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은 부동산시장에서 `대박` 혹은 `성공`을 보장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수개월간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내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며 전 고점에 도달했거나 돌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수 강남 재건축 단지들로부터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아우성이 들려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서울의 비강남권과 지방 등 시장의 관심 밖인 정비사업장들이 보면 `배부른 자의 엄살`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들의 고민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특히 각종 인허가 단계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서울시가 이를 지연시키거나 각종 조건을 달아 제동을 거는 통에 일선 현장은 `죽을 맛`이다.
이와 관련해 다수 유관 업계 전문가들은 갈등의 이면에 서울시-강남구 간 힘겨루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본보는 이 같은 관 대(對) 관 갈등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루고, 피해 현장들의 상황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강구해 봤다. - 편집자 주
법정에서 만난 서울시-강남구…
구룡마을ㆍ한전 부지 갈등 이어 감정싸움으로 `티격태격`
수장의 정치적 성향 차로 인해 가뜩이나 좋지 않던 서울시와 강남구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 방식과 한전 부지 개발 이익 배분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던 두 지자체가 법정으로 전장을 넓혔기 때문이다.
양측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발화점은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이다. `수용방식`과 `환지방식`을 놓고 벌어진 갈등은 구룡마을 화재를 계기로 서울시가 `수용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강남구는 `특정 지주들에게 특혜를 줄 위험이 크다`며 공정성을 내세웠고, 서울시도 `빠른 공익사업 추진으로 구룡마을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자`는 명분하에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엔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이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강남구는 관내 옛 한전 부지를 매입한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야 할 공공기여금(1조5000억~2조 원대로 추정)을 구가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서울시는 지역 균등 발전을 위해 이를 다른 자치구에도 사용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1차전과 달리 이번 전투에서는 서울시가 승리했다. 강남구의 논리가 지역 이기주의라는 시 측의 논리가 먹혔기 때문이다. 일부 강남구민을 비롯해 다른 자치구들도 속속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도 강남구가 서울시를 상대로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과 관련해 "시의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은 강남구민의 이익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없다"며 이를 각하했다.
2차전까지 1승씩 나눠 가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양측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변질되며 이제는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형국이 됐다. 지난 6월 서울시가 추진하는 수서동 727 일대 `행복주택사업`에 강남구가 반발하며 대법원에 제소한 것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두 기관 간 소송전 또는 개별 직원 간 고소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강남구는 이달 1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작년 12월 16일 서울시가 구 직원들을 수사 의뢰한 `댓글 부대 운영` 건을 두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증거가 불충분하고 혐의가 없어 각하한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는 곧바로 "형사처분 외 다른 책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맞받아쳐 갈등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달 14일에는 몇몇 강남구 직원들이 서울시 감사위원장 및 감사위원 6명 등 감사위원회 소속 7명 전원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시가 서울시의회 행정 사무 감사에서 신연희 구청장 대신 출석한 강남구 직원들이 감사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며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에 대해 `시의 감사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져… 인허가 지연 등 `행정 폭력`에 주민 불만 가중
압구정지구ㆍ은마아파트는 `층수 제한`에, 대치쌍용2차ㆍ대치2지구는 심의ㆍ인가 지연에 `전전긍긍`
문제는 서울시-강남구 간 갈등이 둘 사이에서 그치지 않고 애먼 `희생자`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엔 순수하게 사업 진행 방식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던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돌변한 태도는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는 제18차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개포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ㆍ개발 계획 수립 및 경관심의(안)`이 보류됐다고 밝혔다. 강남구의 `수용방식`을 받아들일 정도로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던 서울시가 구체적인 이유나 대안은 언급하지 않은 채 "논의할 부분이 남았다"고만 밝힌 채 보류 판정을 내린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결정이 강남구 측의 고소 사건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서울시와 강남구가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양대 인허가권자의 대립으로 발생한 불똥은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까지 튀었다. 업계에 따르면 시-구 갈등의 골이 깊어진 올 하반기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시 인허가 단계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쪽에서는 `강남구와 사사건건 대립 중인 서울시가 강남 재건축 현장들에 앙갚음을 하고 있다`는 음모론(論)마저 돌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이 같은 음모론은 상당 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재건축이 초읽기에 들어간 압구정지구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지정 및 계획결정(안)`에 따르면 압구정지구 아파트의 최고 층수는 `35층 이하`로 제한됐다. 이는 한강과 도심이 조화를 이룬 창조적 스카이라인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강변 35층 아파트 층수 제한`을 완화해주길 바라던 주민과 다수 구민들의 바람을 짓밟는 처사로 평가되고 있다.
