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뉴스

경제 > 부동산
기사원문 바로가기
출구 잃은 가계부채…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repoter : 유준상 기자 ( Lostem_bass@naver.com ) 등록일 : 2017-07-14 16:12:15 · 공유일 : 2017-07-14 20:02:11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지난 정부부터 지속된 규제 완화 기조가 대출을 부추기면서 가계부채가 무려 1400조 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에 가계 부실화와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새 정부가 다음 달(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예고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우리 사회의 뇌관으로 인식되는 가계부채의 해법이 있는지 심층적으로 다뤄봤다.

빚더미에 신음하는 국민들… 가계신용 잠정치 1359조7000억 원
가계부채 이대로 두면 안 된다…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 예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잠정)은 1359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말(1342조 원) 대비 1.26%, 전년 동기(1223조 원)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가계부채 증가세가 올해 4월 7조2000억 원, 5월 10조 원 수준이라는 금융권의 분석을 고려하면 현재 가계신용은 14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도 역대 최대지만 증가세 또한 지나치게 가파른 상황이다.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 심각성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2017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가구당 쓸 수 있는 돈과 부채의 비율인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8.6%p 상승한 수치다. 분석하자면 가처분소득(가계의 한 해 소득에서 세금 및 보험료 등 의무 지출 금액을 제외한 소득)을 모두 빚 갚는 데 써도 가처분소득의 절반만큼 빚으로 남아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득 여건의 개선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리까지 상승할 경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이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채무 불이행` 딱지를 붙인 저소득ㆍ저신용 서민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로 들어선 정부도 이에 경각심을 느꼈는지 최근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가계부채 증가세와 가장 직결되는 주택시장의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6월) 19일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이하 6ㆍ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주목할 내용으로 우선 정책 발표일 모집공고 분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의 대출한도가 줄어들었다. LTV(Loan To Value ratioㆍ주택담보인정비율)는 기존 70%에서 60%로, DTI(Debt To Incomeㆍ총부채상환비율)는 60%에서 50%로 강화됐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건설사의 보증으로 금융기관에 빌리는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도 DTI가 새로 적용된다.

조정지역은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비롯해 최근 주택가격이 급등한 세종특별자치시, 경기 과천ㆍ성남ㆍ광명ㆍ하남ㆍ고양ㆍ화성ㆍ남양주 7개 시, 부산 해운대ㆍ연제ㆍ수영ㆍ동래ㆍ남ㆍ부산진구 등 6개 구와 기장군 등 40곳이 대상이 됐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오는 8월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이번 대책에서 주목할 내용은 새로운 방식의 대출 조절 장치의 등장이다. 우선 장래 소득을 고려해 대출액을 결정하는 `신 DTI`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스통장과 카드론 등 모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고려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마련될 전망이다.

가계부채 원인은? `저금리ㆍ대출 규제 완화ㆍ가계 가처분 소득 저하`
부동산시장 불씨 보느라 가계부채 잡는 `알맹이` 놓친 박근혜 정부

그렇다면 가계부채가 증가한 본질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여러 가지 대내외적 리스크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권이 외려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정책을 편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정리된다.

가계부채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저금리 정책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금까지는 내부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 소비심리 부진 등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외부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의식해 관망세(저금리)를 유지해왔다.

이같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저금리로 인해 은행에 묶여있던 돈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섰고 자연스레 아파트와 상업용 건축물 등 부동산으로 쏠리게 됐다. 이는 자연스레 담보대출, 상업용 건축물 대출 등 가계 대출 수요 증대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기준금리 추이를 보면, 2010년 2%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1년 6월 3.25% 고점을 찍었다. 이후 2013년 5월 2.5%, 2015년 6월 1.5%, 2016년 6월 1.25%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후 지금까지 1.25%로 동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부채의 질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발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경우 한은은 외화 유출 방지를 위해 대출 금리를 올리게 되면 부채 리스크가 높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이야기다. 연체율이 올라가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대출금리가 오르면 부실 위험 가구의 금융 부채가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간 것이 결정적인 가계부채 증대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상황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 동안 무분별한 대출 규제 완화로 악화를 거듭했다"고 지적한 뒤 "긴 안목에서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또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총평한바 있다.

