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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와르르’ 배경에 서울시 있었다?… 위험시설물 관리 ‘도마 위’
repoter : 서승아 기자 ( nellstay87@naver.com ) 등록일 : 2018-06-15 14:34:09 · 공유일 : 2018-06-15 20:01:53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4층 규모의 상가 건물이 한순간에 붕괴됐다. 해당 건물은 1966년에 지어진 오래된 상가 건물로 52년이 지나면서 사고가 일어나기 한 달 전에 이미 붕괴 조짐이 보였다. 이에 주민들은 용산구청에 수차례 민원과 이의를 제기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해 건물이 모두 붕괴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심지어 이번 붕괴 사고가 난 건물의 경우 위험시설물로 관리하지 않아 구청 안전업무가 도마에 올랐다.

한순간에 `붕괴`… 주민들 "전조 있었다"

지난 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후 12시 35분쯤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이 무너져 4층에 거주하던 A씨가 다쳐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붕괴 당시 1~2층에 있는 음식점은 휴일이어서 문을 열지 않아 사람이 없었고, 3~4층은 주거공간인 건물이나 4층에 60대 여성 한 명 외엔 모두 외출 중으로 건물 내에는 아무도 없던 상태였다.

구조된 여성은 "4층 건물이 갑자기 흔들리다 주저앉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은 4층 건물에서 전화통화를 하던 와중에 건물이 무너져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당시 여성이 떨어진 위치 양 옆에 차량이 주차돼 있어, 차량 사이로 건물 잔해를 피해 경상에 그쳤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주변 건물 공사 영향으로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붕괴 원인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이날 오후 4시쯤 건축구조기술사와 구청 건축 담당자 등과 함께 급히 사고 현장 주변 건축물들에 대한 육안 점검에 나섰다. 용산구청은 제2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통해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예정이다. 안전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고 주변현장에 있는 11동의 건물 중 3개동 건물은 입주를 보류했다. 나머지 8개동은 다시 입주해도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육안점검을 마친 용산구 관계자는 "주변 건물들이 오래돼 자체 구조도 열악했고 상가 건물이 붕괴하면서 외력에 의해 조금 다쳤다"며 "추가 안전점검을 한 뒤 이상이 없다고 판단될 때 입주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52년 전인 1966년에 지어졌으나 위험시설물으로 지정되지 않아 별도로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위험시설물로 지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로 점검은 안했다"며 "몇 년마다 건물을 점검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건물에 이상 조짐이 있다는 민원 접수가 있다는 사실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해명에 해당 건물에서 생활한 주민들은 이전부터 건물에 이상 조짐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붕괴한 건물 1~2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해온 B씨는 "건물에 이상이 있어 불안해 사진까지 찍어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었다"며 "구청에서도 사람이 나온 적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항의했다.

1층에서 또 다른 음식점을 운영하는 C씨도 "건물에 균열도 있어 주변에선 신고를 많이 넣었었던 걸로 안다"며 "설마 했는데 하루아침에 장사를 접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붕괴된 건물 인근 한 주민도 "건물이 워낙 노후돼 재건축 대상이었다"며 "이번 달에 도시정비사업 관련 총회를 연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에 사후 보상절차는 해당 조합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해당 구역은 사유지로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행정지원은 구청에서 하되 실질적 보상 조치는 조합에서 모두 처리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붕괴된 건물 주변을 통제하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인명 수색을 진행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소방 담당에서 하는 구조작업이 끝나면 구청이 인계받아 복구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대책반을 현장에 꾸려서 피해주민 임시거처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상가가 포함된 용산5구역 재개발사업이 미뤄진 것은 박원순 시장 임기 전인 2010년 구획 지정 단계부터 업무 지구로 지정돼 사업성이 떨어졌고, 이에 사업 진행이 더딘 상태였다. 이처럼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자 2015년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의료관광호텔로 병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병원의 소극적인 태도와 관련법 시행 만료로 사업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조합은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주거비율을 늘려 사업성을 높여달라고 요구했고 지난 3월 주거비율이 29%에서 서울시 심사를 통해 50%로 증가했다. 업무 공간이긴 하지만 오피스텔까지 합해 70%의 주거비율을 확보해 시공자 선정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시공자 선정도 지난 3월 유찰돼 재입찰 과정 중에 있다.

이는 용산5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해 서울시가 인허가를 늦춰 사업을 지연시킨 것은 아니지만 조합에 전적으로 맡겨오고 손을 떼버린 구청과 시의 안전관리 소홀이 문제라는 도시정비업계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무너진 건물 세입자 B씨는 "지난 5월 9일 건물에 이상이 있어 어떻게 민원을 넣어야하는지 구청에 문의했더니 사진을 보내라고 해서 이메일로 금이 간 건물 사진을 보냈다"며 "이후 현장을 둘러본다고 하더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붕괴 상가포함 정비구역 전수조사 돌입… 업계 "이제야?"

