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조현우 기자] 우리나라가 저출산ㆍ고령화, 1인 가구 증가와 저성장 시대로 들어서면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거의 질적 향상, 보편적 주거 복지, 도시재생이 현 국가정책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도시를 재생하고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2040년에는 서울 시내 주거지의 1/2 이상이 노후 주택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아파트 약 164만 가구 중 14%(약 23만 가구)였던 도시재정비 대상이 2040년에는 89%(약 146만 가구)까지 높아진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이 방치되면서 빈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거지 내 빈집이 한 채 발생하면 범죄 발생 증가로 치안 불안, 공중위생 악화, 지역 이미지 및 경관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시재정비업계에서도 재개발ㆍ재건축 등 대규모 정비사업의 추진이 지연ㆍ중단되는 사례가 늘면서 빈집의 수와 이로부터 기인하는 각종 사회문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업계는 문제 해결을 위한 빈집 및 제도 정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 올 연말 제정 예정인 관계 법령이 빈집 문제의 해결사가 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본보는 빈집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어디까지 이뤄졌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빈집 증가세 가속화… 전국 107만 가구 육박, 서울은 사상 `최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총 주택은 1636만7000호인데 이 가운데 빈집은 106만9000호에 달해 전체 주택의 6.5%가 비어 있다. 1990년 당시 19만7000호에 그쳤던 빈집의 수가 1995년 36만5000호, 2000년 51만3000호, 2005년 72만8000호, 2010년 81만9000호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비수도권이 79만8000호로, 수도권이 27만1000호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별로 나눠 보면 단독주택이 26만1000호(24.4%), 아파트가 57만2000호(53.5%)로 조사됐는데, 5년 전과 비교해 단독주택은 6만 호 줄었고, 아파트는 20만3000호 늘었다.
이처럼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대규모 정비사업이 속속 진행되면서 그에 따른 이주 증가와 철거 지연으로, 다른 하나는 신도시 등 개발사업으로 해당 지역 수요를 뛰어넘는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빈집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는 세종시(20.3%)로 나타났고 이어 전남(13.8%)ㆍ경북(10.9%) 순이었다. 다만 수도권ㆍ세종시 등의 미분양 아파트와 달리, 전북ㆍ전남ㆍ경북ㆍ경남은 빈집 가운데 40% 이상이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인 `폐가` 수준으로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에 분포한 빈집 10만3000호 가운데 5만1000호가 30년 이상 노후 주택으로 나타나, 노후 주택 비율이 49%에 달했다.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최대 시장(市場)인 서울시의 경우에는 빈집의 수가 사상 최대 규모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돼 시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상수도사업본부와 협력해 지난해 6개월 이상 기본요금만 부과된 세대수를 파악해 추정한 결과 서울 시내 빈집이 1만50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실제 빈집이 현재 알려진 수준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데 있다는 지적이다. 빈집은 그 특성상 매매나 임대차 거래처럼 집계가 쉽지 않고 매년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빈집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도시환경 전문가들은 전월세난으로 도심 빈집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집주인 고령화, 정비사업 지연 등으로 도시 외곽의 빈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비가시적` 빈집의 수를 늘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 주민 "수리도, 철거도, 매매ㆍ임차도 다 안 돼 `속수무책`"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 官도 `무대책` 그 사이 빈집은 또 쌓이고…
장기간 방치된 빈집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빈집이 증가함에 따라 주거환경 악화와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각종 안전사고와 범죄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데 있다.
게다가 빈집은 통상 `주인은 있지만 방치된 집`이란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고, 설령 나서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다. 주인이 있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당국이 매매, 임차, 수리 등을 할 수 없다. 법적 미비만 탓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방치된 폐가는 자연스레 쓰레기장, 우범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거주민은 물론이거니와 낮에도 유동 인구가 드물다 보니 각종 안전사고 발생 시에 구조 혹은 대처도 늦을 수밖에 없다.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진 정비구역 내 단독ㆍ다세대주택 및 그 주변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지역은 인적이 드물고 숨을 곳이 많아 범죄 장소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가출 청소년의 아지트 또는 범죄자의 은신처로 사용되기도 한다.
