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들썩이자 정부가 또 한 번 칼을 빼들 전망이다. 유관 업계는 조만간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부 지역에 대해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강남을 주축으로 뜨거워진 주택시장을 식히기 위한 대책이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재지정, 재당첨 금지, 전매제한 기간 연장 등이 실효적인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온도는 여전히 뜨겁다. 되레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에 `끝물`이라도 잡아야 한다며 청약통장을 꺼내 들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매 주말 개관하는 서울 지역 본보기 집 등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진다는 데 있다. 불법 청약통장 거래(분양권 전매)를 통해 `웃돈`만 챙기고 발을 빼는 `거짓 수요` 혹은 `투기수요`가 기승을 부리면서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기 때문이다. 치열해진 경쟁 탓에 당첨 확률이 낮아져 분양권을 매수하려면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고, 설령 당첨되더라도 자금 조달이 예전만 못하니 이래저래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사실 최근 정부가 과열된 주택 시장을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의 핵심은 투기수요 차단이다. 집단대출 규제와 보금자리론 대출 요건 강화 모두 `돈줄`을 끊어 주택시장에 투기수요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그 연장선상에서 검토되고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부동산업계는 이런 정책들이 투기수요를 잡기보다는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가로막아 외려 주택시장에 역풍을 가져다줄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돈줄 옥죄기`가 실수요자 내 집 마련 꿈 산산조각 내
업계 "방향은 잘 짚었는데 왜 `투기수요`가 아닌 `실수요`를 잡는 거냐고!"
최근 정부가 강남권을 포함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일부 지역에 직접적인 수요 억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자 앞서 언급된 실수요자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대책 가운데 자금줄 옥죄기는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을 더욱 신기루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지난 `8ㆍ25 가계부채 대책`의 기본 틀 안에서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 담보대출에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고,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중도금 보증 한도 및 건수를 제한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설정한 연말 가계대출 목표를 점검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나섰다. 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사례 중 하나가 은행권의 집단대출 기피 현상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5월 이후 분양한 전국 6개 공공 분양 단지 5528가구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줄 금융사를 구하지 못했다. LH는 민간 건설사와 달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없이 은행 중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한 곳을 선정해 왔다. 은행권은 LH뿐만 아니라 민간 분양에 대해서도 집단대출을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집단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데다 HUG의 보증 비율도 100%에서 90%로 낮아져 은행들이 집단대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수요자들은 집단대출이 어려워지자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면서 대출 금리가 오르게 돼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와 더불어 HUG는 지난 16일 `보금자리론` 대출 요건을 강화했다. 담보 주택 가격을 9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이하로, 대출 한도는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축소하고, 대출자의 연 소득을 부부 합산 6000만 원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정부의 예고도 없는 이 같은 방침에 실수요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유관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이 3억 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 한도 1억 원을 다 받는다고 해도 나머지 대출은 다른 금융사를 통해 받아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슬그머니 올리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실수요자들이 은행으로 몰리자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금융권 특별 점검에 나서고 오는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은행권의 주택 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2.7%로 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 9월 마지막 주 2.82~4.12%였던 일부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이번 주 2.92~4.24%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주택협회는 지난 20일 보도 자료를 통해 주택시장에 대한 전국적ㆍ일률적 규제 강화 조치로 인해 실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부동산 경기 급락을 초래해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분양권 전매제한, 재당첨 제한 등 직접적인 수요 억제책이 실수요자 소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을 급랭시킬 수 있다.
실수요자까지 묶는 규제보다는 부동산시장 과열의 주범인 투기수요를 잡기 위해 ▲분양권 전매자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 ▲청약통장 거래 및 분양권 전매 등 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협회 측 주문이다.
이와 함께 협회는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한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규제를 최소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협회 관계자는 "지난 8월 2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42개 분양 사업장 3만7436가구 중 분양 전 대출 협약이 완료된 곳은 8개 단지에 불과하다"며 "이 중 시중은행과 대출 약정을 맺은 곳은 단 3곳에 그쳐 대출을 거부당한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지방 은행 또는 제2금융권 등으로 옮겨가 결국 해당 아파트를 분양 받은 실수요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밝혔다.
