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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정비사업에 내린 ‘현금 기부채납’… 단비 될까 폭풍우 될까?
repoter : 서승아 기자 ( nellstay87@naver.com ) 등록일 : 2017-07-14 16:11:56 · 공유일 : 2017-07-14 20:02:10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도시정비사업에서 피할 수 없는 기부채납에 대한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현금으로도 기부채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기부채납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기부채납 대상 50%까지 현금 납부 `가능`… 서울시 "사업성 향상 및 다양한 공공수요 기대"

기부채납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사유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하며 도시정비사업 등에서 사업시행자가 도로나 공원, 건축물 등의 기반시설을 공공에 제공하는 경우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을 완화해주는 것을 말한다.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기부채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협의 과정에 어려움이 커, 서울시가 현금으로도 기부채납을 할 수 있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동안은 도로나 공원 등과 건물, 대지 등 기반시설의 형태만 가능했다.

지난 6일 서울시는 지난해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개정됐지만 세부 운영 기준이 없어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현금 기부채납을 서울시 자체 운영계획 방침을 수립해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16년 5월부터 국토교통부 협의, TF팀 구성,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현금 기부채납 세부운영계획 방침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발표에 따라 앞으로 서울시내 도시정비사업 시행자는 불필요한 도로, 공원 등의 기반시설 제공을 지양하고 현금 납부로 기부채납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현금 기부채납 추진과 관련해 토지등소유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꼭 필요한 기반시설이 배제되지 않도록 ▲사업시행자 선택 원칙 ▲기반시설 우선 원칙 ▲상위계획 정합성 유지 원칙 등 3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현금 기부채납을 원할 경우 토지등소유자(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거쳐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추진하고, 도로ㆍ공원 등의 법적 설치요건과 공공시설 건축물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경우 우선 충족해야한다. 아울러 정비기본계획 등 상위계획 및 방침에서 정한 기반시설 비율 등의 설치 요건을 벗어나는 현금 기부채납은 불가하다.

현금 기부채납은 최초 정비계획 수립 시에는 적용이 불가하고,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통해 전체 기부면적의 1/2까지 적용할 수 있다. 현금 기부채납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시는 전문가 검토회의를 운영할 계획이며 현금 기부채납을 적용하는 정비계획 변경 시 정비계획 수립권자인 구청이 서울시에 전문가 검토회의 상정 요청 후 전문가 검토 의견을 도시계획위원회 등에 첨부해 최종 결정하게 된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현금 기부채납을 통해 사업성이 향상되고 시민들의 다양한 공공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세부운영 계획을 마련했다"며 "효율적인 제도 운영을 통해 사업시행자와 공공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현금 기부채납 방침은 사업시행자 입장에서 공공기여 방식의 다양화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사업부지의 효율적인 사용으로 사업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으며 공공에서는 불필요한 기반시설 대신 현금을 활용해 다양한 공공기여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내년 2월 시행되는 도시정비법도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새 도시정비법 제17조제4항에서는 "용적률이 완화되는 경우로서 사업시행자가 정비구역에 있는 대지의 가액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납부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시설 또는 기반시설의 부지를 제공하거나 공공시설 등을 설치하여 제공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개정된 도시정비법에는 정비구역 내 대지가액 일부를 현금 납부하는 경우 공공시설 등의 부지제공 또는 공공시설 등을 설치ㆍ제공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했다.

기부채납을 현금납부 방식으로 대신할 경우 그 산정일은 `현금납부 내용이 반영된 최초의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 정했다. 기존에는 단순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라고만 명시돼 추후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했을 경우 최초의 인가일과 변경된 인가일 중 어느 것을 적용해야 하는 지 명확하지 못했다.

