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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와 ‘묘수’ 그 사이에 선 ‘인가 신청 시기 조정’
repoter : 민수진 기자 ( vkdnejekdl@naver.com ) 등록일 : 2016-10-28 12:51:40 · 공유일 : 2016-11-01 13:06:54


정비사업에 있어 시간은 `금`과 같다. 이처럼 귀한 시간을 빼앗는 `인가 시기 조정`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인가 신청 시기 조정`이란 묘수가 등장하면서 유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7조의5제1항에 명시된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인가 시기 조정은 사실상 일선 정비사업장의 이주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도지사 등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정비구역 주변 지역에 현저한 주택 부족이나 주택시장의 불안정이 발생하는 등 조례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주거기본법」 제9조에 따른 시ㆍ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가 시기를 조정하도록 해당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인허가권자)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다만 인가 조정 시기는 인가 신청일로부터 1년을 넘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인가 신청 시기를 인가 시기 조정을 피하기 위한 조합의 몸부림으로 해석하는 쪽과 인가 시기 조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만큼 비판해야 마땅하다는 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 도시재정비업계 전문가는 "인허가권자인 지자체의 `인가 시기 조정`을 피하기 위해 일선 조합이 `인가 신청 시기 조정`이란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며 "이에 업계 한쪽에서는 인가 신청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은 `인가 시기 조정`이란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하나의 `꼼수`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조합 입장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ㆍ제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꾸며 낸 방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최초 `인가 신청 시기 조정` 택한 과천주공2단지 "피해 최소화 위한 결정"

필연적으로 사업 지연을 야기하는 인가 시기 조정을 피하기 위해 `인가 신청 시기 조정`이란 카드를 꺼낸 든 곳은 다름 아닌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2단지(재건축)다. 이곳은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접어든 서울 및 수도권을 통틀어 최초 사례로 파악됐다.

이달 19일 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조합장 천성우)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 8월 28일 관리처분총회 이후 30일간의 공람 기간을 거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달 초에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겠지만 조합은 이를 뒤(10월 28일)로 미뤘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우리 조합은 이달 28일 과천시에 인가 신청서를 접수시켜 경기도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 없이 관리처분인가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시 관계 부서와 협의했으며, 다음 달(11월) 중순 관리처분인가를 예상하고 있다"며 "아울러 조합은 현재 이주 관련 금융기관 대출 협의, 이주계획 수립, 명도 소송 준비 등 이주를 위한 사전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층수 상향 및 아파트 평면 개선 등을 위한 설계 변경 업무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도권의 주택난, 전월세난 등의 이유로 경기도에서는 정비사업장들의 이주 시기 조정을 위해 3개월 단위로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정하는 조례를 만들어 지난 5월 16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과천주공2단지가 지난 7월 27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과천주공6단지(재건축) 대비 3개월 이내인 이달 28일 전에 인가를 신청하게 되면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57조 규정에 따라 경기도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최근 과천 지역 사업장들의 이주 상황을 고려할 때 과천주공2단지가 해당 심의까지 받을 경우 인가 시기 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설령 시기 조정이 안 되더라도 경기도 심의 절차에만 약 60일이 소요돼 이달 28일 이후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경기도 심의를 거치지 않고 인가를 받는 것이 사업 일정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이 위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조합 측은 "어차피 미뤄질 사업 일정을 조금이나마 앞당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가 시기를 조정하게 된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 "강남권 3곳, 강북 일부 등 인가 시기 조정 대상 검토 중"
엇갈린 운명에 대응도 제각각… "내 갈 길 가겠다" vs "대비는 해야지"

과천에서 인가 시기 조정을 피하기 위한 `인가 신청 시기 조정`을 꺼내 든 조합이 탄생함에 따라 이제 업계의 시선은 최대 도시재정비시장인 서울을 향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시 주택과 담당자는 "인가 시기 조정의 경우 유동적인 부분이라 어느 곳이 심의ㆍ조정 대상이 된다고 확언하진 못한다"면서 "다만 2016년 하반기에서 2017년까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는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이 유력 후보다.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주공1단지ㆍ개포주공4단지(이상 재건축)도 유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이어 "강북의 경우 재개발 사업장이 많다 보니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조례」 제56조제1항제3호에 부합하는 일부 구역이 있긴 하나 인가 신청 시기 등에 따라 시기 조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어 아직까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조례」 제56조에 따르면 ▲정비구역의 기존 주택 수가 자치구 주택 재고 수의 1%를 초과하는 경우(제56조제1항제1호) ▲정비구역의 기존 주택 수가 2000호를 초과하는 경우(제56조제1항제2호) ▲정비구역의 기존 주택 수가 500호를 초과하고 같은 법정 동(洞) 안에 위치한 1개 이상의 다른 정비구역(해당 구역의 인가 신청일을 기준으로 최근 6개월 이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거나, 완료된 구역에 한함)의 기존 주택 수를 더한 합계가 2000호를 초과하는 경우(제56조제1항제3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곳이 인가 시기 조정 심의 대상 구역으로 지정된다.