공공 분양 아파트 땅값 기준 `조성원가`에서 `감정가`로 변경
소형 아파트 분양가 인상 불 보듯 뻔한데… 업계 "근시안적"
이 같은 상황에서 LH 또는 지자체 등 공공에서 공급하는 소형 아파트의 용지 가격 기준이 `조성원가`에서 `감정가`로 변경됨에 따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험난해질 공산이 커졌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는 LH와 지자체가 개발해 민간 기업에 공급하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를 위한 공동주택 용지 가격의 기준을 종전 조성원가 이하에서 감정가격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지난 18일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앞서 국토부는 이 같은 안을 지난 7월 행정예고 한바 있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공공택지의 감정가격은 조성원가에 비해 최대 20%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소형 아파트 분양가격도 덩달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과거 전용면적 60㎡ 이하 분양 주택의 용지 가격은 조성원가 대비 ▲수도권 95% ▲부산권 및 광역시는 90% ▲기타 지역 80% 선에서 정해졌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1995년 이후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해 왔는데, 이번 조치는 이러한 시스템을 20년 만에 완전히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가 최근 청약시장 과열로 인해 개발 이익이 건설사와 투기 세력에 몰리는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되나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문턱만 높아질 것이란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2014년 전용면적 60~85㎡ 분양 주택 용지의 공급 가격을 조성원가 수준(90~110%)에서 감정평가 금액으로 조정하면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된 택지 가격이 종전보다 20%가량 상승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 한쪽에서는 주택경기 침체기나 비(非)인기 지역의 공공택지는 주변 시세가 낮을 경우 택지 공급 가격도 그만큼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바뀐 기준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는 지역은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 지역에서 택지 공급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용면적 60㎡ 이하는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은퇴자, 1~2인 가구 등 저소득 서민을 위한 주택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택지 가격 인상이 LH 등 공급 주체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있어서는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을 기준으로 한 아파트 분양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1%에 달했다. 최근 1인 가구 확대 추세를 고려할 때 이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소형 아파트 분양가 인상은 결국 서울 전반의 아파트 값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택지지구에서 조성원가로 공급되면서 건설사와 분양 계약자들이 많은 시세 차익을 얻게 돼 투기를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중대형 용지와 마찬가지로 (소형도) 감정가 수준으로 조정했다"고 밝혀 정부가 눈앞의 강남 재건축발(發) 집값 급등에만 급급한 나머지 근시안적인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유관 업계 "시장 전체 얼리는 `직접 규제`보다 연착륙시킬 `핀셋 규제` 절실"
단계적ㆍ선별적 대책과 미세조정으로 투기ㆍ실수요 구분하는 전략 마련 촉구
이처럼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에 놀란 정부가 부랴부랴 설익은 정책들을 쏟아 내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강남 재건축을 겨냥해야 할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가계부채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돈줄` 자체를 막으려다 보니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분명히 옳은 방향이지만, 실수요자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훨씬 정교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경제 전문가는 "과열된 지역에 대해서는 전매를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 주택시장을 잡으려고 하기보다, 과열 지역을 대상으로 규제를 하는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아파트 전매제한을 5년으로 강화 ▲재당첨 제한 및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불법 전매 단속의 사후 관리 등이 하나의 방편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의 경우 가격 상승률이 지정 요건에 맞으면 지정하고, 다시 집값이 진정되면 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간접적으로 진입 문턱을 높이고, 시장의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강남권 재건축과 마포ㆍ서대문구 재개발, 수도권 분양권 시장이 과열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뜨겁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은 외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경제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큰 총량 관리보다는 집단대출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도입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 관계자는 "국내 아파트 분양이 준공 전 사전 분양이라는 점에서 집단대출에 대해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집단대출에 DTI를 적용하면 대학생 자녀 등을 통해 다주택 청약을 하는 투기 세력을 걸러 내고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시장을 재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박근혜정부가 내놓는 경제 관련 정책들(「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도서정가제, 원유가격연동제)은 하나같이 실수요자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부동산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보내더니 최근 들어서는 `가계부채가 문제라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돈줄 옥죄기에 들어가니 시장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실장은 이어 "정부가 갖가지 부동산, 특히 재건축 규제를 풀며 주택 수요를 자극한 결과 시장이 국지적으로 과열된 측면이 큰데, 잘잘못은 따지지 않고 투기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지 않은 채 모두를 옭아매는 정부의 대책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장관이 공언한 단계적ㆍ선별적 부동산 대책이 과연 투기 세력만 도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며,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되면 과도한 정책으로 부동산이 차갑게 식을 가능성이 높아 섣부른 가계부채 총량 조이기보다 `핀셋 규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정부 당국자들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들썩이자 정부가 또 한 번 칼을 빼들 전망이다. 