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서울 전역에는 652곳(지난 8월 31일 기준)에서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이하 2030 서울플랜)`을 통해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범위 내 주거지의 층수를 지상 최고 35층 이하로 규정하면서 시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그간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시의원의 다수 시정 질문 및 발언을 통해 대민 의견은 충분히 표출됐으므로 관련 전문가 등의 폭넓은 의견들이 모아진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데 업계의 중지가 모아지고 있다.
첫 한강변 층수 규제 `재검토` 토론회 개최
조합 "`상징성`은 있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한강변 35층 규제로 여전히 속병을 앓고 있는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생겨났다. 시의회가 규제 `재검토`를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이달 26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위원장 김정태ㆍ이하 도계위)에 따르면 도계위는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높이(층수) 규제 기준 재검토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일반 시민(조합), 시의원, 공무원, 학계 관계자 등 총 300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는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한강변 층수 규제 문제와 관련해선 ▲도시경관의 저해 요인 제공 ▲주민 삶의 질 저하 유발 ▲(시민ㆍ전문가 등) 사회적 공론화 부족 ▲재생사업 지연으로 민원 폭등 ▲전문가의 위법 의견 등이 거론됐다. 특히 패널로 참가한 전문가들은 층수 기준의 합당성, 규제의 적절성, 도시경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상 이번 토론회를 주재한 서울시의회 이석주 의원(새누리당ㆍ강남3)은 지난 3년간 한강변 층수 규제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꾸준히 시에 조치를 요구해 왔다. 이 의원은 "문제가 되고 있는 `2030 서울플랜`에 대해 법적 근거와 수립 기준, 국토교통부 수립 지침, 국내와 세계 대도시 기본계획 비교 분석 및 법률 전문가 자문 등을 모두 검토해 봐도 서울시처럼 최고 층수까지 규제하는 사례는 없었다. 주거지 높이 35층 규제는 충분한 근거도 없고, 도시경관을 외려 퇴보시킬 것"이라며 "설계 차별화로 명품 아파트 단지임이 인정된다면 높이 인센티브를 확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봉희 주거환경연합 사무총장은 "현재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 수립 시 공람 및 의견 청취 절차를 진행하면서 높이 규제 부분에 대한 전문가의 심층적인 논의나 주민의 의견 수렴이 누락된 형식적인 진행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도시기본계획은 도시의 미래상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비(非)구속적인 장기 계획이다. 따라서 도시기본계획에서의 획일적인 높이 규제를 지양하고, 하위 실행 계획인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수립되는 지구단위계획ㆍ정비계획의 수립, 건축심의 시에 지구별, 단지별 특성에 맞는 높이 등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심부에서 역사적 경관을 고려한 높이 기준 등의 설정은 타당하지만, 도심부 이외의 지역에서 용도지역에 따른 높이 기준을 `획일적`으로 설정하기보다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정형 중앙대학교 교수의 의견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노승범 한양대학교 교수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의 취지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시에서 제시하는 대지의 용도별 공동주택 높이 규제에 대한 기준은 필요하다. 공동주택의 높이 규제를 통해 사업자의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개발로 파생될 수 있는 공공적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용적률과 높이 그리고 지역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도시재정비 정책 대원칙 불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 이래 처음으로 한강변 층수 규제 `재검토`를 위해 마련된 자리로서 상징성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특히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조합 관계자들은 `알맹이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조합 관계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토론회에 참가해 보니 다수 패널들이 표면적으로는 규제 완화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했으나, 은근슬쩍 규제의 양면성을 더욱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패널이 시와 관련돼 있는데, (규제 완화를) 강하게 밀고 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참관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창` 특별건축구역ㆍ건축물 디자인 혁신, 최고 층수 35층 `방패` 뚫을 수 있을까?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제2의 신반포1차(38층)` 꿈꾸며 기대감 높여… 은마아파트는 `50층`에 도전장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들은 업계 다수 전문가들이 모인 토론회를 통해서도 마땅히 대책이 없다는 전망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강변 35층 규제를 유일하게 무너뜨린 `특별건축구역` 방안과 최근 힘이 실리고 있는 `건축물 디자인 혁신` 방안이 재조명 받고 있다.