압구정동에 사는 한 주민은 "(서울시 조치는) 한강변 성냥갑 아파트가 병풍처럼 들어선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라고 공언한 것에 불과하다"며 "다수 주민들의 바람을 저버린 시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이 주민은 또 "지금 여건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느니 차라리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여건이 무르익으면 추진하는 게 백번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불똥`이 `불씨`가 돼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 다분하다는 점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서울시의 이번 발표에 한강변을 비롯해 서울 지역 제3종일반주거지역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못 박는 정책적 근거인 `2030 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을 앞으로 고수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높다.
이로써 `층수 제한`을 풀기 위해 노력 중인 다른 재건축 단지들의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50층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곳은 시가 층수 완화를 위해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랜드마크를 조성하도록 하는 `디자인 혁신 방안`에 따라 최근 설계자를 선정했다. 알려진 설계 용역비만 150억 원에 달한다. 층수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헛돈`만 쓰는 꼴이 돼 버린다.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건축심의 단계에 이른 대치쌍용2차 역시 최근 조합이 수립한 건축계획(안)에 대해 시가 연달아 퇴짜를 놓고 있다. 이곳은 지난 3월 건축계획(안)을 접수시켰지만 시 건축소위원회는 불완전하다며 보류했고, 조합이 건축계획(안)을 보완해 7월에 다시 접수시켰지만 지난달 시 건축소위원회는 또다시 보완을 요구, 조합은 오는 31일 이후 세 번째 접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는 단번에 보완할 수 있는 공공 보행통로 수정, 상가 건립, 공공시설 기여 등의 사안을 각 심의 때마다 요구하며 번번이 건축계획(안)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공공성 제고 요구에 대해 조합원들은 사업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조합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심의위원이 불과 심의 며칠 전에 구성되고, 단시간 내 문서만 보고 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탁상공론`이 이뤄지기가 쉽다. 건축심의 접수부터 통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장의 피해가 심각하다. 심의위원이 현장에 실사를 나가는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대치2지구도 이와 유사한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 6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이곳은 서울시의 단지 내 소규모 공원 심의가 예상치 못하게 지연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대치2지구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처리되는 중대한 사안들은 이견이 있을 수 있어 장기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점은 이같이 중대한 사안들은 모두 처리됐는데 소규모인 시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처리되는 단지 내 소공원 심의로 사업에 발목이 잡혔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절충안을 내놓고 조건부 통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을 일방적으로 보류 판정을 내놓고 다음 심의까지 기다리라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구태여 시에 따져 봤자 조합에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 같아 그저 심의 통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꺼림칙한 기분은 해소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관 업계 전문가 "관 대 관 대결은 막대한 손실 초래"
`상급 기관` 서울시에는 권한 남용 자제ㆍ`하위 기관` 강남구에는 전향적 자세 `주문`
이처럼 서울시-강남구 간의 끝없는 갈등은 억울한 피해자만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 둘을 비판할 수는 없다. 이해관계가 다른 것일 뿐 선악의 문제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양측이 접점을 찾도록 해야 하는데, 감정싸움을 벌일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와 관련해 다수의 사회학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단체나 기관들이 이해관계와 가치관 등이 충돌할 때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정부-기업 간 갈등, 노사 갈등, 지역 주민-지자체간 민관 갈등, 이념 갈등 등이 대표 사례다. 이 같은 종류의 갈등은 각 주체들이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데서 기인하며 외려 이들의 갈등은 사회 세력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상호 감시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이 도를 넘었을 때는 상급 기관이 한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학계는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법」상 서울시가 강남구보다 상급 기관으로서 각종 인허가, 행정 정책 등을 통제ㆍ집행하는데 있어 더 넓은 범위의, 더 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는 설득력을 얻는다. 나아가 시가 권한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형국이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강남구 내 사업지들의 인허가 절차가 늦어지거나 제약이 가해지는 것이 최근 두 기관 간 벌어진 소송전 때문이라면 지자체가 가져야 할 공정성의 원리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상급 지자체라는 지위를 악용해 인허가권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남구에게도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지자체는 법령이나 상급 지자체의 조례를 위반해 그 사무를 처리할 수 없다`고 명시한 「지방자치법」 제8조를 준수하고 서울시를 상급 기관으로 인정하는 자세를 가질 때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강남구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이기심의 자제`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는 점에서 강남구도 이번 기회에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강남구는 1973년 이뤄진 `영동지구개발촉진지구` 지정으로 수혜를 입은 대표 지자체다. 당시 정부는 강북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키고 강남구 일대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 감면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발에 탄력을 받았고, 이는 지금의 강남구가 갖춰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최근 빚어진 서울시와의 갈등은 강남구가 이 같은 역사를 간과한 채 `우리 구(민)만 잘살면 돼`라는 이기심으로 정책들을 추진한 데 따른 것인 만큼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남 재건축은 부동산시장에서 `대박` 혹은 `성공`을 보장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수개월간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내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며 전 고점에 도달했거나 돌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수 강남 재건축 단지들로부터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아우성이 들려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서울의 비강남권과 지방 등 시장의 관심 밖인 정비사업장들이 보면 `배부른 자의 엄살`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들의 고민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특히 각종 인허가 단계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서울시가 이를 지연시키거나 각종 조건을 달아 제동을 거는 통에 일선 현장은 `죽을 맛`이다.
