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서울시 내 주요 재건축 사업지들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과녁은 서울시다. 반(反)정비사업 기조가 지속되는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알짜 재건축 사업지들을 자신들의 재원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분석도 업계 내에서 나온다. 본보는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서울 시내 재건축 현장 세 곳을 밀착 취재해 그 실태를 파헤쳐 봤다.
이촌왕궁아파트, 현금 기부채납 문제 대두
기부채납은 사업시행자가 도로나 공원, 건축물 등의 기반시설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기부채납 방식에 있어서 규정 준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지들을 위해 서울시가 출구를 마련해줬다. 바로 현금으로 기부채납 대납이 가능하도록 한 `현금 기부채납`의 허용이다. 그동안은 도로나 공원 등과 건물, 대지 등 기반시설의 형태만 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6월 서울시는 지난해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개정됐지만 세부 운영 기준이 없어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현금 기부채납을 서울시 자체 운영계획 방침을 수립해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서울시내 도시정비사업 시행자는 불필요한 도로, 공원 등의 기반시설 제공을 지양하고 현금 납부로 기부채납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사업 진행 중인 도시정비사업 구역 중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한 후보지 342개 구역에 대한 현금 기부채납 예상액을 4조6000억 원으로 추산해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이 현금 기부채납 방식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지적이 나오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왕궁맨션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방침이 발표되기 전 현금 기부채납을 검토를 해왔다. 지난 6월에는 정기총회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해 성공적으로 마친데 이어 같은 달 정비계획 변경(안)을 신청했다.
왕궁맨션 재건축사업은 전체 용지의 15%를 기부채납 해야 하는데 현금 기부채납을 이용하면 이 중 절반인 7.5%를 현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 관련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 시행자는 기부채납의 50%까지 부동산이 아닌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적인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조합은 지난 5월부터 현금 기부채납을 서울시와 협의,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는 현금 기부채납 방침이 세부적으로 세워지지 않았다고 통보하면서 조합은 진행을 다음으로 미뤘고 이달 들어 서울시가 현금 기부채납에 대한 방침과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졌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자동적으로 지난달(6월) 신청한 정비계획 변경(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면서 조합은 현금 기부채납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갑작스레 보류 통보를 내렸다고 한다. 조합은 지난번에 시가 요청한 것을 다 반영하고 28개 실무과 협의를 다 마치고 나온 코멘트를 반영해 제출했음에도 또다시 이런 통보를 받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원들은 기부채납 절차와 방법을 간소화하려는 것인데 외려 혹 한 개를 더 달고 사업을 지체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금 기부채납은 서울시 운영비ㆍ도시재생 뉴딜사업 재원 마련 위한 수단?… 의혹 `모락모락`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촌왕궁의 현금 기부채납 행보에 시가 또다시 제동을 건 것은 현금 기부채납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조합 측에 실질적인 재원 요구 방책을 다듬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서울시가 현금 기부채납을 공론화하며 시행한 것은 결국 시가 원하는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의 용도가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당이 같음을 고려하면 배후에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손이 뻗쳤다는 일종의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논리로 보면 서울시가 현재 사업 진행 중인 도시정비사업 구역 중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한 후보지 342개 구역에 대한 현금 기부채납 예상액을 4조6000억 원으로 추산한 부분도 사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끌어다 쓸 예산 확보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선행 작업이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사전 협의 중인 2개 구역만 해도 현금 기부채납 금액이 800억 원대 규모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서울시 박원순 시장과 현 정부가 같은 정치적 베이스임을 볼 때 예산 확보와 지출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많은 부분들을 공유할 것이다. 국민이 돈을 내면 취지에 맞게 써야 하는데 최근 서울시가 보이고 있는 행보와 정황상 도시정비사업에서 거둬들인 재원은 도시정비사업 지원을 위한 목적이 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으로 충당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결국 이것이 사실이라면 자신들의 이상과 목적 달성을 위해 재개발ㆍ재건축에 빨대를 꼽고 빨아먹는 행태가 아니냐. 이는 국민 재산권 침해를 넘어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켜 강탈하려는 일종의 파시즘과 같은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잠실주공5단지, 단지 내 학교 부지 비용 분담 놓고 다투는 `서울시ㆍ교육청`에 `곤혹`
실상은 기부채납분 빼앗기지 않으려는 서울시의 작업… 이달 도계위 상정 `물 건너`
그런가 하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최근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도 왕궁아파트의 그것과 같다. 이곳은 초등학교 부지 비용분담을 둘러싼 서울시-교육청 간 이견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시는 교육청이 과도한 학교 부지 비용분담을 부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청은 반드시 조합 측이 학교 부지를 기부채납으로 해결해야 하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당초 중학교 1개소, 초등학교 2개소(1개소 신설, 1개소 이전)를 서울특별시강동송파교육지원청(이하 교육지청)에 기부채납 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조합은 기부채납 비율 20% 범위 내에서 학교 3개 부지를 확보하고 남은 부지에 도시계획시설, 임대주택 등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단지 주변에 제2롯데월드타워, 잠실역 등이 위치하면서 유동인구가 많아 교통이 마비될 것을 염려해 장미아파트 앞 도로부터 리센츠아파트까지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도로(도시계획시설)를 개설하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학교 1개, 초등학교 2개가 세대수에 비해 과하다고 판단, 관련 법에 따라 2개를 1개소로 줄여달라고 교육청에 요청했지만 교육청에서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회신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학교 기부채납 비율이 너무 과하다 보니 임대주택 등 다른 기부채납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시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초등학교 1개로도 충분할 것이란 입장"이라고 전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5000가구에 1개 비율로 배치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학생 수 조절이 필요할 경우 교육장의 판단에 따라 그 비율 이하로도 학교를 지을 수 있다.
