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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도시정비사업을 ‘왕따’ 시키나
repoter : 김학형 기자 ( keithhh@naver.com ) 등록일 : 2018-07-13 15:26:57 · 공유일 : 2018-07-13 20:01:59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지난 6ㆍ13 지방선거 결과로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더욱 짙은 안개가 드리워졌다.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처럼 규제 완화나 개발사업 추진을 주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을 필두로 도시정비사업에 부정적인 노선을 견지해온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시재생, 가로주택정비 등 주민이 중심이 되는 중ㆍ소규모 사업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반면, 도시정비사업에는 각종 규제를 동원해 그나마 남은 추진력마저 잃게 만들었다.

이에 본보는 현재 도시정비사업이 이토록 외면 받게 된 배경과 응원 받는 사업들에서 배울 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원주민 `둥지 내몰림` 최소화 가능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꼽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주민 재정착률 재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강화`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으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다르지 않다는 데 공감했다.

2016년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중ㆍ하류층이 생활하는 도심 인근의 낙후 지역에 상류층의 주거 지역이나 고급 상업가가 새롭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아울러 그해 `둥지 내몰림`으로 순화했다.

이기웅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 연구교수는 "90년대 이후 변화와 확장을 지속해온 서울 홍대 앞과 2000년대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북촌, 가로수길, 서촌, 경리단길, 해방촌, 성수동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말대로 최근 많은 미디어는 둥지 내몰림을 주요 상권이 형성된 지역에서 임대료 등의 상승으로 기존 상인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으로 그린다. 굳이 따지자면 둥지 내몰림은 도시정비사업에서 더 오래 역사를 갖는다. 1960년대 재개발ㆍ재건축이 시작될 때 일부 주민들은 다른 살 곳을 찾아 떠나야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도시정비사업으로 개선ㆍ개발이 필요한 지역을 새롭게 변모시켜 활기를 찾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잘 살고 있는 집과 마을에 굳이 감당하기 어려운 자본을 끌어와 새로운 중산층이 거주민을 밀어내게 되는 침입자적 속성을 보인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뤄지면 노후 주택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지역은 한층 활기를 찾게 된다"며 "특히 중산층이 유입되면서 주민들의 평균 소득도 올라가게 돼 지역 불균형을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도 둥지 내몰림에 부정과 긍정의 효과가 양립한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주택과 도시, 부동산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김 의원은 공저서 《젠트리피케이션》(커뮤니케이션북스, 2016)에서 "쫓겨나는 입장에서는 나쁜 것이고, 공동화된 도심이 활성화되고 도심 회복의 기반이 확보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부분도 있다"고 썼다.

또 김 의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도시화 과정에서 모든 국가와 도시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며 "이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민과 시민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결속ㆍ결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지자체와 정부는 지역공동체의 문제 인식을 제도적ㆍ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민관(民官)의 이해와 협조가 병행될 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인 정부가 제도적으로 공급을 유도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한다는 주장도 다수 나오고 있다.

박태원 광운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 간 경쟁이 심화되는 도시마케팅의 시대에 젠트리피케이션이 갖는 의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며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 활용을 위한 사회적 갈등 방지와 수혜 형평성을 위한 도시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도 "저소득층이 서울을 떠나면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떨어져 도시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공공이 임대주택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급에서 벗어나 최근 주거 요구들을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주택의 공급이 필요하다"라며 "주택가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주거의 규모와 수준에 대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책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면 철거 방식 없이 정비사업 가능할 수 있나… 소셜믹스, 실현 가능성 `관심`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대 도시와 지역을 새로 정비하는 주요한 통로로 역할을 했지만 적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도시정비사업의 어두운 단면으로 2009년의 `용산참사`를 꼽았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대학교의 한 역사학과 교수는 "자기가 살던 터전에서 쫓겨나거나 버티려는 주민들과 이들을 강제로 몰아내려는 건설용역들이 오버랩(겹치기) 되는 모습은 현대사의 흔하지만 여전히 슬픈 장면"이라고 말했다. 당시 용산4구역 재개발사업의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강제진압에 들어간 경찰 가운데에는 경찰복을 입은 건설용역이 포함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제 철거용역까지 동원되는 경우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는 가능하면 강제 철거를 피하고 사전에 갈등을 조정하려 애를 쓰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도시정비사업의 전면적인 철거 방식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 등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당시 용산구에 살다 양재동으로 이사한 한 주민은 "그 날(용산참사)을 똑똑히 기억하는데, 가끔 꿈에서 집을 깨부수겠다고 용역들이 몰려오면 여전히 두렵고 무섭다"면서 "자기 집이 강제로 헐리는 경험과 기억은 트라우마로 깊이 남았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도시정비사업에서 전면적인 철거만큼은 피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전면적 철거는 수익성이 중요한 정비사업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소규모일 경우 범위가 크지 않아 철거를 조금씩 차례로 진행할 수도 있고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빠져도 크게 상관이 없지만 대체로 도시정비사업은 중ㆍ대규모 이상으로 사업을 벌이기 때문에 전면적인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전면적이고 빠르게 철거해 착공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며, 시간이 지연될수록 각종 비용은 늘고 사업성은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실적으로 극복 가능한 사안이 거의 없었으나 같은 단지 내 임대주택과 일반주택의 분리문제는 당장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현행법상 재개발사업은 총 가구수의 15%를 임대주택으로 채워야 한다. 재건축사업은 임대용을 짓지 않아도 되지만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대부분 넣는다. 이들 임대주택의 위치는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에서 지정하고 지자체가 받아들이는(매입 후 임대) 방식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십중팔구는 임대주택과 일반분양 주택이 멀찌감치 떨어져있다. 게다가 건물 외양도 내부 설계도 차이가 난다. 조합이 수익성 증대를 이유로 그렇게 계획하기 때문이다. 분양과 임대 주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자 갈등을 조장하는 구조다.

