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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제도 개편… 재건축 수주전 금품제공 ‘금지’
2017년 12월부터 재개발ㆍ재건축사업 클린(Clean) 수주 지향
repoter : 조현우 기자 ( escudo83@naver.com ) 등록일 : 2017-11-10 17:42:23 · 공유일 : 2017-11-10 20:02:09


[아유경제=조현우 기자] 정부가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행위를 바로잡겠다고 나서 도시정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9월 재건축 사상 최대 규모인 A단지의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한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이사비 7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점화됐고, 지난달(10월)에는 B단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시공권 경쟁 당시 벌어진 금품ㆍ향응 제공을 폭로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단초가 됐다.

이에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는 지난달(10월) 30일 시공자 선정 시 발생하는 금품ㆍ향응 제공에 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련 법령을 손질하고 빠르면 오는 12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본보는 최근 국토부에서 발표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제도 전면 개선방안`을 살펴봤다.

국토부, 개선안 원칙 위반한 건설사 입찰 무효ㆍ시공권 박탈
강남 재건축 조합 합동점검 `실시`… 시공자 선정 전 조합들… 제도 적용 우려↑

먼저 정부는 도시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이 이뤄지는 ▲입찰 ▲홍보 ▲투표 ▲계약 등 각 단계별 전반에 걸쳐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입찰 단계를 보면 재건축사업은 건설사가 설계, 공사비, 인테리어, 건축옵션 등 시공과 관련된 사항만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공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사비ㆍ이주비ㆍ이주촉진비ㆍ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등은 제안이 불가하다.

앞으로 조합원들은 필요한 경우 조합이 자체적으로 정비사업비로 이사비를 지원하거나, 이주비는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만 가능하다. 다만 재개발사업은 재건축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영세거주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건설사가 조합에 이주비를 융자ㆍ보증하는 것이 허용된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는 적정 이사비 기준을 전용면적 84㎡의 경우 가구당 150만 원 선으로 정할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건설사가 현실성 없는 과도한 조감도를 제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설계안에 대한 대안설계(특화계획 포함)를 제시하는 경우 구체적인 시공 내역을 반드시 제출하도록 정했다. 시공 내역에는 그동안 건설사들이 공개하지 않던 설계도서, 공사비 내역서, 물량산출 근거, 시공방법, 자재사용서 등이 포함된다.

만약 이 같은 입찰제안 원칙을 위반하는 경우 해당 건설사의 입찰은 무효가 된다. 그러나 해당 건설사 외 1개 건설사만 남은 경우라도 유효한 입찰로 간주하고 조합은 그 1개 사를 투표로 결정하면 된다.

홍보 단계에서는 건설사 및 고용된 홍보 업체가 금품ㆍ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되면 그 책임을 모두 건설사에 물을 예정이다. 건설사가 10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건설사ㆍ홍보 업체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되면 해당 건설사는 수주했던 곳의 시공권을 박탈당하고 2년간 도시정비사업 입찰 참여가 금지된다.

다만 시공권 박탈의 경우 착공 이후에는 선의의 조합원과 일반분양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시ㆍ도지사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유관 업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에서 도급 금액의 30%까지 과징금을 매기고 있는데, 정부는 공사비의 10~30% 선에서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약 1조 원 공사비 경우 최대 3000억 원)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 건설사가 홍보요원의 명단을 조합에 등록한 홍보요원만 홍보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에서 정한 공간에 개방된 홍보부스 1개소만 운영토록 했다. 미등록 홍보요원이 활동하거나, 개별홍보 행위가 3회 적발된 경우에도 입찰이 무효가 된다. 개별홍보는 1차 현장설명회 이후 총회 전까지다.

투표 단계에서는 정비구역 밖의 시ㆍ도나 해외에 거주해 총회 참석이 곤란한 조합원에 한해 부재자 투표기간을 하루만 운영한다. 조합원을 매수해 특정 건설사를 찍도록 하는 매표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계약 단계에서는 건설사들의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차단하기 위해 공사비를 입찰제안보다 일정 비율 이상 증액하는 경우 한국감정원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했다. 특히 조합 임원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 법)」 적용 대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9월 25일부터 국토부와 서울시 합동으로 시공자 선정 과정의 위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개선안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눠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공자 선정 과정을 겨냥해 꺼낸 칼날이 그동안 관행처럼 벌어진 현상들을 차단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당장 시공자 선정을 가시권에 둔 사업 주체들은 규제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당근 없이 채찍만 있는 수주 개선안에 건설업계가 몸을 사리면서 해당 사업장의 시공자 선택권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불법ㆍ부정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시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개선안의 경우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또 다른 꼼수를 만들 여지가 있다. 특히 `들러리 입찰`, `짬짬이 입찰`을 초래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예를 들어 조합 등이 입찰 단계에서 1개 사를 투표로 결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벌인다면 무혈입성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 또 조합에 등록한 홍보요원만 홍보할 수 있다는 사항은 조합이 특정 건설사를 고발할 경우 입찰을 고의로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의 다양한 반응 속에 올바른 절차와 정당한 경쟁에 의한 수주전을 장려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대로 도시정비사업의 클린(Clean) 수주 환경이 조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개선된 시공자 선정제도 Q&A>

Q. 이번 제도 개선에 따라 이사비, 이주비 등의 조달 방안이 실제로 어떻게 변경되는지?

A. 이사비는 시공자가 직접 조합원에게 일정 금액을 무상지급ㆍ융자해왔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시공자는 입찰 시 이사비 지원을 제안할 수 없고, 시공자 선정 이후 조합 자체에서 정비사업비로 실비 수준의 지원만 가능해진다.

이주비는 그동안 조합원이 은행에서 종전자산을 담보로 집단대출을 받아 조달했다. 그러나 최근 재건축 단지에서 시공자가 LTV를 초과하는 추가 이주비 융자를 제공한 점을 적발해 재건축에서는 시공자가 조합ㆍ조합원에게 이주비를 융자ㆍ보증하는 것을 금지한다.

다만 재개발은 시공자가 조합에 한해 이주비를 은행 조달금리 수준으로 유상 대여ㆍ보증하는 것은 가능하다.

Q. 이사비ㆍ이주비에 대한 건설사 지원을 제한할 경우 재건축사업 시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지?

A. 개선안 발표 전 일부 건설사가 제시했던 이사비는 재건축에서 이주할 주택을 마련하는데 실질적인 기여가 아닌 조합원의 표를 얻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 측면이 강했다. 게다가 이주비는 현재 대부분 사업장에서 시공자 지원 없이 은행의 집단대출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Q. 시공권 박탈시 사업이 지연ㆍ중단되는 것은 아닌지?

A. 시공권 박탈로 시공자 선정이 취소되더라도 조합은 다른 시공자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LH 등 공공기관이 조합을 대신하거나, 시공보증 제도를 통해 정상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울러 이미 착공돼 선의의 조합원이나 일반분양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도시정비법을 개정해 시ㆍ도지사가 과징금을 부과해 시공권 박탈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해당 사업장의 시공권 박탈 대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도 가능한지?

A.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등은 건설사가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한 경우 영업정지를 하거나, 영업정지에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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