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조합-건설사 간 공동시행을 하더라도 시공자 선정은 시장(市場)의 기대와 달리 `건축심의 이후`에나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행정예고를 통해 이같이 밝힌 데다 원안대로 고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의 행보는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반기를 드는 격이기 때문에 일선 조합ㆍ추진위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건축심의 이후`"
공개된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안)`ㆍ`공동사업시행 표준협약서(안)` 살펴보니…
지난 11일 서울시는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안)`과 `공동사업시행 표준협악서(안)`을 행정예고 했다.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은 조합이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시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에 관한 규정이며, 공동사업시행 표준협약서는 공동사업시행 협약서 작성 시 표준(안)으로 적용하게 된다. 예고는 이달 31일까지 이뤄지며,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9월 중 최종 고시될 예정이다.
예고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지원제도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이후` 선정하던 시공자는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건축심의 이후`에 선정할 수 있게 된다(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 제17조제1항).
아울러 시는 건축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건설업자들이 공사 단가 등을 제시해 내역 입찰 하도록 해서 조합원들이 공정한 기준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시공자 선정 전후 공사비가 무분별하게 증액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시 측은 설명했다.
이외에도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안)`에는 시공자 선정 시기와 함께 사업비 조달, 사업 추진에 따른 업무 분담, 용역 업체 선정, 사업비 진행 등 공동사업시행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공사비 외에 조합 운영비, 용역비, 토지 보상비, 이주비 등 사업비는 통상 시공자가 조합에 빌려주는 대여 방식으로 조달한다. 서울시는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입찰 시 건설업자가 이율 조건, 대여 기간 및 주체 등을 담은 조달계획을 제시하도록 해 경쟁을 통해 대여금 조건이 결정돼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했다.
건설업자가 조합에 빌려주는 사업비는 건설업자가 직접 차입해 조합에 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대여 기간 초과 시 이자는 조합과 건설업자가 공동 부담하도록 했다. 건설업자가 지급보증 해 조합이 직접 자금을 차입하는 경우 입찰 시 건설업자가 제시한 이율을 초과하는 대출이자는 건설업자가 부담하도록 해 조합(원)의 부담 경감이 기대된다고 시 측은 밝혔다.
사업 추진에 따른 업무 분담과 관련해서 조합은 조합 운영, 용역 업체 선정, 인허가, 이주 및 토지 수용, 분양 업무, 공사 감리ㆍ감독, 각종 등기, 공부 정리 및 납세 업무를 담당하고 건설업자는 용역 업체 선정 지원 및 관리, 이주 지원 및 철거, 일반분양 지원, 시공, 입주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한다.
용역 업체 선정은 공동사업시행 협약 이후 조합에서 용역 업체 선정 시 건설업자가 공동사업시행자로서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도와 중복 여부 등을 확인 후 의견을 제시해 꼭 필요한 용역을 적정 용역비에 발주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비 집행은 조합과 건설업자가 공동 명의 통장을 개설하고 자금 집행 시 조합과 건설업자가 공동 집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건설업자가 자사 브랜드 홍보를 위해 사업시행계획 등의 변경을 수반하는 입찰 제안을 할 경우 변경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합이 부담해 오던 관행을 깨고 건설업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제도무용론` 넘어 `규제막장론`까지 등장… 상위 규범과 충돌, 또 도마 위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 현장 "자꾸 터져 곪을 지경"
법 위에 군림하는 서울시? `박원순 독주회`는 계속된다?!
이처럼 기준(안)은 공동사업시행과 관련한 광범위하고도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시장(市場)의 관심은 온통 `공동사업시행자의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이후로 못 박은 데`에 쏠려 있다.
특히 공동사업시행의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이번 조치에 대해 시장은 싸늘하다 못해 차가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시공자 선정 시기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정하고 있는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환원하려던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계획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어 시공자 조기 선정을 기대하던 일선 조합ㆍ추진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공동사업시행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제도 자체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제도무용론`에서부터 서울시의 발목 잡기가 막장에 도달했다는 `규제막장론`까지 등장한 상태다. 정부-서울시 간 충돌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했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표현은 이제 "하도 터지다 보니 등에서 피고름이 난다"는 표현으로 변형될 판이라고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준(안)은 예정대로 고시될 전망이다. 전례에 비춰 볼 때 시가 여론에 떠밀려 정책을 바꾼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른바 박원순 식 `마이웨이(My Way)`는 이미 식상하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행정예고(안)대로 고시`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은 점점 격화되는 모양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위 규범과의 충돌 문제다. 지난해 9월 개정돼 올 3월 시행에 들어간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 제77조의4제8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제16조에 따라 조합을 설립한 경우에는 조합원을 말한다)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제11조제1항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다만, 제1호의 경우에는 해당 건설업자를 시공자로 본다`면서 제1호에 `조합이 제8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건설업자와 공동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로서 조합과 건설업자 간 협약을 체결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제11조제1항은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정하고 있다.