본보 취재 결과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재개발 구역은 3년 전 노후 주택을 모두 헐어 내고 새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거주하던 마을 주민들은 집을 비우고 떠났고 어느새 두 집 건너 한 집은 마치 흉가처럼 변했다. 이곳의 한 주민은 "가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출입을 통제하려고 해도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고 인근 주민들조차 접근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도 방치된 재개발 구역 등이 `치안 사각지대`로 변하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빈집은 비행 청소년, 노숙자, 범죄자 등이 자연스레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 "순찰을 강화하곤 있지만 해가 지날수록 늘어만 가는 데다 예산ㆍ인력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 계도를 하더라도 그때뿐인 경우가 많아 경찰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심각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빈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집주인이 나서서는 것인데 이 또한 돈이 드는 일이라 큰 기대를 갖기 힘들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렇다고 법적 근거도 없이 세금을 투입하자니 책임론 탓에 공공이 나서기도 쉽지 않다. 지방의회와 국회를 탓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인기 있는 입법 과제도 아닐뿐더러 `의원님`께서 관심을 두더라도 `당`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고, 같은 당 의원을 설득하더라도 여당 혹은 야당이란 거대한 벽이 존재한다. 어렵게 회부돼 입법 절차를 밟더라도 쟁점 법안에 밀리기 십상이다. 그렇게 차일피일 처리가 미뤄지다가 선거라도 맞닥뜨리면 의회 한쪽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게 된다. 그렇게 회기가 끝나면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처럼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 사이 빈집은 하나둘씩 늘어만 간다. 특히 재개발사업은 경기 흐름이나 토지등소유자-시공자 등 이해관계인 간 갈등 때문에 중단 또는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不知其數ㆍ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음)다. 그만큼 빈집의 수도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빈집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공가(空家) 밀집 지역의 개발사업을 하루속히 끝내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스테디셀러`인 강남 재건축과 마포ㆍ성동구 등 강북 지역의 일부 한강변 재개발과 달리 대다수 비(非)강남 지역의 재개발사업은 이렇다 할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정 당국의 `변덕` 혹은 지자체장의 `입맛`에 따라 개발사업이 춤을 추다 보니 천혜의 입지를 갖고 있더라도 답보 상태에 빠지는 곳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용산구 한남뉴타운이 그러하고, 종로구 무악2구역이 그러하지 않았는가.
마지막 희망은 「빈집 등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
당정, 오는 12월 목표로 입법 추진 중… 지자체 책임 증대에 `방점`
사정이 이러하자 도시재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빈집 문제를 사회문제로 정확히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빈집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일부 지자체는 자발적으로 조례에 근거해 빈집ㆍ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빈집 정비사업을 총괄하는 법규가 미비해 국비 지원 등 정부의 체계적 지원을 받기 어려우며, 법으로부터 빈집 철거 권한도 부여 받지 못해 효과적인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연내 통과를 목표로 「빈집 등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특례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법안은 각 자치구가 책임지고 관내 빈집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계획을 수립해 실행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위원장 이헌승 의원이 지난달(8월) 11일 대표발의 한 빈집특례법(안)에 따르면 빈집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등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6개월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단, 미분양 주택 등 제외)으로, 이를 개량 또는 철거하거나 효율적으로 관리ㆍ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빈집 정비사업`이라고 정의했다(안 제2조).
또한 법안이 시장ㆍ군수 등이 빈집 또는 빈집으로 추정되는 주택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빈집 출입 등으로 손실을 입은 자가 있는 경우 협의를 통해 손실을 보상할 수 있게 했다(안 제4조).
이외에도 빈집특례법은 시장ㆍ군수 등이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빈집 정비계획 수립ㆍ시행이 가능하고(안 제7조), 빈집을 경수선, 증개축, 철거, 철거 후 주택 건설 또는 기반시설 설치하는 방법을 명확히 했다(안 제8조).