사실상 유일하게 한강변 35층 규제를 무력화시킨 서초구 신반포1차(재건축ㆍ현 `아크로리버파크`)의 사례로 널리 알려진 `특별건축구역`은 대지의 크기와 입지, 건축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운영의 묘를 발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만 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물의 높이 제한 등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적 특징을 갖고 있어 `2030 서울플랜`의 층수 규제를 법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의 신반포1차를 꿈꾸고 있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재건축)는 한강변 층수 규제 완화를 강력히 바라고 있는 현장 중 한 곳이다. 지난 26일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관련해 제반 안건이 오는 10월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후 시 건축심의를 거쳐 올해 말까진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서 우리 단지는 사전 심의에서 지상 최고 45층으로 사실상 확정 받아 이를 토대로 정비계획 수립을 마쳤으나, 한강변 35층 규제로 인해 1년이란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더불어 용적률까지 함께 묶어 버렸으니, 이를 해결하려는 동안 사업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특별건축구역을 적용해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 조합 입장에선 최상의 계획이지만 사업 지연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 방안을 통해 규제를 풀어 낸 사례도 아직까지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아 그 실효성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디자인 혁신 방안`은 시에서 층수 규제 완화의 취지로 계획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강변 층수 규제 완화의 또 다른 방편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층수 50층`을 꿈꾸며 도전장을 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최근 이러한 계획을 기반으로 설계자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당시 은마아파트 추진위 관계자는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아파트 최고 층수는 35층으로 제한되지만 최근 시가 디자인 혁신 방안을 통해 다채로운 디자인을 갖춘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설 경우 층수 규제 완화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외 설계자의 기술력을 도입키로 결정했다"면서 "우리 단지는 지상 최고 50층을 목표로 사업성을 제고하기 위해 설계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디자인도 도시경관"이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향후 은마아파트 추진위가 바라는 대로 정비구역 변경을 이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층수 완화 불가" 고수하는 서울시에 여론은 `싸늘`
업계 "`개별 현장 맞춤형 규제`로 궤도 수정 필요"
그러나 서울시가 `2030 서울플랜 불변`을 고수하고 있는 이상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와 은마아파트를 필두로 일선 현장이 꿈꾸는 층수 규제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열린 `서울시 공동주택 높이 규제 기준 재검토를 위한 토론회`에서 시의 입장을 대변한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 국장의 발언에서 서울시의 강경한 입장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김 국장은 "그동안 50층 이상의 초고층 개발이 아파트로 번지면서 무분별한 초고층 난립에 따른 우려와 갈등이 증폭돼 왔다"며 "사회적 형평성과 도시 공간 구조를 고려해 층수 제한 등 차등화한 기준이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35층`은 공동주택의 최대 개발 용적률(300%)과 고층 주거 단지의 개발 경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정 지역이 아닌 서울 전역의 주거지를 대상으로 제안된 수치"라며 "이 기준을 통해서도 충분히 쾌적하고 우수한 건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층수 제한을 수정ㆍ완화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단순히 단지 차원의 우수한 건축 디자인에 근거한 예외적 층수 완화에 대한 명분과 타당성은 없다는 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에 근거해 김 국장은 "높이 관리 원칙은 이런 기조에 따라 선언된 내용인 만큼 이를 준수하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서울시 입장을 확인한 여론은 시를 향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쾌적한 환경을 원했는데 또다시 답답한 성냥갑에 갇히게 생겼다", "한마디로 형편없는 행정이다. 각각 다른 용적률과 다른 조건들을 갖고 있는데 자로 선 긋듯 층수를 제한하면 경관을 살리고 디자인을 죽이겠다는 멍청한 행정 아닌가", "잠실 재건축 때 인위적인 시기 조정이 외려 독이 됐다. 그때를 생각하자"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다수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획일적인 규제는 도시경관에 좋지 않을뿐더러 각종 악영향을 초래해 결국 주민의 삶의 질 저하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창조경제`를 핵심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정부를 상대로 시가 창의성을 억누르는 획일적 규제로 맞서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정부와 서울시의 힘겨루기에 일선 현장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미 대다수 재개발ㆍ재건축 현장들은 두 고래(정부ㆍ서울시)의 싸움으로 극도의 혼란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향후 더 큰 사회적 파장이 일기 전에 정부와 시가 머리를 맞대 공익과 시민의 권익이 조화를 이루는 `접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하며, 특히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층수 규제 완화가 무분별한 고층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다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무조건 규제를 풀어 달라는 게 아닌 만큼 시도 뒤로 한 발 물러나서 개별 현장의 상황에 맞게끔 층수 규제를 수정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평균` 층수를 35층 이상으로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최고` 층수를 손질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단지 안에서도 다양한 스카이라인이 나올 수 있도록 시 심의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으므로 시로서도 충분히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서울 전역에는 652곳(지난 8월 31일 기준)에서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이하 2030 서울플랜)`을 통해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범위 내 주거지의 층수를 지상 최고 35층 이하로 규정하면서 시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그간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시의원의 다수 시정 질문 및 발언을 통해 대민 의견은 충분히 표출됐으므로 관련 전문가 등의 폭넓은 의견들이 모아진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데 업계의 중지가 모아지고 있다.
