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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엇갈린 운명… 리모델링 ‘울고’ 재건축 ‘웃고
repoter : 유준상 기자 ( Lostem_bass@naver.com ) 등록일 : 2016-09-30 15:28:14 · 공유일 : 2016-09-30 20:02:35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지금으로부터 18일 전,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강진의 여파가 우리 생활 전반을 바꿔 놓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문화재를 비롯해 수많은 가옥이 훼손되면서 건축물 안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이전과는 사뭇 달라지는 모양새다. 이전까지는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건 직후에만 `깜짝` 관심을 가졌지만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몸소 느낀 현재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추진돼 오던 리모델링과 재건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내력벽 철거 허용 결정을 유보한 정부의 방침에 타격을 입은 `리모델링`은 안전 문제가 불거지며 `치명상`을 입는 분위기다. 반면 전면 철거-신축을 골자로 하는 `재건축`은 내진설계에 충실한 건축이 수월하다는 측면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안전에 취약한 국내 건축물의 민낯 드러낸 `경주 지진`
전체 건물 내진율 `6.7%`… 내진설계 의무 대상 건물 중 `47.2%`만 적용
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 경주 남남서쪽 8.2km 부근에서 발생한 5.1 규모의 지진이 경주 일대를 뒤흔들었다. 이어 오후 8시 33분에 발생한 5.8 규모의 본진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지진 가운데 가장 강했다. 첨성대와 불국사 대웅전을 비롯한 수많은 문화재와 가옥, 담장 등이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이번 지진은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국내 건축물들의 저조한 내진율과 내진 성능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실제로 이달 13일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 받은 `민간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등록된 전국 민간 건축물 679만4446동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은 45만5514동으로, 내진율이 6.7%에 불과했다.
특히 지진 위험 지대인 경남, 부산, 울산 등지는 이 같은 비율이 각각 5.16%, 6.86%, 11.81%에 불과해 충격을 주고 있다. 내진 확보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12.47%), 가장 낮은 지역은 전남(2.11%)으로 나타났다.
건축물 내진설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일찍이 지진 시 피해 수준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동주택 위주로 내진설계를 적용한바 있다. 1988년 「주택법」이 시행되면서 지상 6층 이상, 총면적 10만 ㎡ 이상 공동주택은 지진 수위 난도가 진도 5 수준으로 내진설계가 이뤄졌으며, 2005년에는 3층 이상, 총면적 1000㎡ 이상까지 범위가 확대, 지진 수위 난도는 진도 6.5~7 수준까지 개선됐다.
하지만 본보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건축정책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내진설계가 의무 적용된 공동주택에 실제로 설계가 적용된 비중은 절반이 채 안 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 분석에 따르면 아파트, 다세대ㆍ다가구주택 등 공동주택 40만58동(지난해 12월 기준) 중 3층, 500㎡ 이상 건축물이 36만989동이며, 그중 내진설계 확보 수는 17만1172동으로 내진율이 47.2%에 그쳤다. 이는 곧 내진설계가 적용된 공동주택이라 하더라도 2005년 이전에 설계 허가를 받았다면 지진 수위 난도가 진도 5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토부 자료상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공동주택 중 준공된 지 15년이 넘은 주택 비율이 60% 이상인 점은 이 같은 추론이 단지 추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열악한 국내 내진 실태의 참담한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 지진은 리모델링도 흔들었다!