서울시는 교육청과 갈등에 대해 학교 1개소에 대한 부지를 시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부담하자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시ㆍ도의 학교 용지는 시ㆍ도의 일반회계와 교육비 특별회계 각각 절반씩 부담하도록 돼 있다.
반면 교육청은 이에 대해 초등학교 2개소에 대한 부지를 조합이 기부채납으로 해결하지 않을 경우 단지 내 기존 신천초등학교 이전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1개소만 설치하자는 시의 입장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은 기부채납 원칙을 절대 고수하려는 서울시 입장에 있다. 서울시는 가구수에 비해 학교수가 과하다고 판단, 관련 법에 따라 2개소를 1개소로 줄이라고 요청한 것은 학교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임대주택 등 다른 기부채납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학교 부지를 둘러싼 시와 교육청의 갈등이 점화하면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은 예정됐던 이달 19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사실 조합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로부터 50층 층수 제고를 위한 허가를 위해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밟아오면서 시간ㆍ비용상 입은 손실이 막심한 상황이다. 최근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하기 위해 조합 측이 서울시의 요구한 대로 준수한 후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렸지만 서울시의 이기심에서 비롯한 발목 잡기로 또다시 사업 지연의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 시 도계위 관계자는 "조합은 시의 지적 사항을 반영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최근 시에 제출됐다. 다음 주 도계위 소위원회에 보고한 뒤 이달 19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심의위원 간 단지 내 학교용지 등 일부 쟁점에 대한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다음 회의로 순연할 예정"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서울시 말만 믿었는데"… 49층 포기하지 못한 은마아파트, 돌변한 시의 태도에 `낭패`
강남구 재건축 대장주 은마아파트 역시 서울시로부터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 시와 겪는 갈등 또한 층수 제고다. 하지만 과거로 거슬러 본질을 짚어보면 이 문제는 시가 사업 초기 층수 제고가 가능할 것이란 신호를 주면서 불거졌다는 게 다수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남구청은 최근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가 제출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서울시에 접수시켰다. 이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를 최고 49층 아파트 4개동을 포함한 30개동 5940가구로 재건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의 `35층 층수 제한` 장벽 앞에서도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층수 49층을 고수하고 있다. 사업이 늦어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해가기 힘든 만큼 그동안의 투자비용을 상쇄하고 사업성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층수 제고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쪽에서는 49층 층수를 고수할수록 서울시가 더욱 완고한 자세를 피력하고 있고 단지 내 주민들조차 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층수 제고가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시 관계자는 "다시 제출된 정비계획에 대해 관계 부처끼리 협의 중에 있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에 대한 심의 일정이 언제 잡힐지는 미지수이며 층수 제한에 대한 서울시 입장은 변함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비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사실 추진위가 49층 층수 제고를 포기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서울시로부터 비롯됐다. 추진위는 시가 `디자인 혁신 방안`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서면 35층 층수 규제를 완화해주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관련 용역을 위해 지난해 9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UN Studio(네덜란드) 컨소시엄`을 설계자로 선정, 관련 설계를 시작했다. `최고 층수 49층`이 담긴 설계안을 시에 제출했지만 이와 같이 시의 태도가 돌연히 바뀌면서 추진위 측은 큰 혼란에 빠졌다. 층수 제고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번 설계 용역비만 1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사업 행보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에 직면했다. 서울시 말만 믿고 49층 설계안을 작성했는데 시가 돌연히 제동을 걸면서 전진하지도 후퇴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시가 이 같은 상황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자행한 일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쉽게 말해 `층수 제고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는 사인을 은마아파트 추진위 측에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서울시가 쳐놓은 거미줄에서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손실만 커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서울시 내 주요 재건축 사업지들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과녁은 서울시다. 반(反)정비사업 기조가 지속되는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알짜 재건축 사업지들을 자신들의 재원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분석도 업계 내에서 나온다. 본보는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서울 시내 재건축 현장 세 곳을 밀착 취재해 그 실태를 파헤쳐 봤다.