첫 한강변 층수 규제 `재검토` 토론회 개최
조합 "`상징성`은 있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한강변 35층 규제로 여전히 속병을 앓고 있는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생겨났다. 시의회가 규제 `재검토`를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이달 26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위원장 김정태ㆍ이하 도계위)에 따르면 도계위는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높이(층수) 규제 기준 재검토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일반 시민(조합), 시의원, 공무원, 학계 관계자 등 총 300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는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한강변 층수 규제 문제와 관련해선 ▲도시경관의 저해 요인 제공 ▲주민 삶의 질 저하 유발 ▲(시민ㆍ전문가 등) 사회적 공론화 부족 ▲재생사업 지연으로 민원 폭등 ▲전문가의 위법 의견 등이 거론됐다. 특히 패널로 참가한 전문가들은 층수 기준의 합당성, 규제의 적절성, 도시경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상 이번 토론회를 주재한 서울시의회 이석주 의원(새누리당ㆍ강남3)은 지난 3년간 한강변 층수 규제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꾸준히 시에 조치를 요구해 왔다. 이 의원은 "문제가 되고 있는 `2030 서울플랜`에 대해 법적 근거와 수립 기준, 국토교통부 수립 지침, 국내와 세계 대도시 기본계획 비교 분석 및 법률 전문가 자문 등을 모두 검토해 봐도 서울시처럼 최고 층수까지 규제하는 사례는 없었다. 주거지 높이 35층 규제는 충분한 근거도 없고, 도시경관을 외려 퇴보시킬 것"이라며 "설계 차별화로 명품 아파트 단지임이 인정된다면 높이 인센티브를 확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봉희 주거환경연합 사무총장은 "현재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 수립 시 공람 및 의견 청취 절차를 진행하면서 높이 규제 부분에 대한 전문가의 심층적인 논의나 주민의 의견 수렴이 누락된 형식적인 진행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도시기본계획은 도시의 미래상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비(非)구속적인 장기 계획이다. 따라서 도시기본계획에서의 획일적인 높이 규제를 지양하고, 하위 실행 계획인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수립되는 지구단위계획ㆍ정비계획의 수립, 건축심의 시에 지구별, 단지별 특성에 맞는 높이 등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심부에서 역사적 경관을 고려한 높이 기준 등의 설정은 타당하지만, 도심부 이외의 지역에서 용도지역에 따른 높이 기준을 `획일적`으로 설정하기보다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정형 중앙대학교 교수의 의견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노승범 한양대학교 교수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의 취지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시에서 제시하는 대지의 용도별 공동주택 높이 규제에 대한 기준은 필요하다. 공동주택의 높이 규제를 통해 사업자의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개발로 파생될 수 있는 공공적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용적률과 높이 그리고 지역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도시재정비 정책 대원칙 불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 이래 처음으로 한강변 층수 규제 `재검토`를 위해 마련된 자리로서 상징성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특히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조합 관계자들은 `알맹이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조합 관계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토론회에 참가해 보니 다수 패널들이 표면적으로는 규제 완화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했으나, 은근슬쩍 규제의 양면성을 더욱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패널이 시와 관련돼 있는데, (규제 완화를) 강하게 밀고 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참관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창` 특별건축구역ㆍ건축물 디자인 혁신, 최고 층수 35층 `방패` 뚫을 수 있을까?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제2의 신반포1차(38층)` 꿈꾸며 기대감 높여… 은마아파트는 `50층`에 도전장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들은 업계 다수 전문가들이 모인 토론회를 통해서도 마땅히 대책이 없다는 전망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강변 35층 규제를 유일하게 무너뜨린 `특별건축구역` 방안과 최근 힘이 실리고 있는 `건축물 디자인 혁신` 방안이 재조명 받고 있다.