이에 업계 한쪽에서는 서울시가 또다시 초법적인 행정을 펴고 있다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번 행정예고는 도시정비법에 명시된 조합-건설사 간 공동사업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뒤로 미뤘을 뿐만 아니라 도시정비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해 정비사업의 활성화를 막는 꼴이 됐다"며 "이쯤 되면 서울시가 관내 정비사업 활성화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그래서? 우린 아랑곳하지 않는다`로 요약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도시정비법 제77조의4제7항에 근거해서 사실상 같은 법 제11조제1항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공공지원제도 시행을 위한 시공자 선정 시기 등을 시ㆍ도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했는데, 시는 이를 근거로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개정해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못 박아 놓은 상태다. 이미 법에 그렇게 하라고 돼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입장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법을 잘못 만든 입법부를 성토하는 동시에 이참에 법을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요원하다는 게 유관 업계 중론이다. 박 시장에 우호적인 야당에 국회가 장악된 데다 여야 모두 지금 당장 입법을 추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사드(THAADㆍ종말 고고도 지역방어 체제), 우병우 파문, 정운호 게이트, 추경 등을 둘러싸고 대립 중이다. 정부 입법 형태로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게 뻔하다. 설령 개정되더라도 온전히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개정된 법이 시행돼도 서울시가 이를 순순히 따른다는 보장도 없다.
서울시가 시공자 선정 시기를 정부의 바람과 달리 조금이라도 더 늦추려 하는 `명분`도 개정 동력을 약하게 한다. 서울시는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이후로 못 박은 이유로 `설계도면과 공사 단가 등이 제시된 상황이어야 공정한 선정이 가능하고 공사비가 과도하게 증액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주거사업기획관 공공지원실행팀 관계자는 "기본적인 사업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은 건설사로 하여금 쉽게 공사비를 부풀리게 만드는 유인이 된다"면서 "이 같은 점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합-건설사 간 공동사업시행 시 시공자 선정을 조합설립인가 후로 당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서울시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지난 3월 시행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조합-건설사가 공동사업시행 시 시공자 선정을 앞당겨서 초기 사업비를 용이하게 쓸 수 있게 하는 등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함에도 서울시는 이 같은 취지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법률 자문을 거친 결과, 도시정비법에서 앞당겨 놓은 것을 서울시 조례로 다시 뒤로 미룬 점은 상위 규범 위배 소지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12일 `서울시 행정예고가 도시정비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시에 발송했으며, 현재 협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고 밝혔다.
양측의 `핑퐁 게임`에 현장의 입장도 엇갈리는 형국이다. 애초부터 공동사업시행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이번 서울시 결정으로 차질을 빚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과 건축심의 단계에 도달해 서울시 기준(안)대로 건축심의 이후에 시공자를 뽑겠다는 구상까지 다양하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 김주훈 조합장은 "강남 재건축 사업장들은 사업성이 높기 때문에 이익을 나누는 `공동시행` 방식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조합설립인가 이후도 아니고 건축심의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은 사업 초기부터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다 된 밥상에 젓가락만 올리는 격`이 될 것인 만큼 조합과 건설사 모두 이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배13구역 재건축 조합 성흥구 조합장은 "정부 안과 서울시 안은 모두 다 실효성이 없다.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상호 이익도 동등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책으로는 동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면서 "그나마 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든 서울시 정책 때문에 차질을 빚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다"고 예측했다.