또한 시는 인가 시기 조정 심의 대상 중 ▲주변 지역의 주택 멸실량이 공급량을 30% 초과하거나(제56조제2항제1호) ▲주변 지역의 주택 멸실량이 공급량을 2000호 초과하는 경우(제56조제2항제2호) ▲그 밖에 주택시장 불안정 등을 고려해 주거정책심의회에서 인가 시기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제56조제2항제3호)에 조정 대상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과천주공2단지에서 도입한 `인가 신청 시기 조정`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두 개로 나뉜다. 하나는 인가 시기 조정 대상 지정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인가 신청 시기 조정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쪽이다.

지난 25일 강동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인가 시기 조정이든, 인가 신청 시기 조정이든 간에 사업 일정이 미뤄지게 되면 조합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피차일반(彼此一般ㆍ저것이나 이것이나 마찬가지임)"이라며 "시간이 곧 돈인데, 신속한 사업 진행으로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인가 시기 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남은 일정을 계획해 놓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자체는 인가 시기 조정을 하려면 사업 지연에 따른 해결책을 미리 내놓고, 조합원 모두를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앞선 관리처분총회도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허가해준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반면 강남구의 또 다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인가 신청 시기를 조정해 피해를 줄인 과천주공2단지의 사례를 직시하고 우리 단지가 인가 시기 조정 심의 대상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곧바로 알아보게 됐다"면서 "후보 구역은 심의로 인해 사업 지연이 심화되기 전에 인가 신청 시기 조정을 검토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

재주는 곰이, 돈은 왕서방이… 지자체 `탁상행정`에 현장만 죽어나
업계 "일선 사업장 짐 덜어줄 인센티브 마련ㆍ법제 개선 서둘러야"

이처럼 `인가 신청 시기 조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방안의 부작용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월세난 해소를 위한 이주 수요 분산을 목적으로 인가 시기 조정 제도가 마련됐는데, 인가 시기 신청 조정이 이를 무력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전월세난 심화를 막기 위해 업계 최초로 인가 시기 조정에 나선바 있다. 이로 인해 강남구 개포시영과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의 인가 시기가 각각 4개월, 2개월가량 늦춰졌다. 당시 시는 "이번 시기 조정은 전세난 안정화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대규모 재건축이 예정된 사업장은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구체적인 이주 계획 수립과 단계적 이주 시행이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의 반발은 거셌다. 인가 시기가 연기됨으로써 발생하는 조합 운영비, 공사비 등 비용 문제에 대해선 시가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월세난으로 골치를 썩던 해당 자치구도 사실상 서울시 편에 서 조합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 25일 강남구 관계자는 "개포시영 인가 시기 조정 당시 이를 결정한 서울시에 조합이 추가부담금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며 "하지만 인가 시기가 장기간 미뤄진 게 아니며, 이후 이주 준비 기간 한 달도 포함된 `4개월`이라 비용 부담이 적었을 것이다. 향후 개포시영에선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고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지연 비용 문제와 관련해선 지자체의 책임이 확실하다는 법으로 마련된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일선 현장 관계자들은 `시가 조합에 경제적 부담만 지우고 임대차시장 안정을 꾀하려 한다`는 비판을 쏟아 냈다. 한 조합 관계자는 "4개월이란 시간으로 적은 비용이 나갔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조합원들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이를 `부담이 적었을 것`이라며 별게 아니라는 듯한 발언은 현장의 어려움을 도외시하는 태도이며, 공무원 특유의 무사안일주의를 보여주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더욱이 개포시영이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은 배경에는 소송 등으로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인허가권자와 충돌해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자리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단순히 청구를 포기했다고 문제를 덮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쪽에서는 어차피 무력화한 제도인데 조합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행하는 인가 신청 시기 조정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곧 돈인데, 돈은 없고 빚만 쌓여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빚을 줄여 보겠다고 시행을 고려한 게 `인가 신청 시기 조정`"이라면서 "하지만 이 방법도 인가 시기 조정 제도를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조합 입장에서는 이를 시행하는 게 조심스럽다. 그런데도 이를 시행하는 것은 그나마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는 심정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엇갈린 평가 속에서 업계는 인가 시기 조정도 결국 고육책에 불과한 만큼 조합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며, 인가 시기 조정을 당하는 조합의 피해를 상쇄할 만한 인센티브 마련과 그에 필요한 법제 개선 등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꼼수`냐 `묘수`냐의 논쟁 속에서 그 평행선 사이에 서 있는 인가 신청 시기 조정. 이와 관련된 논쟁을 계기로 민관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신의 한수`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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