아울러 소규모 정비사업을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재건축사업으로 개편하고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 이관해(안 제2조), 자율주택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 2명 이상이 시행할 수 있게 하고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사업은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20명 미만인 경우 주민합의체를 구성해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안 제13조)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빈집 정비사업 및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해 도시정비법보다 우선 적용해 현지개량방식의 정비구역에서 시장ㆍ군수 등의 허가 절차 없이 사업시행 가능한 내용(안 제3조) ▲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으로 빈집 정비사업과 소규모 정비사업의 보조 융자와 건축 특례 등을 제공하는 내용(안 제40~43조) ▲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대지 인근에 노상ㆍ노외 주차장 사용권 확보 시 주차장 설치 기준 완화와 공동이용시설ㆍ주민공동시설의 용적률 완화 내용(안 제43~44조)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 측은 "빈집 정비사업을 위한 체계적인 법규를 마련해 노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빈집 및 소규모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아 원활하게 추진돼 지역사회에서 빈집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입법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특례법에 대한 보완 및 수정 필요… 향후 3개월에 법안 실효성 확보 달려"
한편 지난 22일에는 이헌승 의원 주최,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원장 손경환) 주관으로 빈집특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선 특례법의 제정 목적과 주요 내용이 발표되고, 각계각층의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특히 학계 전문가들과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빈집의 용어 정의를 명확히 하고 공가(空家)와 폐가(廢家)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빈집 및 소규모 정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주택도시기금 지원의 활성화와 공공지원 확대가 불확실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택정비과 강태석 과장은 "빈집의 정의와 법안의 명칭에 대해 검토하고 실태조사 기관을 시행령에서 마련하겠다"며 "정부가 정확한 역할 보조 및 융자 지원이 확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지원 기구 역할에 대해 검토하고 「농어촌정비법」과 연계하거나 중복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3개월 안에 이뤄질 빈집특례법의 제정과 관련 움직임이 늘어만 가는 빈집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주춧돌`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유경제=조현우 기자] 우리나라가 저출산ㆍ고령화, 1인 가구 증가와 저성장 시대로 들어서면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거의 질적 향상, 보편적 주거 복지, 도시재생이 현 국가정책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도시를 재생하고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2040년에는 서울 시내 주거지의 1/2 이상이 노후 주택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아파트 약 164만 가구 중 14%(약 23만 가구)였던 도시재정비 대상이 2040년에는 89%(약 146만 가구)까지 높아진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이 방치되면서 빈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거지 내 빈집이 한 채 발생하면 범죄 발생 증가로 치안 불안, 공중위생 악화, 지역 이미지 및 경관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시재정비업계에서도 재개발ㆍ재건축 등 대규모 정비사업의 추진이 지연ㆍ중단되는 사례가 늘면서 빈집의 수와 이로부터 기인하는 각종 사회문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업계는 문제 해결을 위한 빈집 및 제도 정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 올 연말 제정 예정인 관계 법령이 빈집 문제의 해결사가 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본보는 빈집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어디까지 이뤄졌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빈집 증가세 가속화… 전국 107만 가구 육박, 서울은 사상 `최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총 주택은 1636만7000호인데 이 가운데 빈집은 106만9000호에 달해 전체 주택의 6.5%가 비어 있다. 1990년 당시 19만7000호에 그쳤던 빈집의 수가 1995년 36만5000호, 2000년 51만3000호, 2005년 72만8000호, 2010년 81만9000호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비수도권이 79만8000호로, 수도권이 27만1000호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별로 나눠 보면 단독주택이 26만1000호(24.4%), 아파트가 57만2000호(53.5%)로 조사됐는데, 5년 전과 비교해 단독주택은 6만 호 줄었고, 아파트는 20만3000호 늘었다.
