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뉴스

경제 > 부동산
기사원문 바로가기
도시정비업계 옥죄는 날 성큼… 마(魔)의 ‘2월 9일’
repoter : 유준상 기자 ( Lostem_bass@naver.com ) 등록일 : 2018-01-12 16:43:29 · 공유일 : 2018-01-12 20:02:07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오는 2월 9일 도시정비업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및 시행령ㆍ시행규칙이 시행되는 날이어서다. 이번 개정 법령은 도시정비업계의 폐단을 근절시키고 큰 틀을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장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 본보는 이날 어떤 법안이 시행되는지 살펴보고 업계에 어떠한 파장이 일으킬 것인지 통찰하고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도시정비사업 용역업체 입찰, 사실상 `일반경쟁입찰` 의무화
과도한 경쟁ㆍ저가 수주 등 입찰 방식 제한 따른 후폭풍 예고

오는 2월 9일 시행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에서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도시정비사업의 용역업체 입찰의 일반경쟁입찰 방식 의무화이다. 이에 따르면 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는 계약체결 시,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계약은 전자조달시스템 이용을 의무화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제29조, 제32조, 제136조, 제140조).

개정안은 정비사업 용역계약 중 지명계약 및 수의계약이 가능한 경우를 명시했다. 지난해 8월 9일 일부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29조제1항에서 "사업시행자가 계약(공사, 용역, 물품구매 및 제조 등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체결하려면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 다만, 계약규모, 재난의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입찰 참가자를 지명하여 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규모를 정했다.

지명경쟁이 가능한 용역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로서 추정가격이 3억 원 이하인 공사,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전문공사로서 추정가격이 1억 원 이하인 공사, 그밖에 공사 관련 법령에 의한 공사로서 추정가격이 1억 원 이하인 공사, 추정가격이 1억 원 이하인 물품 제조ㆍ구매, 용역, 그 밖의 계약 등이다. 수의계약은 건설공사 추정가격 2억 원 이하, 전문공사 추정가격 1억 원 이하, 그 밖의 공사 추정가격이 8000만 원 이하, 추정가격 5000만 원 이하인 물품의 제조ㆍ구매, 용역, 그 밖의 계약, 소송ㆍ재난복구 등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용역계약의 경우 지명계약 1억 원 이하, 수의계약 5000만 원 이하일 경우에만 가능해진 것이다. 정비사업 대부분의 경우 용역비용이 수억 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일반경쟁입찰이 의무화된다는 말과 같다.

법 시행을 앞두고 현재는 3회 이상 유찰돼야 수의계약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에서 고의적으로 제한경쟁 입찰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제한경쟁입찰이 성사되려면 입찰에 5개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데 5개 건설사가 경쟁한 경우는 전례가 거의 없다. 속성으로 3회 유찰을 만들고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위준복 기획2실장은 "수의계약과 지명ㆍ제한경쟁입찰을 사실상 폐지하고 일반경쟁입찰 방식만을 고집할 시 입찰 방식을 협소하게 만들어 업체들의 참여율을 떨어뜨리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사업성이 결여되거나 소규모 단지들이 입찰 참여율이 저조한 사업지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이다. 사실상 입찰 성립이 불가한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투명성을 제고하려다가 자칫 사업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명ㆍ제한ㆍ일반경쟁 및 수의계약 등 입찰 방식에 다양성을 꾀한 것은 각 사업지의 사정에 맞는 방식을 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해 순탄한 사업 추진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정부는 이번 처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업계는 일반경쟁입찰을 통해서만 용역업체를 선정할 경우 입찰 진입 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거나 의도적인 저가수주 행태가 만연해지는 폐단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비판한다. 또 사업 규모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선정될 경우 용역의 품질 저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조달시스템 의무화 담은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안 같은 날 실시
일반경쟁입찰 의무화와 맞물려 업계에 혼란 가중 예상… "시기상조"

2억 원 이상 용역 계약은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용역계약 시 전자조달시스템 이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직까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는 2016년 11ㆍ3 대책에 따라 정비사업 주체의 운영의 공정성,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으로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을 개정해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새 도시정비법 제29조제2항에서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정규모를 초과하는 계약의 경우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이용을 의무화하고 전자조달시스템 이용 의무화 대상 규정에 대한 내용도 신설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용역 중 ▲추정가격 6억 원을 초과하는 건설공사 ▲추정가격 2억 원을 초과하는 전문공사 ▲그 밖의 추정가격 2억 원을 초과하는 공사 ▲추정가격 2억 원을 초과하는 물품 제조ㆍ구매, 용역 그 밖의 계약 등은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업계는 2억 원 이상의 용역 계약 시 전자조달시스템 이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시행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조합은 물론 대부분의 협력 업체들이 전자조달시스템에 대해 생소한 상황에서 충분한 교육과 적응 시기도 없이 추진하는 것은 무리한 추진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한 강남의 재건축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전반에 걸쳐 업무를 수행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조차도 대부분 전자조달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업을 추진하라는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당장 2월 9일부터는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만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데 전자조달시스템까지 의무화되면 조합과 업체 모두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넉넉한 교육 인프라와 적응 시간을 더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자조달시스템을 의무화해도 조합이 대부분 전자입찰로 가격 제안만 평가하고 개찰 후 추진 주체에서 별도로 제안서를 평가하는 제안서평가방식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조합과 업체 간 사전 담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신탁방식 추진 사업지도 조합원 양도 제한… 부동산신탁사들의 유일한 출구 `봉쇄`

이번 개정법 시행으로 부동산신탁사들 또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데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9일 발표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따라 2월 9일부터 신탁방식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주택 소유자들도 조합원 지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양도할 수 없게 된다.

