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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세력 잡고 서민 지원하겠다던 정부, 되레 서민들이 피해 받는다?
repoter : 서승아 기자 ( nellstay87@naver.com ) 등록일 : 2017-09-08 14:12:22 · 공유일 : 2017-09-08 20:01:58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정부가 8ㆍ2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한 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되레 금수저 1순위 청약자들만 막대한 차익을 누릴 기회를 갖게 돼 이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남 재건축, 분양가 하락에도 예비청약자들 `한숨`… 금수저들만 배불리기?

최근 `신반포센트럴자이`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4250만 원로 책정돼 인근 분양권 시세보다 10% 넘게 저렴하게 책정됐지만 예비청약자들은 되레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청약조건이 우수하더라도 최소 7억 원 이상의 현찰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수저 1순위 청약자들만 막대한 차익을 누릴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신반포센트럴자이`는 8ㆍ2 부동산 대책에 따라 75%의 가점제와 25%의 추첨제로 청약이 진행된다. 무주택자(최고 32점)에 부양가족이 많고(최고 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최고 17점)이 길었다면 확대된 가점제 비율이 기회일 수 있다. 다음 달(10월) 1순위 자격 강화 등 청약제도가 개편되면 문턱은 더욱 높아진다. 가점이 높지 않고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 2년이 안 되는 내 집 마련 희망자에게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낮아진 분양가를 보고 관심을 보인 많은 수요자들은 이내 돌아서고 있다.

먼저 강남 지역은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다. `신반포센트럴자이`는 분양가가 낮아졌다지만 가장 작은 전용면적 59㎡도 분양가가 9억 원을 넘기 때문에 집단대출을 할 수 없다. 기존에는 계약금 10%만 있으면 60%에 달하는 중도금은 모두 집단대출로 조달이 가능했다. 이 길이 막힌 것이다. 청약을 넣으려면 30%의 잔금을 제외한 금액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59㎡의 경우 7억 원가량, 그 이상의 중대형 면적은 10억 원이 넘게 필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청약 가능한 대상은 `무주택자 + 7억 원 이상 보유한 사람`이다. 여기에 구체적인 분양 사항이 공지되면 옵션비용이 추가되고 세금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부모가 마련해준 전셋집에 살 거나 부모의 집에 얹혀사는 강남 금수저만 청약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월 취임식에서 올해 5월 강남4구 20대 이하 연령의 주택 거래가 1년 사이 54%나 증가했다며 편법 증여를 의심했다. 여기에 청약을 통한 증여 및 시세차익이 추가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8ㆍ2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이상 주택거래를 할 경우 자금조달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분양권 전매도 포함된다. 국세청은 이에 발맞춰 철저한 검증을 다짐했다. 하지만 청약 당첨에 따른 계약금과 중도금 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이 없다. 오는 10월 예정된 시행령 개정에 해당 사안에 대한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위공직자들도 투기꾼?… 다주택자들 "억울하다"
8ㆍ2 대책 피해 커뮤니티 생성 등 정부에 `호소`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고위관계자들 역시 다수가 다주택자로 밝혀지면서 이번 8ㆍ2 부동산 대책에 투기세력으로 지목당한 다주택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신뢰도에 의문을 품고 있다. 가장 분노의 목소리를 크게 높이고 있는 사람들은 대책 발표 이전 투기지역에서 분양을 받았는데 중도금 대출을 계약하지 않아 8ㆍ2 부동산 대책에 소급 적용을 받은 사람들이다.

기존 주택 수와 기존 분양권ㆍ입주권ㆍ대출 유무, 분양(매매) 계약일자, 1차 중도금 실행일, 지역과 구입 목적 등에 따라 정리한 피해 유형만 해도 16가지에 이른다.

이들은 `8ㆍ2 대책 소급 적용으로 인한 피해자 모임`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조만간 집단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역시 고위 공직자들과 마찬가지로 주택 매각이 잘 안되거나, 10여 년 전에 재건축 단지를 샀으나 사업이 지지부진한 경우, 부모를 모시기 위해 집을 샀거나 미분양 분양권을 매입한 경우 등이다.