서울시 관계자는 "2~3년 전 아파트 1개 동에 분양과 임대를 섞는 소셜믹스(social-mix)를 시도했는데, 그리 많지 않았고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도 "시대와 인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진정한 소셜믹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도시재생`도 투기세력 못 막았다

도시재생은 처음부터 뉴타운ㆍ재개발사업을 대체하기 위해 태어났다. 2012년 1월 박원순 시장은 이전에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으로 지정됐으나 사업추진이 부진하거나 중단된 경우 실태조사를 통해 지구지정을 해제하겠다며 `뉴타운ㆍ재개발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사업이 해제된 곳은 주민들을 주축으로 한 도시재생 방식을 도입해 지역공동체를 회복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이듬해 `서울형 도시재생`의 첫 사례로 뉴타운 지구에서 해제된 종로구 창신ㆍ숭인 지구를 선정했다. 2014년부터 창신 1~3동ㆍ숭인1동 일대 83만130㎡에 국비ㆍ시비 200억 원을 들였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을 도시정비사업의 `전면적 철거`나 `철거 후 신축` 방식을 피해 도심 원형을 유지하면서 지역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정의한다.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을 떠안는 대신 주민전체의 참여와 의사결정을 통해 스스로 지역을 가꾼다는 게 뼈대다. 때문에 사업 이후 수익성 증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창신ㆍ숭인 지구의 집값은 1.5~2배 가량 올랐고 많은 원주민들이 떠났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집값은 평당 800만 원대에서 몇 년 새 1500만 원으로 올랐고, 2015년 말 4억 원 초반 대 거래되던 주택은 2016년 6억 원대에 손바꿈했다. 국토부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창신동 단독ㆍ다가구 주택 매매거래는 20건에 불과했으나 도시재생사업이 확정된 2014년 38건, 2015년 67건, 2016년 73건으로 꾸준히 거래가 증가했다. 지난해 69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사업 진행이 한창이던 2015년보다 많은 숫자다. 정비사업의 철거, 둥지 내몰림을 최대한 줄여 지역공동체를 재생시키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집값 오름세도 원주민 이탈도 막지 못한 것이다.

이 곳 사업의 한 자문기획자는 "애초에 도시재생사업이 무엇인지 아는 주민이 없었고, 주민 참여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그동안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주민들이 도시재생이 재개발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는 측면에서는 성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도시재생에서도 수주전이 벌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재생 관련 조합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도시재생 `업자`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며 "500곳이 새로 생기기 때문에 용역업체 말고는 다른 인력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등 외부업체들은 실질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재생 전문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은 누가 예산을 따내느냐는 다툼만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더 늦기 전에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시재생사업 전문가는 "현 정부가 도시재생 등을 장려하는 것도 도시정비사업을 규제하는 것도 모두 사실"이라며 "하지만 도시재생이라고 도시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완벽히 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거의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도시재생)를 만들어 한 쪽만 지원하는 건 다른 한 쪽을 고사시키겠다는 뜻"이라면서 "앞으로도 중ㆍ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이 필요하다는 걸 (정부가) 인정한다면, 이렇게 하면 지원하겠다 정도의 로드맵을 정부가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동산 업계의 분위기는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으로 눈을 돌린 형국이다.

지난 12일 국토부는 올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신청지를 접수한 결과 총 264곳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곳은 223곳, 공공기관이 제안한 사업지는 41곳이다. 특히 올해는 작년에 배제된 서울시에서 10곳이 선정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약 2개월에 걸쳐 서면ㆍ현장ㆍ발표평가와 부동산시장 영향 검증 등 절차를 통해 오는 8월 말께 최종 사업지역(100여 곳)을 확정ㆍ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선정 과정 이후 선택되는 신청지와 그렇지 못한 곳의 온도 차이가 극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그간 나타난 도시재생의 명암을 제대로 헤아린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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