이와 관련해 다수 유관 업계 전문가들은 갈등의 이면에 서울시-강남구 간 힘겨루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본보는 이 같은 관 대(對) 관 갈등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루고, 피해 현장들의 상황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강구해 봤다. - 편집자 주
법정에서 만난 서울시-강남구…
구룡마을ㆍ한전 부지 갈등 이어 감정싸움으로 `티격태격`
수장의 정치적 성향 차로 인해 가뜩이나 좋지 않던 서울시와 강남구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 방식과 한전 부지 개발 이익 배분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던 두 지자체가 법정으로 전장을 넓혔기 때문이다.
양측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발화점은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이다. `수용방식`과 `환지방식`을 놓고 벌어진 갈등은 구룡마을 화재를 계기로 서울시가 `수용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강남구는 `특정 지주들에게 특혜를 줄 위험이 크다`며 공정성을 내세웠고, 서울시도 `빠른 공익사업 추진으로 구룡마을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자`는 명분하에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엔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이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강남구는 관내 옛 한전 부지를 매입한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야 할 공공기여금(1조5000억~2조 원대로 추정)을 구가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서울시는 지역 균등 발전을 위해 이를 다른 자치구에도 사용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1차전과 달리 이번 전투에서는 서울시가 승리했다. 강남구의 논리가 지역 이기주의라는 시 측의 논리가 먹혔기 때문이다. 일부 강남구민을 비롯해 다른 자치구들도 속속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도 강남구가 서울시를 상대로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과 관련해 "시의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은 강남구민의 이익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없다"며 이를 각하했다.
2차전까지 1승씩 나눠 가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양측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변질되며 이제는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형국이 됐다. 지난 6월 서울시가 추진하는 수서동 727 일대 `행복주택사업`에 강남구가 반발하며 대법원에 제소한 것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두 기관 간 소송전 또는 개별 직원 간 고소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강남구는 이달 1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작년 12월 16일 서울시가 구 직원들을 수사 의뢰한 `댓글 부대 운영` 건을 두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증거가 불충분하고 혐의가 없어 각하한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는 곧바로 "형사처분 외 다른 책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맞받아쳐 갈등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달 14일에는 몇몇 강남구 직원들이 서울시 감사위원장 및 감사위원 6명 등 감사위원회 소속 7명 전원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시가 서울시의회 행정 사무 감사에서 신연희 구청장 대신 출석한 강남구 직원들이 감사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며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에 대해 `시의 감사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져… 인허가 지연 등 `행정 폭력`에 주민 불만 가중
압구정지구ㆍ은마아파트는 `층수 제한`에, 대치쌍용2차ㆍ대치2지구는 심의ㆍ인가 지연에 `전전긍긍`
문제는 서울시-강남구 간 갈등이 둘 사이에서 그치지 않고 애먼 `희생자`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엔 순수하게 사업 진행 방식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던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돌변한 태도는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는 제18차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개포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ㆍ개발 계획 수립 및 경관심의(안)`이 보류됐다고 밝혔다. 강남구의 `수용방식`을 받아들일 정도로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던 서울시가 구체적인 이유나 대안은 언급하지 않은 채 "논의할 부분이 남았다"고만 밝힌 채 보류 판정을 내린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결정이 강남구 측의 고소 사건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서울시와 강남구가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양대 인허가권자의 대립으로 발생한 불똥은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까지 튀었다. 업계에 따르면 시-구 갈등의 골이 깊어진 올 하반기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시 인허가 단계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쪽에서는 `강남구와 사사건건 대립 중인 서울시가 강남 재건축 현장들에 앙갚음을 하고 있다`는 음모론(論)마저 돌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이 같은 음모론은 상당 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재건축이 초읽기에 들어간 압구정지구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지정 및 계획결정(안)`에 따르면 압구정지구 아파트의 최고 층수는 `35층 이하`로 제한됐다. 이는 한강과 도심이 조화를 이룬 창조적 스카이라인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강변 35층 아파트 층수 제한`을 완화해주길 바라던 주민과 다수 구민들의 바람을 짓밟는 처사로 평가되고 있다.