이촌왕궁아파트, 현금 기부채납 문제 대두
기부채납은 사업시행자가 도로나 공원, 건축물 등의 기반시설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기부채납 방식에 있어서 규정 준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지들을 위해 서울시가 출구를 마련해줬다. 바로 현금으로 기부채납 대납이 가능하도록 한 `현금 기부채납`의 허용이다. 그동안은 도로나 공원 등과 건물, 대지 등 기반시설의 형태만 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6월 서울시는 지난해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개정됐지만 세부 운영 기준이 없어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현금 기부채납을 서울시 자체 운영계획 방침을 수립해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서울시내 도시정비사업 시행자는 불필요한 도로, 공원 등의 기반시설 제공을 지양하고 현금 납부로 기부채납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사업 진행 중인 도시정비사업 구역 중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한 후보지 342개 구역에 대한 현금 기부채납 예상액을 4조6000억 원으로 추산해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이 현금 기부채납 방식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지적이 나오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왕궁맨션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방침이 발표되기 전 현금 기부채납을 검토를 해왔다. 지난 6월에는 정기총회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해 성공적으로 마친데 이어 같은 달 정비계획 변경(안)을 신청했다.
왕궁맨션 재건축사업은 전체 용지의 15%를 기부채납 해야 하는데 현금 기부채납을 이용하면 이 중 절반인 7.5%를 현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 관련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 시행자는 기부채납의 50%까지 부동산이 아닌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적인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조합은 지난 5월부터 현금 기부채납을 서울시와 협의,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는 현금 기부채납 방침이 세부적으로 세워지지 않았다고 통보하면서 조합은 진행을 다음으로 미뤘고 이달 들어 서울시가 현금 기부채납에 대한 방침과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졌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자동적으로 지난달(6월) 신청한 정비계획 변경(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면서 조합은 현금 기부채납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갑작스레 보류 통보를 내렸다고 한다. 조합은 지난번에 시가 요청한 것을 다 반영하고 28개 실무과 협의를 다 마치고 나온 코멘트를 반영해 제출했음에도 또다시 이런 통보를 받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원들은 기부채납 절차와 방법을 간소화하려는 것인데 외려 혹 한 개를 더 달고 사업을 지체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금 기부채납은 서울시 운영비ㆍ도시재생 뉴딜사업 재원 마련 위한 수단?… 의혹 `모락모락`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촌왕궁의 현금 기부채납 행보에 시가 또다시 제동을 건 것은 현금 기부채납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조합 측에 실질적인 재원 요구 방책을 다듬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서울시가 현금 기부채납을 공론화하며 시행한 것은 결국 시가 원하는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의 용도가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당이 같음을 고려하면 배후에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손이 뻗쳤다는 일종의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논리로 보면 서울시가 현재 사업 진행 중인 도시정비사업 구역 중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한 후보지 342개 구역에 대한 현금 기부채납 예상액을 4조6000억 원으로 추산한 부분도 사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끌어다 쓸 예산 확보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선행 작업이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사전 협의 중인 2개 구역만 해도 현금 기부채납 금액이 800억 원대 규모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서울시 박원순 시장과 현 정부가 같은 정치적 베이스임을 볼 때 예산 확보와 지출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많은 부분들을 공유할 것이다. 국민이 돈을 내면 취지에 맞게 써야 하는데 최근 서울시가 보이고 있는 행보와 정황상 도시정비사업에서 거둬들인 재원은 도시정비사업 지원을 위한 목적이 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으로 충당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결국 이것이 사실이라면 자신들의 이상과 목적 달성을 위해 재개발ㆍ재건축에 빨대를 꼽고 빨아먹는 행태가 아니냐. 이는 국민 재산권 침해를 넘어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켜 강탈하려는 일종의 파시즘과 같은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잠실주공5단지, 단지 내 학교 부지 비용 분담 놓고 다투는 `서울시ㆍ교육청`에 `곤혹`
실상은 기부채납분 빼앗기지 않으려는 서울시의 작업… 이달 도계위 상정 `물 건너`
그런가 하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최근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도 왕궁아파트의 그것과 같다. 이곳은 초등학교 부지 비용분담을 둘러싼 서울시-교육청 간 이견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시는 교육청이 과도한 학교 부지 비용분담을 부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청은 반드시 조합 측이 학교 부지를 기부채납으로 해결해야 하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당초 중학교 1개소, 초등학교 2개소(1개소 신설, 1개소 이전)를 서울특별시강동송파교육지원청(이하 교육지청)에 기부채납 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조합은 기부채납 비율 20% 범위 내에서 학교 3개 부지를 확보하고 남은 부지에 도시계획시설, 임대주택 등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단지 주변에 제2롯데월드타워, 잠실역 등이 위치하면서 유동인구가 많아 교통이 마비될 것을 염려해 장미아파트 앞 도로부터 리센츠아파트까지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도로(도시계획시설)를 개설하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학교 1개, 초등학교 2개가 세대수에 비해 과하다고 판단, 관련 법에 따라 2개를 1개소로 줄여달라고 교육청에 요청했지만 교육청에서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회신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학교 기부채납 비율이 너무 과하다 보니 임대주택 등 다른 기부채납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시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초등학교 1개로도 충분할 것이란 입장"이라고 전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5000가구에 1개 비율로 배치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학생 수 조절이 필요할 경우 교육장의 판단에 따라 그 비율 이하로도 학교를 지을 수 있다.