유관 업계는 조만간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부 지역에 대해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강남을 주축으로 뜨거워진 주택시장을 식히기 위한 대책이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재지정, 재당첨 금지, 전매제한 기간 연장 등이 실효적인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온도는 여전히 뜨겁다. 되레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에 `끝물`이라도 잡아야 한다며 청약통장을 꺼내 들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매 주말 개관하는 서울 지역 본보기 집 등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진다는 데 있다. 불법 청약통장 거래(분양권 전매)를 통해 `웃돈`만 챙기고 발을 빼는 `거짓 수요` 혹은 `투기수요`가 기승을 부리면서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기 때문이다. 치열해진 경쟁 탓에 당첨 확률이 낮아져 분양권을 매수하려면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고, 설령 당첨되더라도 자금 조달이 예전만 못하니 이래저래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사실 최근 정부가 과열된 주택 시장을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의 핵심은 투기수요 차단이다. 집단대출 규제와 보금자리론 대출 요건 강화 모두 `돈줄`을 끊어 주택시장에 투기수요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그 연장선상에서 검토되고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부동산업계는 이런 정책들이 투기수요를 잡기보다는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가로막아 외려 주택시장에 역풍을 가져다줄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돈줄 옥죄기`가 실수요자 내 집 마련 꿈 산산조각 내
업계 "방향은 잘 짚었는데 왜 `투기수요`가 아닌 `실수요`를 잡는 거냐고!"
최근 정부가 강남권을 포함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일부 지역에 직접적인 수요 억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자 앞서 언급된 실수요자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대책 가운데 자금줄 옥죄기는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을 더욱 신기루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지난 `8ㆍ25 가계부채 대책`의 기본 틀 안에서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 담보대출에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고,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중도금 보증 한도 및 건수를 제한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설정한 연말 가계대출 목표를 점검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나섰다. 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사례 중 하나가 은행권의 집단대출 기피 현상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5월 이후 분양한 전국 6개 공공 분양 단지 5528가구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줄 금융사를 구하지 못했다. LH는 민간 건설사와 달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없이 은행 중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한 곳을 선정해 왔다. 은행권은 LH뿐만 아니라 민간 분양에 대해서도 집단대출을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집단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데다 HUG의 보증 비율도 100%에서 90%로 낮아져 은행들이 집단대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수요자들은 집단대출이 어려워지자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면서 대출 금리가 오르게 돼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와 더불어 HUG는 지난 16일 `보금자리론` 대출 요건을 강화했다. 담보 주택 가격을 9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이하로, 대출 한도는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축소하고, 대출자의 연 소득을 부부 합산 6000만 원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정부의 예고도 없는 이 같은 방침에 실수요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유관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이 3억 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 한도 1억 원을 다 받는다고 해도 나머지 대출은 다른 금융사를 통해 받아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슬그머니 올리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실수요자들이 은행으로 몰리자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금융권 특별 점검에 나서고 오는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은행권의 주택 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2.7%로 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 9월 마지막 주 2.82~4.12%였던 일부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이번 주 2.92~4.24%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주택협회는 지난 20일 보도 자료를 통해 주택시장에 대한 전국적ㆍ일률적 규제 강화 조치로 인해 실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부동산 경기 급락을 초래해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분양권 전매제한, 재당첨 제한 등 직접적인 수요 억제책이 실수요자 소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을 급랭시킬 수 있다.
실수요자까지 묶는 규제보다는 부동산시장 과열의 주범인 투기수요를 잡기 위해 ▲분양권 전매자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 ▲청약통장 거래 및 분양권 전매 등 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협회 측 주문이다.
이와 함께 협회는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한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규제를 최소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협회 관계자는 "지난 8월 2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42개 분양 사업장 3만7436가구 중 분양 전 대출 협약이 완료된 곳은 8개 단지에 불과하다"며 "이 중 시중은행과 대출 약정을 맺은 곳은 단 3곳에 그쳐 대출을 거부당한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지방 은행 또는 제2금융권 등으로 옮겨가 결국 해당 아파트를 분양 받은 실수요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밝혔다.