압구정동에 사는 한 주민은 "(서울시 조치는) 한강변 성냥갑 아파트가 병풍처럼 들어선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라고 공언한 것에 불과하다"며 "다수 주민들의 바람을 저버린 시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이 주민은 또 "지금 여건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느니 차라리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여건이 무르익으면 추진하는 게 백번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불똥`이 `불씨`가 돼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 다분하다는 점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서울시의 이번 발표에 한강변을 비롯해 서울 지역 제3종일반주거지역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못 박는 정책적 근거인 `2030 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을 앞으로 고수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높다.
이로써 `층수 제한`을 풀기 위해 노력 중인 다른 재건축 단지들의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50층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곳은 시가 층수 완화를 위해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랜드마크를 조성하도록 하는 `디자인 혁신 방안`에 따라 최근 설계자를 선정했다. 알려진 설계 용역비만 150억 원에 달한다. 층수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헛돈`만 쓰는 꼴이 돼 버린다.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건축심의 단계에 이른 대치쌍용2차 역시 최근 조합이 수립한 건축계획(안)에 대해 시가 연달아 퇴짜를 놓고 있다. 이곳은 지난 3월 건축계획(안)을 접수시켰지만 시 건축소위원회는 불완전하다며 보류했고, 조합이 건축계획(안)을 보완해 7월에 다시 접수시켰지만 지난달 시 건축소위원회는 또다시 보완을 요구, 조합은 오는 31일 이후 세 번째 접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는 단번에 보완할 수 있는 공공 보행통로 수정, 상가 건립, 공공시설 기여 등의 사안을 각 심의 때마다 요구하며 번번이 건축계획(안)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공공성 제고 요구에 대해 조합원들은 사업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조합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심의위원이 불과 심의 며칠 전에 구성되고, 단시간 내 문서만 보고 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탁상공론`이 이뤄지기가 쉽다. 건축심의 접수부터 통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장의 피해가 심각하다. 심의위원이 현장에 실사를 나가는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대치2지구도 이와 유사한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 6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이곳은 서울시의 단지 내 소규모 공원 심의가 예상치 못하게 지연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대치2지구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처리되는 중대한 사안들은 이견이 있을 수 있어 장기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점은 이같이 중대한 사안들은 모두 처리됐는데 소규모인 시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처리되는 단지 내 소공원 심의로 사업에 발목이 잡혔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절충안을 내놓고 조건부 통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을 일방적으로 보류 판정을 내놓고 다음 심의까지 기다리라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구태여 시에 따져 봤자 조합에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 같아 그저 심의 통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꺼림칙한 기분은 해소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관 업계 전문가 "관 대 관 대결은 막대한 손실 초래"
`상급 기관` 서울시에는 권한 남용 자제ㆍ`하위 기관` 강남구에는 전향적 자세 `주문`
이처럼 서울시-강남구 간의 끝없는 갈등은 억울한 피해자만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 둘을 비판할 수는 없다. 이해관계가 다른 것일 뿐 선악의 문제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양측이 접점을 찾도록 해야 하는데, 감정싸움을 벌일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와 관련해 다수의 사회학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단체나 기관들이 이해관계와 가치관 등이 충돌할 때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정부-기업 간 갈등, 노사 갈등, 지역 주민-지자체간 민관 갈등, 이념 갈등 등이 대표 사례다. 이 같은 종류의 갈등은 각 주체들이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데서 기인하며 외려 이들의 갈등은 사회 세력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상호 감시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이 도를 넘었을 때는 상급 기관이 한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학계는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법」상 서울시가 강남구보다 상급 기관으로서 각종 인허가, 행정 정책 등을 통제ㆍ집행하는데 있어 더 넓은 범위의, 더 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는 설득력을 얻는다. 나아가 시가 권한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형국이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강남구 내 사업지들의 인허가 절차가 늦어지거나 제약이 가해지는 것이 최근 두 기관 간 벌어진 소송전 때문이라면 지자체가 가져야 할 공정성의 원리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상급 지자체라는 지위를 악용해 인허가권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남구에게도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지자체는 법령이나 상급 지자체의 조례를 위반해 그 사무를 처리할 수 없다`고 명시한 「지방자치법」 제8조를 준수하고 서울시를 상급 기관으로 인정하는 자세를 가질 때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강남구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이기심의 자제`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는 점에서 강남구도 이번 기회에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강남구는 1973년 이뤄진 `영동지구개발촉진지구` 지정으로 수혜를 입은 대표 지자체다. 당시 정부는 강북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키고 강남구 일대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 감면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발에 탄력을 받았고, 이는 지금의 강남구가 갖춰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최근 빚어진 서울시와의 갈등은 강남구가 이 같은 역사를 간과한 채 `우리 구(민)만 잘살면 돼`라는 이기심으로 정책들을 추진한 데 따른 것인 만큼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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