사실상 유일하게 한강변 35층 규제를 무력화시킨 서초구 신반포1차(재건축ㆍ현 `아크로리버파크`)의 사례로 널리 알려진 `특별건축구역`은 대지의 크기와 입지, 건축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운영의 묘를 발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만 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물의 높이 제한 등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적 특징을 갖고 있어 `2030 서울플랜`의 층수 규제를 법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의 신반포1차를 꿈꾸고 있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재건축)는 한강변 층수 규제 완화를 강력히 바라고 있는 현장 중 한 곳이다. 지난 26일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관련해 제반 안건이 오는 10월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후 시 건축심의를 거쳐 올해 말까진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서 우리 단지는 사전 심의에서 지상 최고 45층으로 사실상 확정 받아 이를 토대로 정비계획 수립을 마쳤으나, 한강변 35층 규제로 인해 1년이란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더불어 용적률까지 함께 묶어 버렸으니, 이를 해결하려는 동안 사업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특별건축구역을 적용해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 조합 입장에선 최상의 계획이지만 사업 지연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 방안을 통해 규제를 풀어 낸 사례도 아직까지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아 그 실효성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디자인 혁신 방안`은 시에서 층수 규제 완화의 취지로 계획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강변 층수 규제 완화의 또 다른 방편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층수 50층`을 꿈꾸며 도전장을 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최근 이러한 계획을 기반으로 설계자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당시 은마아파트 추진위 관계자는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아파트 최고 층수는 35층으로 제한되지만 최근 시가 디자인 혁신 방안을 통해 다채로운 디자인을 갖춘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설 경우 층수 규제 완화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외 설계자의 기술력을 도입키로 결정했다"면서 "우리 단지는 지상 최고 50층을 목표로 사업성을 제고하기 위해 설계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디자인도 도시경관"이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향후 은마아파트 추진위가 바라는 대로 정비구역 변경을 이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층수 완화 불가" 고수하는 서울시에 여론은 `싸늘`
업계 "`개별 현장 맞춤형 규제`로 궤도 수정 필요"
그러나 서울시가 `2030 서울플랜 불변`을 고수하고 있는 이상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와 은마아파트를 필두로 일선 현장이 꿈꾸는 층수 규제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열린 `서울시 공동주택 높이 규제 기준 재검토를 위한 토론회`에서 시의 입장을 대변한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 국장의 발언에서 서울시의 강경한 입장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김 국장은 "그동안 50층 이상의 초고층 개발이 아파트로 번지면서 무분별한 초고층 난립에 따른 우려와 갈등이 증폭돼 왔다"며 "사회적 형평성과 도시 공간 구조를 고려해 층수 제한 등 차등화한 기준이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35층`은 공동주택의 최대 개발 용적률(300%)과 고층 주거 단지의 개발 경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정 지역이 아닌 서울 전역의 주거지를 대상으로 제안된 수치"라며 "이 기준을 통해서도 충분히 쾌적하고 우수한 건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층수 제한을 수정ㆍ완화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단순히 단지 차원의 우수한 건축 디자인에 근거한 예외적 층수 완화에 대한 명분과 타당성은 없다는 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에 근거해 김 국장은 "높이 관리 원칙은 이런 기조에 따라 선언된 내용인 만큼 이를 준수하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서울시 입장을 확인한 여론은 시를 향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쾌적한 환경을 원했는데 또다시 답답한 성냥갑에 갇히게 생겼다", "한마디로 형편없는 행정이다. 각각 다른 용적률과 다른 조건들을 갖고 있는데 자로 선 긋듯 층수를 제한하면 경관을 살리고 디자인을 죽이겠다는 멍청한 행정 아닌가", "잠실 재건축 때 인위적인 시기 조정이 외려 독이 됐다. 그때를 생각하자"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다수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획일적인 규제는 도시경관에 좋지 않을뿐더러 각종 악영향을 초래해 결국 주민의 삶의 질 저하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창조경제`를 핵심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정부를 상대로 시가 창의성을 억누르는 획일적 규제로 맞서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정부와 서울시의 힘겨루기에 일선 현장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미 대다수 재개발ㆍ재건축 현장들은 두 고래(정부ㆍ서울시)의 싸움으로 극도의 혼란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향후 더 큰 사회적 파장이 일기 전에 정부와 시가 머리를 맞대 공익과 시민의 권익이 조화를 이루는 `접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하며, 특히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층수 규제 완화가 무분별한 고층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다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무조건 규제를 풀어 달라는 게 아닌 만큼 시도 뒤로 한 발 물러나서 개별 현장의 상황에 맞게끔 층수 규제를 수정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평균` 층수를 35층 이상으로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최고` 층수를 손질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단지 안에서도 다양한 스카이라인이 나올 수 있도록 시 심의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으므로 시로서도 충분히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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