(현 `반포리체`) 재건축사업이 시기적으로 볼 때 이 같은 의혹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물산은 2002년 12월 이곳 조합 창립총회에서 공동 시공자로 선정됐는데, 도시정비법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부랴부랴 시공권을 가져가기 위해 앞선 사례들에서처럼 부정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으로 파악됐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신반포3차도 2001년에 삼성물산을 시공자로 선정해 이 같은 의혹에 연루되는 분위기다. 신반포3차는 지난해 9월 통합을 위한 조합설립 변경총회에서 다시 한 번 삼성물산에게 시공권을 부여한바 있다.
강남구에서는 한때 `재건축 대장주`로 통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은마아파트는 2002년 7월 주민총회에서 주민 과반수 동의로 삼성물산에게 시공권의 일부를 부여했다. 시공자 선정 기한이 그해 8월 9일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급박하게 관련 절차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또한 이듬해인 2003년 곧바로 강남구청에 시공자 신고가 이뤄진 점에 비춰 보면 시공자 선정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은마아파트 일부 조합원과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 밖에 삼성동 S(에스)아파트, 일원동 H(에이치)아파트, 개포동 G(지)아파트 등이 삼성물산의 부정 수주 의혹과 관련한 `블랙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전문가 "부정 수주 의혹, 향후 수주에 걸림돌"
한편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 서초무지개 수주전에서 완성도 높은 사업계획을 내세운 GS건설에게 참패를 당한 이후 좀처럼 재건축 시공자 입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올해 초 매각설을 공식 부인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더 나아가 지난달(7월)에는 주택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ㆍ발표하면서 정비사업 수주 행보를 이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그동안 방어적인 형세를 취한 것이 올 4분기 이후 서초ㆍ방배ㆍ반포동 일대에 예정된 대규모 수주전을 염두에 둔 `숨 고르기`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사업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올겨울부터 내년(2017년) 상반기 중 출시가 예상되는 강남 재건축 물량은 ▲방배6구역 ▲방배경남 ▲한신4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서초신동아1ㆍ2차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이상 서초구) ▲대치쌍용1차 ▲대치쌍용2차(이상 강남구) ▲신천동 미성타운-크로바맨션(송파구) 등 주로 대형 알짜 단지들이라 이 같은 분석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줄줄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고 있는 점도 삼성물산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들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올겨울,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신규 수주를 통해 존재감을 제고할 필요가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이번 부정 수주 의혹은 삼성물산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수주에 빨간불이 켜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 인식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정비사업 실무자들이 `위기의식`을 가져야한다고 주문을 하고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이른바 `김영란법`의 시행(오는 9월 28일)을 앞두고 `투명 사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임기를 1년 반 정도 남긴 박근혜 대통령이 레임덕(lame duckㆍ절름발이 오리라는 뜻으로,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 등의 지도자 또는 그 시기에 있는 지도력의 공백 상태를 이르는 말)을 막기 위해 사정 당국을 통한 비리 척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의혹은 삼성물산 입장에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악재"라며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연루된 `성매매 동영상`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래미안`과 `삼성`이 갖고 있는 `최고` 혹은 `1등`의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는 점에서 사 측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사 측은 이번 사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쌓는 데에는 만겁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시장 불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혹은 또 다른 의혹과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번 파문이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이를 털고 갈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 측은 `사실무근`이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공권을 획득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혹이 `확산일로`에 있는 만큼 사 측이 추가적인 대응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시공능력 평가순위 3년 연속 1위`
막강한 자금력과 수주력으로 국내 건설업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물산의 최근 성적이자 위상이다. 특히 수도권 및 지방의 아파트 단지 중 `래미안(來美安ㆍ미래의 아름답고 안락한 주거 공간)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지기 마련이듯 이 같은 저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그늘진 곳`이 있다. 바로 `도시재정비업계`다. 2010년대 초반까지 정비사업 시공권 수주에서 현대건설과 `양대 산맥`을 이룬 삼성물산은 2012년 건설ㆍ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보수적인 경영 방식을 취했고, 지난해 말 서초무지개 수주전에서 GS건설에게 참패한 이후 좀처럼 시공자 입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주택사업 매각설`까지 나돌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치면서 내리막 행보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른바 `부정 수주 논란`으로 유관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래미안 시대`의 황혼기를 부추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본보는 해당 논란의 내용과 배경을 상세히 다루고, 향후 삼성물산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 봤다.