공공 분양 아파트 땅값 기준 `조성원가`에서 `감정가`로 변경
소형 아파트 분양가 인상 불 보듯 뻔한데… 업계 "근시안적"
이 같은 상황에서 LH 또는 지자체 등 공공에서 공급하는 소형 아파트의 용지 가격 기준이 `조성원가`에서 `감정가`로 변경됨에 따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험난해질 공산이 커졌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는 LH와 지자체가 개발해 민간 기업에 공급하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를 위한 공동주택 용지 가격의 기준을 종전 조성원가 이하에서 감정가격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지난 18일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앞서 국토부는 이 같은 안을 지난 7월 행정예고 한바 있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공공택지의 감정가격은 조성원가에 비해 최대 20%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소형 아파트 분양가격도 덩달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과거 전용면적 60㎡ 이하 분양 주택의 용지 가격은 조성원가 대비 ▲수도권 95% ▲부산권 및 광역시는 90% ▲기타 지역 80% 선에서 정해졌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1995년 이후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해 왔는데, 이번 조치는 이러한 시스템을 20년 만에 완전히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가 최근 청약시장 과열로 인해 개발 이익이 건설사와 투기 세력에 몰리는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되나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문턱만 높아질 것이란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2014년 전용면적 60~85㎡ 분양 주택 용지의 공급 가격을 조성원가 수준(90~110%)에서 감정평가 금액으로 조정하면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된 택지 가격이 종전보다 20%가량 상승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 한쪽에서는 주택경기 침체기나 비(非)인기 지역의 공공택지는 주변 시세가 낮을 경우 택지 공급 가격도 그만큼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바뀐 기준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는 지역은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 지역에서 택지 공급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용면적 60㎡ 이하는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은퇴자, 1~2인 가구 등 저소득 서민을 위한 주택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택지 가격 인상이 LH 등 공급 주체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있어서는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을 기준으로 한 아파트 분양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1%에 달했다. 최근 1인 가구 확대 추세를 고려할 때 이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소형 아파트 분양가 인상은 결국 서울 전반의 아파트 값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택지지구에서 조성원가로 공급되면서 건설사와 분양 계약자들이 많은 시세 차익을 얻게 돼 투기를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중대형 용지와 마찬가지로 (소형도) 감정가 수준으로 조정했다"고 밝혀 정부가 눈앞의 강남 재건축발(發) 집값 급등에만 급급한 나머지 근시안적인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유관 업계 "시장 전체 얼리는 `직접 규제`보다 연착륙시킬 `핀셋 규제` 절실"
단계적ㆍ선별적 대책과 미세조정으로 투기ㆍ실수요 구분하는 전략 마련 촉구
이처럼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에 놀란 정부가 부랴부랴 설익은 정책들을 쏟아 내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강남 재건축을 겨냥해야 할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가계부채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돈줄` 자체를 막으려다 보니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분명히 옳은 방향이지만, 실수요자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훨씬 정교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경제 전문가는 "과열된 지역에 대해서는 전매를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 주택시장을 잡으려고 하기보다, 과열 지역을 대상으로 규제를 하는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아파트 전매제한을 5년으로 강화 ▲재당첨 제한 및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불법 전매 단속의 사후 관리 등이 하나의 방편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의 경우 가격 상승률이 지정 요건에 맞으면 지정하고, 다시 집값이 진정되면 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간접적으로 진입 문턱을 높이고, 시장의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강남권 재건축과 마포ㆍ서대문구 재개발, 수도권 분양권 시장이 과열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뜨겁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은 외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경제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큰 총량 관리보다는 집단대출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도입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 관계자는 "국내 아파트 분양이 준공 전 사전 분양이라는 점에서 집단대출에 대해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집단대출에 DTI를 적용하면 대학생 자녀 등을 통해 다주택 청약을 하는 투기 세력을 걸러 내고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시장을 재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박근혜정부가 내놓는 경제 관련 정책들(「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도서정가제, 원유가격연동제)은 하나같이 실수요자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부동산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보내더니 최근 들어서는 `가계부채가 문제라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돈줄 옥죄기에 들어가니 시장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실장은 이어 "정부가 갖가지 부동산, 특히 재건축 규제를 풀며 주택 수요를 자극한 결과 시장이 국지적으로 과열된 측면이 큰데, 잘잘못은 따지지 않고 투기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지 않은 채 모두를 옭아매는 정부의 대책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장관이 공언한 단계적ㆍ선별적 부동산 대책이 과연 투기 세력만 도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며,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되면 과도한 정책으로 부동산이 차갑게 식을 가능성이 높아 섣부른 가계부채 총량 조이기보다 `핀셋 규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정부 당국자들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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