내력벽 철거 허용 유보로 `한 방` 지진으로 `또 한 방`… 연이은 악재로 갈 곳 잃어
이런 상황에서 여론이 건축물의 내진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는 쪽으로 쏠리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기존 건축물을 보수ㆍ보강하거나 새로 짓는 도시재정비사업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주택법」에 의해 시행되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이라는 게 유관 업계 중론이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내진 실태가 대부분 열악한 상황인 데다 기존 골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시공 과정 가운데 진도 6 이상의 최신 내진설계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2014년 4월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증축형 리모델링` 중 선호도가 가장 높은 `수직증축` 기법의 경우 건축물 전체 하중에 부담이 가는 것으로 알려져 강진 발생 시 가장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치명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를 둘러싸고 민관 사이에 견해차가 생기면서 리모델링은 당분간 추진 동력을 잃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22일 국토부는 지진과 관련해 건축물의 구조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건축법」 일부 개정안 등 관계 법령을 입법예고 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현행 수준(3층 이상, 총면적 500㎡ 이상)에서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까지 확대 ▲기존 건축물을 내진 보강하는 경우 건폐율, 용적률, 대지 안의 공지, 높이 기준 완화 등 인센티브 부여 ▲건축물대장에 해당 건축물의 내진설계 여부 표시 등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지난 27일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건축법」 개정의 주요 취지는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저층 주택에까지 이를 확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미 내진 설비가 갖춰진 기존 공동주택의 경우에도 내진설계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으며, 인센티브를 적용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내진설계 방식의 근본적인 변경보다는 내진율 제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리모델링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상황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나치게 `양적 제고(내진율 높이기)`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내진설계의 `질적 제고(내진설계 강화 및 대상 확대, 실제 적용)`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또다시 `눈에 보이는` 숫자만 올리는 데 급급한 모습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내진율 높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내진 설비의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은 하나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실질적으로 리모델링 단지에 최신 내진 설비를 갖출 수 있는지 여부 등 유관 업계와 이에 관심이 있는 상당수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해 불안감만 가중시킨 꼴이어서 많은 이들이 리모델링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공동주택 내력벽 철거 허용 결정 유보`로 인해 부각된 `리모델링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지진과 맞물려 그러한 인식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은 리모델링업계에게 `회복하기 힘든 오점`을 남기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한국리모델링협회 이동훈 건축사는 "정부는 내력벽 철거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철거보다 내력벽 보강이 더 많이 되면서 외려 안전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지진에 대한 대항력도 높인다. 낡은 아파트의 리모델링에 내진설계를 도입해 수치상으로 내진율 6.5~7을 기록한다고 해서 실제 내구성이 강화된다고 보면 오산이다. 내력벽 보강으로 전체적으로 내진설계가 강화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는데 그러한 가능성을 이번에 차단해 버린 것이다. 내력벽 철거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그렇게 중요시하던 정부가 정작 실질적으로 내진설계가 필요한 다수의 공동주택 보강에 대해서는 안일한 인식을 보여주면서 그동안의 행적이 `모순`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 재건축은 `반사이익`
전면 철거 후 새로운 자재ㆍ공법으로 지어 안전도 확보에 `수월`
별도의 내진설계 절차 도입 필요 없고 허용연한 단축으로 `각광`
반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의해 추진되는 재건축은 반사이익을 받게 될 전망이다. 낡은 건물을 철거한 뒤 골조와 자재 등을 새로 투입해 짓는 공법이어서 리모델링과 달리 진도 6.5~7 수준의 지진 수위 난도가 적용된 내진설계 적용이 자유롭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정비사업 절차에 별도로 내진설계와 관련한 절차를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재건축을 부각시키는 한 요인이다. 지난 28일 국토부 주택정비과 하철호 주무관은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주택법」 개정안에 담긴 내진설계 인센티브 등 주요 혜택들은 정비사업에 자동 적용될 전망이다. 재건축 등 모든 정비사업은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건축법」 등 관계 법령의 적용을 받으며 새로 짓는 기법으로, 이를 준수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도시정비법상 별도로 안전진단이나 건축심의 단계서 내진설계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주 강진으로 인해 리모델링보다 안전 측면에서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재건축은 허용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되면서 더욱 각광 받을 것이란 관측이 쇄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7일 서울연구원 맹다미 도시공간연구위원은 "2040년께 서울 시내 주거지의 절반 이상이 건축연한 30년을 초과한 노후 주택들로 채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아파트의 89%가 재건축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지만 `연한`이 임박한 서울 시내 대형 재건축 단지들의 존재는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은 벌써부터 `매매 증가ㆍ가격 오름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장 눈에 띄는 지역이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다. 기존 세대수가 2만7000여 가구에 달하는 이곳 14개 단지는 2018년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만큼 재건축 추진을 위한 기본 구상안 수립에 한창이다. 노원구 상계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상계동 내 16개 주공아파트 중 8단지는 가장 먼저 재건축에 뛰어들어 이미 시공자를 확보한 상황이며 업계 등에 따르면 2ㆍ3ㆍ5단지도 내년에 연한이 도래함에 따라 관련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대표 부촌`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도 후속 주자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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