대치청실ㆍ개포시영ㆍ서초우성1차 등서 부정 수주 의혹 `모락모락`
의결정족수 조작ㆍ신고 기한 위반 등 시공자 선정 허위 신고 의혹 확산
2003년 7월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시공자 선정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의무화했다. 단 이미 시공자를 확보한 사업지의 형편을 고려해 정부는 예외 규정을 둬 시공권 유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설립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으로서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해 이미 시공 계약을 체결한 정비사업 ▲2002년 8월 9일 이전에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한 재건축사업으로서 도시정비법 시행일 이후 2개월 이내(2003년 8월 31일까지) 시장ㆍ군수에게 신고한 경우 당해 시공자의 지위를 인정한다고 명시(도시정비법 부칙 제7조제2항ㆍ2002년 12월 30일 제6852호)한 것이다.
이에 시공자를 이미 확보한 다수 사업장들이 이 같은 규정을 준수해야만 시공권을 유지할 수 있던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신고를 해 시공권을 유지한 정황이 최근 몇몇 구역 조합원들의 제보 등에 의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첫 번째 사업지는 `래미안대치팰리스`로 탈바꿈된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다. 삼성물산은 2000년 4월 이곳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구성을 위한 주민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됐다.
대치청실 조합원 A(에이)의 제보에 따르면 추진위와 삼성물산은 2001년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듬해인 2002년 전체 주민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이를 인준했다. 하지만 2003년 5월 조합을 설립한 후 그해 7월 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서 당시 다수 조합원들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자를 재선정하는 것을 원했다고 한다. 실제로 조합이 2004년 경쟁입찰 방식으로 조합 정관을 개정한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A는 전했다.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은 시공자 선정 신고 마감을 한 달 남짓 앞둔 2003년 7월 29일 구청에 조합 몰래 신고했다고 제보자는 주장했다.
이후 찾아온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치청실 재건축사업은 일시 중단됐다. 그런데 사업을 본격화한 2009년 조합은 강남구청으로부터 뜻밖의 공문을 받았다고 한다. 삼성물산이 시공자로 선정됐다는 것이었다.
삼성물산은 기한 내 적법하게 시공자 선정 신고서를 접수시켰고, 구청의 서류 보완 요구에 따라 사 측은 같은 해 8월 29일과 10월 28일 조합에 공문을 보내 필요한 자료를 넘겨받아 제출까지 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삼성물산에게 자료 보완 요청을 한 적도, 보완 자료를 받은 적도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제보에 따르면 조합 측도 삼성물산에 관련 자료를 넘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 강남구 개포시영 의결정족수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개포시영 조합원 B(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02년 8월 9일까지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의자 수를 임의로 조작해 시공자 신고 절차를 마쳤다. B는 "1997년 조합 창립총회에서 삼성물산이 902표의 찬성표로 시공권을 가져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확인 결과, 삼성물산은 2003년 초 시공자 선정 신고에서 조합원 수를 990명으로, 그해 8월 시공자 변경 신고에서는 1043명으로 늘려 허위 기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시공권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며 모든 조합원들에게 유ㆍ무형의 손실을 입힌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서초구 서초우성1차에서는 시공자 선정 신고 기한을 어긴 것으로 파악돼 역시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곳 조합원 C(시)의 제보에 의하면 삼성물산은 시공자 선정 신고를 앞두고 과반수인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 2003년 4월부터 6월까지 모자란 수만큼의 서면결의서를 추가로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신고 기한(2002년 8월 9일)을 어긴 것으로 다수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의 시공권 해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초우성1차 조합원 D(디)는 "선정 당시만 해도 `래미안`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삼성물산의 우수한 시공능력이 깊은 만족감을 가져다줬지만, 뒤늦게 시공권 유지를 위해 온갖 편법을 자행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그러한 만족감은 사라지고 삼성물산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갔다. 현재 우리 단지는 착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삼성물산에게 시공을 맡길 생각을 하니 불안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부정 수주 논란이 남긴 `불씨`, 비슷한 시기 수주한 재건축 단지로 번져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현장의 반응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이미 오래전 일을 이제 들춰내서 무엇하겠느냐"며 미온적인 반응을, 다른 한쪽에서는 "조합원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전자에는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만큼 의혹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말자는 바람이, 후자에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진상을 규명해 이를 털고 가자는 요구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업계 중론은 전자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입장도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잘못이 있으면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하며, 불법 혹은 편법을 자행한 시공자를 교체하는 게 종국에는 조합원들에게 더 큰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수렴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태가 