어느 정도 집값 상승을 기대한 부분은 있지만 일부러 투자를 위해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해명이다. 이 커뮤니티의 A씨는 "다주택자들이 투기를 위해 갭투자를 하는 경우는 강력히 규제를 해야 하지만 이번 정부 고위 관계자들처럼 부득이한 사연이 있는 다주택자들에 대해 정부가 유연하게 대응해 줄 필요가 있다"며 "집을 팔고 싶어도 팔리지가 않는데 계약금도 못 받고 중도금도 대출이 안 되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답답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 이 커뮤니티의 피해자들은 이번 대책으로 인해 분양받았던 지역이 갑자기 투기 과열 지역으로 묶이면서 대출 규제가 적용 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들은 이미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계약금마저 납부한 상태라 분양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도금을 마련할 목돈이 갑자기 생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신규 분양의 경우 가점제 비율이 높아지면서 무주택 기간이 짧은 30대들의 경우는 분양받기가 더욱 힘들어졌거니와 서울의 경우 대출 한도도 줄어들면서 한동안 `서울에 집을 사기`는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워졌다.

업계 "앞으로가 더 문제"… 이혜훈 의원 "서민들 피해 불 보듯 뻔해"

이처럼 8ㆍ2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이들을 규제하는 점은 다른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정부에서 못하는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임대사업자로 전환시키는 것은 다른 정책 수단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를 활용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선진국들의 추세와는 반대되는 정책인 것이다.

이들이 주택 투자를 줄인다면 중장기적으로 임대주택 부족으로 인해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해 경제성장의 절반을 건설업이 차지하고 있어 건설업이 위축될 경우, 서민 생활고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앞으로의 부동산시장은 더욱 힘들 수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과 전월세 상한제, 보유세 인상 등이 부동산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나올 경우 경제시장이 버틸 수 있을지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외환위기 당시 집값이 전국적으로 12% 정도 빠진 것만 보더라도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이어진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대책을 만들 때 강남 집값 잡기란 편협한 목표를 잡지 말고 거시경제적 측면과 서민생활에 대한 여파를 고려해야 하며, 집행할 때도 재빠른 보완책 마련과 같은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면서 "국민들과 좀 더 소통해 진정한 서민보호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8월) 16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8ㆍ2 부동산 정책은 한마디로 시장과 동떨어진 이념 과잉 진단으로 시장에 역행하고 그 때문에 저소득 서민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서울 일부 지역 집값 폭등 이유는 두 가지다. 10년간 지속된 초저금리 시중에 풀려있는 과잉 유동성, 두 번째는 수요는 몰리는데 공급이 부족한 것"이라며 "정부는 투기 수요라고 이념 편향적인 오진을 내렸다. 투기 수요는 있지만 그게 집값 폭등의 주된 원인은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투기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둔 8ㆍ2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도시재생도 투기과열지구?… 서울시 "애먼 서민들이 피해"

한편 정부가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올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을 눈여겨봐 온 정부로서는 바람직한 모델 하나를 잃은 격이다. 게다가 국토교통부가 편성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내년 예산이 4600억 원 선에 그쳐 약속했던 2조 원에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또한 하나의 자치구 안에도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 있는 반면 각종 규제에 묶여 낙후된 곳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서울 전체를 사업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여당도 이번 조치가 내년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뒤 이미 서울의 일부 자치구는 노후 주택 밀집으로 화재에 취약하거나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을 2~3개 동(洞) 단위로 묶어 도시재생사업 대상 선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8ㆍ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한 달 동안 지자체와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도시재생사업 선정 계획을 확정하겠다는 일정도 어그러져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이런 상항에서 낙후지역의 시민들만 유탄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목동과 마곡지구 집값이 올라 양천구와 강서구가 투기과열지구에다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이 됐는데, 두 자치구에는 김포공항 항로 아래에 있어 고도제한으로 개발이 묶인 신월동(양천구)과 화곡동(강서구)도 있다"면서 "투기세력을 잡겠다고 사전 협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가 애먼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성토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관계자는 "수명이 다해 지진과 화재에 취약한 노후 주택이나 시설물 등은 도시재생으로 정비가 시급하다"면서 "투기를 잡으려다 안전 확보는 물론 도시를 재구조화할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투기로 도시재생 지구의 땅값과 집값이 오르면 5년간 50조 원으로 잡혀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면서 "부동산 가격 안정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투기 세력을 잡고 서민 지원에 앞장서겠다던 정부의 8ㆍ2 부동산 대책이 되레 시장에 적용되자 서민들에게 다양한 피해를 떠안기고 있어 정부가 앞으로 정책에 어떤 변화를 줄지 업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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