현행 도시정비법 등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에 재건축사업을 맡겨 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 소유자들은 8ㆍ2 부동산대책에 따른 조합원 지위양도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신탁방식으로 추진되는 재건축사업은 조합이 없어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신탁방식으로 추진되는 재건축사업에도 기존 조합방식 재건축사업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서울권 재건축사업의 과열 현상을 차단하기 위한 카드로 신탁업계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개정되는 도시정비법 제39조제1항은 정비사업의 조합원(사업시행자가 신탁업자인 경우에는 위탁자)은 토지등소유자로 하되 그 여러 명을 대표하는 1명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재건축사업을 부동산신탁사에게 맡긴 주택 소유자들이 기존 조합방식으로 추진되던 재건축사업의 조합원과 같은 처지에 놓이면서 신탁사업 추진의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개정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지역의 재건축단지에 집을 소유한 사람들 모두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조합원 재당첨 제한 등 각종 규제를 똑같이 적용받게 돼서다.

부동산신탁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부동산신탁사들은 그동안 신탁방식의 재건축사업에 각종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사업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신탁사들은 법 개정 이후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려던 단지들이 신탁사에 일감을 맡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미 신탁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지에서도 조합원 지위의 양도금지가 분양률 저하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신탁업자는 "부동산신탁사는 도시정비사업 개발사업에 필요한 건축비와 금융비용을 투입하고 분양이익을 많이 내야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분양 실적이 저조해지면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해지면 거래가 끊겨 추후 보상기준을 마련하는데 분쟁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부동산신탁사를 선정한 재건축 단지들에서는 관련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2월 9일 전에 위탁자들의 분양권 판매가 불일 듯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6개 유형의 도시정비사업 3개로 `통폐합`… 혼란 최소화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이와 함께 6개 유형의 정비사업이 3개로 단순화 된다. 지난해 2월 8일 개정공포 된 도시정비법 전부개정안 및 그해 연말 공포된 시행령ㆍ시행규칙이 관련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오는 2월 9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주거환경정비사업,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통폐합되고 재개발사업과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재개발사업으로 통폐합된다. 재건축사업은 그대로 유지된다. 단 소위 소규모 재건축이라 불리우던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소규모 정비특례법」으로 이동된다. 사업 내용이나 방식이 유사한 사업의 통합을 통해 정비사업 유형을 간소화하자는 취지다. 특히 기존 재개발사업은 주택만 공급할 수 있어 아파트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개발이 이뤄진 폐단을 개선하고 앞으로는 용도지역상 허용되는 건축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 복합개발이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부작용이 따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우선 정비유형 통ㆍ폐합이란 개정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통합된 새로운 용어로 인해 현장에서 혼란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입지, 사업 추진 주체, 사업 목적, 용도, 밀도, 인센티브조항 등 사업 환경이 너무 다른 사업 유형을 하나의 사업 체계에서 운영할 수 있을지는 퀘스천마크가 찍힌다.

대표적으로 재개발사업은 주거지역을 기반으로 해 주체가 거주민인 반면,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상업지역(일부 공업지역) 등 도심ㆍ부도심 등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일반적으로 사업 주체가 사업자 중심으로 돼 있다. 이에 도시정비법 제정 이전부터 오랫동안 도심 재개발과 주택 재개발이 분리ㆍ운영돼온 것이다. 태생 자체가 전혀 다른 두 개의 사업을 단순히 묶어버리면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는 게 현장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재개발과 도시환경정비사업을 묶는 통합개정이 복합개발을 통한 다양한 도시기능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주된 개정사유가 단순히 복잡한 유형의 통합차원에 있다면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특히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 도시환경정비사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목표, 방향, 가이드라인 등에 큰 차이가 있는 재개발과 통합을 위한 기본계획 변경, 실행 기준 마련, 운영관리 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혀 다른 체제로 운영되는 두 개의 사업은 분리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도시정비법은 2002년 12월 제정된 이래 현재까지 무려 80여 회에 달하는 개정으로 인해 `누더기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 말인즉슨 개정 빈도수는 높지만 개정의 시기마다 현장의 요구를 반영이 제대로 안 된 미흡한 개정 조치가 다수를 차지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번 2월 9일 개정 조치를 두고도 현장의 비판의 요구와 법 폐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미 법 개정 절차를 모두 거쳤고 시행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법 시행이 임박해 개정이 어렵다면 법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차선책으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무료유료
스크랩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