앞선 세 곳의 문제로 끝날 것 같지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업계 한쪽에서는 지금은 의혹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혹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혹이 아닌 사실로 밝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삼성물산의 `부정 수주`가 이들 세 곳에 국한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또 다른 의혹이 자라나고 있는 형국이다. 2000년을 전후해 삼성물산이 수주한 재개발ㆍ재건축 물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수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서초구 삼호가든1ㆍ2차(현 `반포리체`) 재건축사업이 시기적으로 볼 때 이 같은 의혹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물산은 2002년 12월 이곳 조합 창립총회에서 공동 시공자로 선정됐는데, 도시정비법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부랴부랴 시공권을 가져가기 위해 앞선 사례들에서처럼 부정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으로 파악됐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신반포3차도 2001년에 삼성물산을 시공자로 선정해 이 같은 의혹에 연루되는 분위기다. 신반포3차는 지난해 9월 통합을 위한 조합설립 변경총회에서 다시 한 번 삼성물산에게 시공권을 부여한바 있다.
강남구에서는 한때 `재건축 대장주`로 통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은마아파트는 2002년 7월 주민총회에서 주민 과반수 동의로 삼성물산에게 시공권의 일부를 부여했다. 시공자 선정 기한이 그해 8월 9일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급박하게 관련 절차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또한 이듬해인 2003년 곧바로 강남구청에 시공자 신고가 이뤄진 점에 비춰 보면 시공자 선정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은마아파트 일부 조합원과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 밖에 삼성동 S(에스)아파트, 일원동 H(에이치)아파트, 개포동 G(지)아파트 등이 삼성물산의 부정 수주 의혹과 관련한 `블랙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전문가 "부정 수주 의혹, 향후 수주에 걸림돌"
한편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 서초무지개 수주전에서 완성도 높은 사업계획을 내세운 GS건설에게 참패를 당한 이후 좀처럼 재건축 시공자 입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올해 초 매각설을 공식 부인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더 나아가 지난달(7월)에는 주택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ㆍ발표하면서 정비사업 수주 행보를 이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그동안 방어적인 형세를 취한 것이 올 4분기 이후 서초ㆍ방배ㆍ반포동 일대에 예정된 대규모 수주전을 염두에 둔 `숨 고르기`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사업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올겨울부터 내년(2017년) 상반기 중 출시가 예상되는 강남 재건축 물량은 ▲방배6구역 ▲방배경남 ▲한신4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서초신동아1ㆍ2차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이상 서초구) ▲대치쌍용1차 ▲대치쌍용2차(이상 강남구) ▲신천동 미성타운-크로바맨션(송파구) 등 주로 대형 알짜 단지들이라 이 같은 분석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줄줄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고 있는 점도 삼성물산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들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올겨울,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신규 수주를 통해 존재감을 제고할 필요가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이번 부정 수주 의혹은 삼성물산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수주에 빨간불이 켜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 인식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정비사업 실무자들이 `위기의식`을 가져야한다고 주문을 하고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이른바 `김영란법`의 시행(오는 9월 28일)을 앞두고 `투명 사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임기를 1년 반 정도 남긴 박근혜 대통령이 레임덕(lame duckㆍ절름발이 오리라는 뜻으로,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 등의 지도자 또는 그 시기에 있는 지도력의 공백 상태를 이르는 말)을 막기 위해 사정 당국을 통한 비리 척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의혹은 삼성물산 입장에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악재"라며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연루된 `성매매 동영상`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래미안`과 `삼성`이 갖고 있는 `최고` 혹은 `1등`의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는 점에서 사 측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사 측은 이번 사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쌓는 데에는 만겁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시장 불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혹은 또 다른 의혹과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번 파문이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이를 털고 갈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 측은 `사실무근`이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공권을 획득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혹이 `확산일로`에 있는 만큼 사 측이 추가적인 대응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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