재건축사업 잇따라 도입 `시동`… 기부채납 대상 `절반` 현금 납부

하지만 현금 기부채납 방침에 대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사업 진행 중인 도시정비사업 구역 중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한 후보지 342개 구역에 대한 현금 기부채납 예상액을 4조6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시와 사전 협의 중인 2개 구역만 해도 현금 기부채납 금액이 800억 원대 규모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 중 서울 용산구 이촌동 왕궁맨션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방침이 발표되기 전 현금 기부채납을 검토한 바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12일 왕궁맨션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달(6월) 30일 정기총회를 통해 관련 안건을 상정해 성공적으로 마친데 이어 같은 달 정비계획 변경(안)을 신청했다. 이 계획(안)에는 현금 기부채납이 아닌, 토지로 기부채납을 진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왕궁맨션 재건축사업은 전체 용지의 15%를 기부채납해야 하는데 이 중 절반인 7.5%를 토지 또는 현금으로 내야한다. 이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현금 기부채납이다. 이번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 시행자는 기부채납의 50%까지 부동산이 아닌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다.

이달 12일 조합 관계자는 "지난 5월 현금 기부채납을 서울시와 협의한 바 있지만 이 당시에는 서울시의 현금 기부채납 방침이 세부적으로 세워지지 않아 다음으로 미뤄졌다"며 "하지만 이번 서울시 현금 기부채납 방침에 대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짐에 따라 지난달 신청한 정비계획 변경(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면서 현금 기부채납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강맨션 재건축사업과 청담삼익 재건축사업도 현금 기부채납에 대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은 사업 구역 전체의 10.9%를 공원, 도로, 주민센터 등 현물로 제공하고 나머지 4.1%에 해당하는 용지를 현금 458억 원으로 기부채납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겉핥기 식 기부채납 근절돼야"… 업계 "특정 사업에 남용될 위험성 커"

서울시는 수박 겉핥기 식의 기부채납을 줄이기 위해 현금 기부채납 제도를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에서 도시정비사업이 이뤄진 아파트 단지 대부분 도로나 공원을 기부채납하면서 용적률을 높이는 혜택을 받았지만 정작 공원은 단지 내 주거 주민 외에는 이용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도로 역시 대부분 해당 단지 주민의 진출입로로 쓰이고 도로 관리비는 시와 구청이 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사용자는 단지 내 주민들, 도로 소유주는 시나 구청이기 때문이다. 시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2015년 기부채납 공공시설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서관ㆍ어린이 집ㆍ노인 요양시설 등 공공성이 강한 시설까지 기부채납 대상으로 확대했지만 아직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번 현금 기부채납 도입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전망했다. 도로나 공원 등 공공성 강한 기반시설의 확충이 더 어려워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부채납 도입 자체가 개발이익을 일정 부분 시에 환수해 공적인 목적에 쓰도록 하는 것인데 현금 기부채납 제도는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쓰일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기반시설보다 현금으로 기부채납을 하는 것을 더욱 선호할 수밖에 없고 이 같은 경우가 증가할 경우 공공시설 같은 기반시설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도시정비업계는 기부채납이 현금 기부채납으로 이뤄질 경우 현금이 서울시가 앞세워 추진하는 특정 사업에 쓰이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유관 업계 한 전문가는 "서울시는 현금 기부채납으로 걷은 현금을 도시ㆍ주거환경정비 기금과 도시재생 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서울시가 주력하는 사업에만 쓰일 가능성이 크다"며 "기부채납 도입 취지에 맞게 도로ㆍ공원 등 공공시설 확충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와 한강변 단지 최고 층수 35층 제한이라는 어려움에 휩싸인 도시정비사업 조합들에게 현금 기부채납이라는 방침은 자칫 조합원들의 재정적인 부담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이번 해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유예 적용이 종료돼 조합과 조합원들의 재정적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한강변 단지들은 최고 층수 35층 제한으로 사업성 확보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현금 기부채납으로 섣불리 결정하면 조합과 조합원들의 재정적 부담이 불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해 시와 각 주체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현금 기부채납 방침을 밝혀 이를 두고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시정비사업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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