서울시는 교육청과 갈등에 대해 학교 1개소에 대한 부지를 시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부담하자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시ㆍ도의 학교 용지는 시ㆍ도의 일반회계와 교육비 특별회계 각각 절반씩 부담하도록 돼 있다.
반면 교육청은 이에 대해 초등학교 2개소에 대한 부지를 조합이 기부채납으로 해결하지 않을 경우 단지 내 기존 신천초등학교 이전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1개소만 설치하자는 시의 입장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은 기부채납 원칙을 절대 고수하려는 서울시 입장에 있다. 서울시는 가구수에 비해 학교수가 과하다고 판단, 관련 법에 따라 2개소를 1개소로 줄이라고 요청한 것은 학교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임대주택 등 다른 기부채납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학교 부지를 둘러싼 시와 교육청의 갈등이 점화하면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은 예정됐던 이달 19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사실 조합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로부터 50층 층수 제고를 위한 허가를 위해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밟아오면서 시간ㆍ비용상 입은 손실이 막심한 상황이다. 최근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하기 위해 조합 측이 서울시의 요구한 대로 준수한 후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렸지만 서울시의 이기심에서 비롯한 발목 잡기로 또다시 사업 지연의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 시 도계위 관계자는 "조합은 시의 지적 사항을 반영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최근 시에 제출됐다. 다음 주 도계위 소위원회에 보고한 뒤 이달 19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심의위원 간 단지 내 학교용지 등 일부 쟁점에 대한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다음 회의로 순연할 예정"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서울시 말만 믿었는데"… 49층 포기하지 못한 은마아파트, 돌변한 시의 태도에 `낭패`
강남구 재건축 대장주 은마아파트 역시 서울시로부터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 시와 겪는 갈등 또한 층수 제고다. 하지만 과거로 거슬러 본질을 짚어보면 이 문제는 시가 사업 초기 층수 제고가 가능할 것이란 신호를 주면서 불거졌다는 게 다수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남구청은 최근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가 제출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서울시에 접수시켰다. 이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를 최고 49층 아파트 4개동을 포함한 30개동 5940가구로 재건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의 `35층 층수 제한` 장벽 앞에서도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층수 49층을 고수하고 있다. 사업이 늦어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해가기 힘든 만큼 그동안의 투자비용을 상쇄하고 사업성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층수 제고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쪽에서는 49층 층수를 고수할수록 서울시가 더욱 완고한 자세를 피력하고 있고 단지 내 주민들조차 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층수 제고가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시 관계자는 "다시 제출된 정비계획에 대해 관계 부처끼리 협의 중에 있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에 대한 심의 일정이 언제 잡힐지는 미지수이며 층수 제한에 대한 서울시 입장은 변함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비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사실 추진위가 49층 층수 제고를 포기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서울시로부터 비롯됐다. 추진위는 시가 `디자인 혁신 방안`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서면 35층 층수 규제를 완화해주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관련 용역을 위해 지난해 9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UN Studio(네덜란드) 컨소시엄`을 설계자로 선정, 관련 설계를 시작했다. `최고 층수 49층`이 담긴 설계안을 시에 제출했지만 이와 같이 시의 태도가 돌연히 바뀌면서 추진위 측은 큰 혼란에 빠졌다. 층수 제고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번 설계 용역비만 1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사업 행보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에 직면했다. 서울시 말만 믿고 49층 설계안을 작성했는데 시가 돌연히 제동을 걸면서 전진하지도 후퇴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시가 이 같은 상황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자행한 일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쉽게 말해 `층수 제고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는 사인을 은마아파트 추진위 측에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서울시가 쳐놓은 거미줄에서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손실만 커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