시기적으로 가장 근접한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활성화`로 요약된다. 2014년 8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새 경제팀은 내수활성화를 위해 주택시장 정상화 등을 주요 과제로 선정했고, 이에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 등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쏟아냈고, 이를 돕기 위해 LTVㆍDTI 완화 등 대출 규제의 나사를 풀었다. 결국 주택 관련 대출 수요 증가를 촉진,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전 정부에서 무리한 금리 인하와 부동산 규제ㆍ대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준 게 가계부채를 시한폭탄으로 만든 핵심 원인이다. 현 정부 들어 다시 부동산 정책이 규제 기조로 돌아섰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사람들은 빚을 내서라도 사려는 습성이 있기 마련이다. 한번 완화한 제도를 다시 규제하려니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가계부채 증대의 원인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 저하`를 들 수 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가계의 소득 증가율이 감소하고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생활비 마련을 위한 생활자금 대출이 증가했다는 게 그 이유다.

전문가 "단기적 방안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종합적 부채 관리 이뤄져야"
금리 인상보단 거시건전성 회복을 위한 정책과 정부의 지속적인 의지 필요

지난 정부부터 사실상 `가계부채 대책`이란 타이틀을 가진 정책과 입법 추진은 지속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절대량과 증가세는 왜 폭주하고 있는 걸까? 다수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에 대한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처방이 지속된 게 문제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가계부채 문제의 본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선 대출 개별 주체를 대상으로 정부의 맞춤형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가계부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문제가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신용상담 제도를 활성화하고 채무조정이나 구제금융을 통해 경제의 안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인 금리 인상 등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발발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금융시장 리스크가 변동성 측면에서 낮아져 보이지만 수준 자체는 높은 상태일 수 있다"며 "금리 상승 등 국면 전환 시 신용 또는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나아가 다수 전문가들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활용하는 방안을 꼽고 있다. 미시건전성은 개별 금융 기관들이 부도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반해 거시건전성은 전체 금융 시스템 혹은 다수의 금융기관에 대한 선제적이고 총체적인 관리를 통해 체계의 안정성을 꾀하는 것을 말한다.

가계부채가 금융기관과 가계의 도덕적 해이 등 시장 왜곡에 의해 증가하는 부채라는 점에서 가계부채 대책을 수립할 때 공공정책 규율과 LTVㆍDTI 등 금융 안정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주택 구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2000년대 중ㆍ초반 주택경기 호황이 지속됐다. 이에 당국이 주택시장 과열을 막고자 LTV, DTI 규제를 각각 2002년 9월, 2005년 8월 내놨다. 계량 모형을 이용해 2003년 2분기~2012년 2분기 43개 지역의 주택 가격과 주택담보대출을 분석한 결과, 규제가 주택시장 과열을 억제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거시건전성 제고의 일환으로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많은 은행에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 등 금융사가 가계나 기업에 대출을 해줄 때 입을 수 있는 손실을 평가해 쌓아두는 돈으로 대출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는 일종의 준비 자산을 말하는데, 은행 수익과 직결된다. 즉 변동금리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에 충당금 부담을 높여 고정금리대출 취급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가계부채가 140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변동금리대출자의 원리금 상황 부담은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상황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돼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변동금리대출을 받은 가계와 기업은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기존 변동금리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하고, 신규 대출도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는 유인책을 고심하고 있다.

유사한 맥락에서 일각에선 `동태적 대손충당금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태적 대손충당금 제도란 `경기 변동 국면`에 따라 충당금 적립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호황기에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이고 불황기에는 낮추도록 해 은행들의 경기순응성(금융회사의 대출이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이전 정부는 경제 전 분야의 총체적 성장이 아닌 부동산 카드를 절대적 진리인 것 마냥 고수하다 국민을 빚더미에 오르게 했다. 현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대출 규제 등 단편적인 해결책만을 내놓는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늘려 상환능력 제고 ▲생계형 대출 수요를 줄여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전환 ▲도덕적 해이를 막으면서 취약계층의 부담 경감 등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은 만큼 적극적으로 시행해 주길 바란다. 또한 금융 시스템과 채무자의 재정건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거시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의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무료유료
스크랩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