이처럼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대규모 정비사업이 속속 진행되면서 그에 따른 이주 증가와 철거 지연으로, 다른 하나는 신도시 등 개발사업으로 해당 지역 수요를 뛰어넘는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빈집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는 세종시(20.3%)로 나타났고 이어 전남(13.8%)ㆍ경북(10.9%) 순이었다. 다만 수도권ㆍ세종시 등의 미분양 아파트와 달리, 전북ㆍ전남ㆍ경북ㆍ경남은 빈집 가운데 40% 이상이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인 `폐가` 수준으로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에 분포한 빈집 10만3000호 가운데 5만1000호가 30년 이상 노후 주택으로 나타나, 노후 주택 비율이 49%에 달했다.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최대 시장(市場)인 서울시의 경우에는 빈집의 수가 사상 최대 규모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돼 시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상수도사업본부와 협력해 지난해 6개월 이상 기본요금만 부과된 세대수를 파악해 추정한 결과 서울 시내 빈집이 1만50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실제 빈집이 현재 알려진 수준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데 있다는 지적이다. 빈집은 그 특성상 매매나 임대차 거래처럼 집계가 쉽지 않고 매년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빈집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도시환경 전문가들은 전월세난으로 도심 빈집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집주인 고령화, 정비사업 지연 등으로 도시 외곽의 빈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비가시적` 빈집의 수를 늘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 주민 "수리도, 철거도, 매매ㆍ임차도 다 안 돼 `속수무책`"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 官도 `무대책` 그 사이 빈집은 또 쌓이고…
장기간 방치된 빈집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빈집이 증가함에 따라 주거환경 악화와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각종 안전사고와 범죄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데 있다.
게다가 빈집은 통상 `주인은 있지만 방치된 집`이란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고, 설령 나서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다. 주인이 있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당국이 매매, 임차, 수리 등을 할 수 없다. 법적 미비만 탓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방치된 폐가는 자연스레 쓰레기장, 우범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거주민은 물론이거니와 낮에도 유동 인구가 드물다 보니 각종 안전사고 발생 시에 구조 혹은 대처도 늦을 수밖에 없다.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진 정비구역 내 단독ㆍ다세대주택 및 그 주변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지역은 인적이 드물고 숨을 곳이 많아 범죄 장소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가출 청소년의 아지트 또는 범죄자의 은신처로 사용되기도 한다.
본보 취재 결과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재개발 구역은 3년 전 노후 주택을 모두 헐어 내고 새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거주하던 마을 주민들은 집을 비우고 떠났고 어느새 두 집 건너 한 집은 마치 흉가처럼 변했다. 이곳의 한 주민은 "가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출입을 통제하려고 해도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고 인근 주민들조차 접근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도 방치된 재개발 구역 등이 `치안 사각지대`로 변하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빈집은 비행 청소년, 노숙자, 범죄자 등이 자연스레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 "순찰을 강화하곤 있지만 해가 지날수록 늘어만 가는 데다 예산ㆍ인력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 계도를 하더라도 그때뿐인 경우가 많아 경찰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심각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빈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집주인이 나서서는 것인데 이 또한 돈이 드는 일이라 큰 기대를 갖기 힘들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렇다고 법적 근거도 없이 세금을 투입하자니 책임론 탓에 공공이 나서기도 쉽지 않다. 지방의회와 국회를 탓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인기 있는 입법 과제도 아닐뿐더러 `의원님`께서 관심을 두더라도 `당`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고, 같은 당 의원을 설득하더라도 여당 혹은 야당이란 거대한 벽이 존재한다. 어렵게 회부돼 입법 절차를 밟더라도 쟁점 법안에 밀리기 십상이다. 그렇게 차일피일 처리가 미뤄지다가 선거라도 맞닥뜨리면 의회 한쪽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게 된다. 그렇게 회기가 끝나면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처럼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 사이 빈집은 하나둘씩 늘어만 간다. 특히 재개발사업은 경기 흐름이나 토지등소유자-시공자 등 이해관계인 간 갈등 때문에 중단 또는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不知其數ㆍ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음)다. 그만큼 빈집의 수도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빈집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공가(空家) 밀집 지역의 개발사업을 하루속히 끝내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스테디셀러`인 강남 재건축과 마포ㆍ성동구 등 강북 지역의 일부 한강변 재개발과 달리 대다수 비(非)강남 지역의 재개발사업은 이렇다 할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정 당국의 `변덕` 혹은 지자체장의 `입맛`에 따라 개발사업이 춤을 추다 보니 천혜의 입지를 갖고 있더라도 답보 상태에 빠지는 곳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용산구 한남뉴타운이 그러하고, 종로구 무악2구역이 그러하지 않았는가.