한신4지구 재건축 조합 김학규 조합장은 "우리는 공공관리제도에 적용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 그보다는 건축심의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해 사업 일정을 단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공동시행사업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고래 싸움에 새우들도 혼란을 느끼며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의 형국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서울시(장)의 옹고집에 늘어만 가는 정비사업의 곡소리가 언제쯤 끝나게 될지, 다음 달로 예정된 기준(안) 등의 고시와 그 후폭풍에 유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조합-건설사 간 공동시행을 하더라도 시공자 선정은 시장(市場)의 기대와 달리 `건축심의 이후`에나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행정예고를 통해 이같이 밝힌 데다 원안대로 고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의 행보는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반기를 드는 격이기 때문에 일선 조합ㆍ추진위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건축심의 이후`"
공개된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안)`ㆍ`공동사업시행 표준협약서(안)` 살펴보니…
지난 11일 서울시는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안)`과 `공동사업시행 표준협악서(안)`을 행정예고 했다.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은 조합이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시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에 관한 규정이며, 공동사업시행 표준협약서는 공동사업시행 협약서 작성 시 표준(안)으로 적용하게 된다. 예고는 이달 31일까지 이뤄지며,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9월 중 최종 고시될 예정이다.
예고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지원제도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이후` 선정하던 시공자는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건축심의 이후`에 선정할 수 있게 된다(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 제17조제1항).
아울러 시는 건축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건설업자들이 공사 단가 등을 제시해 내역 입찰 하도록 해서 조합원들이 공정한 기준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시공자 선정 전후 공사비가 무분별하게 증액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시 측은 설명했다.
이외에도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안)`에는 시공자 선정 시기와 함께 사업비 조달, 사업 추진에 따른 업무 분담, 용역 업체 선정, 사업비 진행 등 공동사업시행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공사비 외에 조합 운영비, 용역비, 토지 보상비, 이주비 등 사업비는 통상 시공자가 조합에 빌려주는 대여 방식으로 조달한다. 서울시는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입찰 시 건설업자가 이율 조건, 대여 기간 및 주체 등을 담은 조달계획을 제시하도록 해 경쟁을 통해 대여금 조건이 결정돼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했다.
건설업자가 조합에 빌려주는 사업비는 건설업자가 직접 차입해 조합에 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대여 기간 초과 시 이자는 조합과 건설업자가 공동 부담하도록 했다. 건설업자가 지급보증 해 조합이 직접 자금을 차입하는 경우 입찰 시 건설업자가 제시한 이율을 초과하는 대출이자는 건설업자가 부담하도록 해 조합(원)의 부담 경감이 기대된다고 시 측은 밝혔다.
사업 추진에 따른 업무 분담과 관련해서 조합은 조합 운영, 용역 업체 선정, 인허가, 이주 및 토지 수용, 분양 업무, 공사 감리ㆍ감독, 각종 등기, 공부 정리 및 납세 업무를 담당하고 건설업자는 용역 업체 선정 지원 및 관리, 이주 지원 및 철거, 일반분양 지원, 시공, 입주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한다.
용역 업체 선정은 공동사업시행 협약 이후 조합에서 용역 업체 선정 시 건설업자가 공동사업시행자로서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도와 중복 여부 등을 확인 후 의견을 제시해 꼭 필요한 용역을 적정 용역비에 발주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비 집행은 조합과 건설업자가 공동 명의 통장을 개설하고 자금 집행 시 조합과 건설업자가 공동 집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건설업자가 자사 브랜드 홍보를 위해 사업시행계획 등의 변경을 수반하는 입찰 제안을 할 경우 변경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합이 부담해 오던 관행을 깨고 건설업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제도무용론` 넘어 `규제막장론`까지 등장… 상위 규범과 충돌, 또 도마 위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 현장 "자꾸 터져 곪을 지경"
법 위에 군림하는 서울시? `박원순 독주회`는 계속된다?!
이처럼 기준(안)은 공동사업시행과 관련한 광범위하고도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시장(市場)의 관심은 온통 `공동사업시행자의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이후로 못 박은 데`에 쏠려 있다.
특히 공동사업시행의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이번 조치에 대해 시장은 싸늘하다 못해 차가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시공자 선정 시기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정하고 있는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환원하려던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계획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어 시공자 조기 선정을 기대하던 일선 조합ㆍ추진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공동사업시행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제도 자체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제도무용론`에서부터 서울시의 발목 잡기가 막장에 도달했다는 `규제막장론`까지 등장한 상태다. 정부-서울시 간 충돌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했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표현은 이제 "하도 터지다 보니 등에서 피고름이 난다"는 표현으로 변형될 판이라고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준(안)은 예정대로 고시될 전망이다. 전례에 비춰 볼 때 시가 여론에 떠밀려 정책을 바꾼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른바 박원순 식 `마이웨이(My Way)`는 이미 식상하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행정예고(안)대로 고시`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은 점점 격화되는 모양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위 규범과의 충돌 문제다. 지난해 9월 개정돼 올 3월 시행에 들어간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 제77조의4제8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제16조에 따라 조합을 설립한 경우에는 조합원을 말한다)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제11조제1항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다만, 제1호의 경우에는 해당 건설업자를 시공자로 본다`면서 제1호에 `조합이 제8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건설업자와 공동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로서 조합과 건설업자 간 협약을 체결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제11조제1항은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정하고 있다.