이에 서울시는 뒤늦게 붕괴 상가를 비롯한 정비구역 309개소 내 5만5000여 건축물을 대상으로 첫 전수조사에 나선다.

지난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전수조사는 최근 발생한 용산 노후상가 붕괴 사고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아 노후화된 상태로 남아있는 지역 내 건물들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이달부터 전수조사에 들어가 오는 10월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조사는 올해 8월까지 구역지정 후 10년이 경과된 건축물 182개소(3만6633동)에 대한 점검을 마치고, 나머지 구역지정 후 10년 이내 건축물 127개소(1만8932동)도 10월 말까지 단계별로 시행한다.

안전점검은 ▲서류점검 및 현장확인(전체) ▲육안점검(50년 이상 벽돌조, 30년 이상 블록조 등) ▲정밀안전점검(노후불량 및 위험발견 시) ▲정밀안전진단(보수보강 필요 시) 등으로 이뤄진다. 서류점검과 현장확인은 5만5000여 동 전체를 대상으로 서울시건축사회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협조를 받아 진행한다. 정밀안전점검은 육안점검 중 노후불량하거나 위험문제가 발견된 건물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정밀안전진단은 보수보강이 필요할 경우 진행한다.

현장에서의 모든 점검은 25개 각 구청과 전문가가 시행하며, 점검결과 미흡하고 불량한 시설에 대해서는 구청장이 소유자와 협의해 시설의 사용제한ㆍ금지, 퇴거, 철거 조치 등 행정조치를 이행하게 된다.

비용은 정비구역 지정 후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지역은 시가 안전점검 비용을 부담한다. 조합이 설립된 지역은 관리주체인 조합에서 자가 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조합이 예산지원을 요청할 경우 시가 융자한다.

다만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용산5구역은 조합이 구성돼 있지만 시공자가 선정되지 않은 지역으로 시급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시가 비용을 부담힌디. 지난 8일부터 구역의 모든 건물 33개동에 대해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다.

아울러 시는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정비구역 외에 일반구역에 대해서 오는 7월부터 찾아가는 안전점검을 무료로 시행하고, 건축물 대장 확인을 통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건물에 대한 세부계획을 별도로 수립해 연내 점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치구가 자체적인 안전점검에 들어간 경우 시의 계획과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호 협력해 전수조사와 특별안전검검을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건물 붕괴 사고를 계기로 안전 사각지대의 현실이 도마 위에 오르자 서울시가 뒤늦게 대책을 마련했다"며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고 붕괴 위기에 놓여 있는 곳들이 있는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한다"고 밝혔다.

건축물 안전 관리 의무 `다양화`… `구청ㆍ조합ㆍ시공자` 공동으로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시는 노후 건축물 붕괴 사고를 막기 위해 구청장, 사업시행자(조합), 시공자 등에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법ㆍ제도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유관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용산 상가건물 붕괴 사고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구청장 및 조합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개정을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도시정비법 개정안에는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 우려가 있을 경우 시장ㆍ군수가 직권으로 철거 등 강제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또 조합 의무에 정비사업지 내 노후 건축물 철거 시까지 안전관리를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벌칙조항을 둔다.

시공자 업무에는 철거공사 전까지 기존 노후 건축물에 대한 관리업무를 추가한다. 이밖에도 조합 표준정관을 개정해 주기적 안전관리 및 보고체계 규정을 명문화하고, 건축물 철거 시까지 체계적 안전관리를 규정한 「건축물 안전 및 유지관리법(가칭) 」 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구역 지정 후 완료되기까지 평균 18.3년이 소요된다"며 "노후 건축물이 철거되기 전까지 거주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건축물의 유지관리 의무자는 소유자이지만 이번 용산 붕괴 사고로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난 만큼 예산을 투입해 전수조사와 함께 관련법령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최근 재개발 구역 정비와 용산 건물 붕괴 사고를 언급했다.

지난 13일 지방선거 결과 첫 3선 서울시장 타이틀을 얻게 된 박원순 시장은 이달 14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6층에서 열린 실ㆍ본부ㆍ국장 정례간부회에서 후속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박 시장은 "다행스럽게도 큰 인명 피해나 재산상 손실이 없었지만 평일이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재개발 정비가 되지 않은 곳이 100여 곳인데 조속한 시간 내에 정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용산 붕괴사고에 대해 서울시가 아닌 조합 측의 책임이 있다고 하지만 그 책임을 미룰 상황이 아니다"라며 "시민 안전에 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붕괴 사고가 일어남에 따라 서울시가 후속 조치에 나섰지만 이미 전조가 일어났음에도 시가 이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것은 위험시설물 관리에 미흡했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며 "앞으로 충분한 후속 조치를 통해 위험시설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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