마지막 희망은 「빈집 등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
당정, 오는 12월 목표로 입법 추진 중… 지자체 책임 증대에 `방점`
사정이 이러하자 도시재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빈집 문제를 사회문제로 정확히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빈집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일부 지자체는 자발적으로 조례에 근거해 빈집ㆍ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빈집 정비사업을 총괄하는 법규가 미비해 국비 지원 등 정부의 체계적 지원을 받기 어려우며, 법으로부터 빈집 철거 권한도 부여 받지 못해 효과적인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연내 통과를 목표로 「빈집 등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특례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법안은 각 자치구가 책임지고 관내 빈집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계획을 수립해 실행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위원장 이헌승 의원이 지난달(8월) 11일 대표발의 한 빈집특례법(안)에 따르면 빈집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등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6개월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단, 미분양 주택 등 제외)으로, 이를 개량 또는 철거하거나 효율적으로 관리ㆍ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빈집 정비사업`이라고 정의했다(안 제2조).
또한 법안이 시장ㆍ군수 등이 빈집 또는 빈집으로 추정되는 주택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빈집 출입 등으로 손실을 입은 자가 있는 경우 협의를 통해 손실을 보상할 수 있게 했다(안 제4조).
이외에도 빈집특례법은 시장ㆍ군수 등이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빈집 정비계획 수립ㆍ시행이 가능하고(안 제7조), 빈집을 경수선, 증개축, 철거, 철거 후 주택 건설 또는 기반시설 설치하는 방법을 명확히 했다(안 제8조).
아울러 소규모 정비사업을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재건축사업으로 개편하고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 이관해(안 제2조), 자율주택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 2명 이상이 시행할 수 있게 하고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사업은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20명 미만인 경우 주민합의체를 구성해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안 제13조)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빈집 정비사업 및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해 도시정비법보다 우선 적용해 현지개량방식의 정비구역에서 시장ㆍ군수 등의 허가 절차 없이 사업시행 가능한 내용(안 제3조) ▲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으로 빈집 정비사업과 소규모 정비사업의 보조 융자와 건축 특례 등을 제공하는 내용(안 제40~43조) ▲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대지 인근에 노상ㆍ노외 주차장 사용권 확보 시 주차장 설치 기준 완화와 공동이용시설ㆍ주민공동시설의 용적률 완화 내용(안 제43~44조)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 측은 "빈집 정비사업을 위한 체계적인 법규를 마련해 노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빈집 및 소규모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아 원활하게 추진돼 지역사회에서 빈집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입법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특례법에 대한 보완 및 수정 필요… 향후 3개월에 법안 실효성 확보 달려"
한편 지난 22일에는 이헌승 의원 주최,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원장 손경환) 주관으로 빈집특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선 특례법의 제정 목적과 주요 내용이 발표되고, 각계각층의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특히 학계 전문가들과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빈집의 용어 정의를 명확히 하고 공가(空家)와 폐가(廢家)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빈집 및 소규모 정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주택도시기금 지원의 활성화와 공공지원 확대가 불확실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택정비과 강태석 과장은 "빈집의 정의와 법안의 명칭에 대해 검토하고 실태조사 기관을 시행령에서 마련하겠다"며 "정부가 정확한 역할 보조 및 융자 지원이 확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지원 기구 역할에 대해 검토하고 「농어촌정비법」과 연계하거나 중복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3개월 안에 이뤄질 빈집특례법의 제정과 관련 움직임이 늘어만 가는 빈집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주춧돌`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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