이에 업계 한쪽에서는 서울시가 또다시 초법적인 행정을 펴고 있다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번 행정예고는 도시정비법에 명시된 조합-건설사 간 공동사업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뒤로 미뤘을 뿐만 아니라 도시정비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해 정비사업의 활성화를 막는 꼴이 됐다"며 "이쯤 되면 서울시가 관내 정비사업 활성화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그래서? 우린 아랑곳하지 않는다`로 요약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도시정비법 제77조의4제7항에 근거해서 사실상 같은 법 제11조제1항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공공지원제도 시행을 위한 시공자 선정 시기 등을 시ㆍ도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했는데, 시는 이를 근거로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개정해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못 박아 놓은 상태다. 이미 법에 그렇게 하라고 돼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입장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법을 잘못 만든 입법부를 성토하는 동시에 이참에 법을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요원하다는 게 유관 업계 중론이다. 박 시장에 우호적인 야당에 국회가 장악된 데다 여야 모두 지금 당장 입법을 추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사드(THAADㆍ종말 고고도 지역방어 체제), 우병우 파문, 정운호 게이트, 추경 등을 둘러싸고 대립 중이다. 정부 입법 형태로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게 뻔하다. 설령 개정되더라도 온전히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개정된 법이 시행돼도 서울시가 이를 순순히 따른다는 보장도 없다.
서울시가 시공자 선정 시기를 정부의 바람과 달리 조금이라도 더 늦추려 하는 `명분`도 개정 동력을 약하게 한다. 서울시는 공동시행 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이후로 못 박은 이유로 `설계도면과 공사 단가 등이 제시된 상황이어야 공정한 선정이 가능하고 공사비가 과도하게 증액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주거사업기획관 공공지원실행팀 관계자는 "기본적인 사업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은 건설사로 하여금 쉽게 공사비를 부풀리게 만드는 유인이 된다"면서 "이 같은 점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합-건설사 간 공동사업시행 시 시공자 선정을 조합설립인가 후로 당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서울시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지난 3월 시행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조합-건설사가 공동사업시행 시 시공자 선정을 앞당겨서 초기 사업비를 용이하게 쓸 수 있게 하는 등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함에도 서울시는 이 같은 취지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법률 자문을 거친 결과, 도시정비법에서 앞당겨 놓은 것을 서울시 조례로 다시 뒤로 미룬 점은 상위 규범 위배 소지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12일 `서울시 행정예고가 도시정비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시에 발송했으며, 현재 협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고 밝혔다.
양측의 `핑퐁 게임`에 현장의 입장도 엇갈리는 형국이다. 애초부터 공동사업시행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이번 서울시 결정으로 차질을 빚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과 건축심의 단계에 도달해 서울시 기준(안)대로 건축심의 이후에 시공자를 뽑겠다는 구상까지 다양하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 김주훈 조합장은 "강남 재건축 사업장들은 사업성이 높기 때문에 이익을 나누는 `공동시행` 방식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조합설립인가 이후도 아니고 건축심의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은 사업 초기부터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다 된 밥상에 젓가락만 올리는 격`이 될 것인 만큼 조합과 건설사 모두 이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배13구역 재건축 조합 성흥구 조합장은 "정부 안과 서울시 안은 모두 다 실효성이 없다. 조합-건설사 공동시행 시 상호 이익도 동등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책으로는 동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면서 "그나마 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든 서울시 정책 때문에 차질을 빚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다"고 예측했다.
한신4지구 재건축 조합 김학규 조합장은 "우리는 공공관리제도에 적용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 그보다는 건축심의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해 사업 일정을 단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공동시행사업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고래 싸움에 새우들도 혼란을 느끼며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의 형국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서울시(장)의 옹고집에 늘어만 가는 정비사업의 곡소리가 언제쯤 끝나게 될지, 다음 달로 예정된 기준(안) 등의 고시와 그 후폭풍에 유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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