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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ㆍ분양원가 공개 논의 ‘활활’… 정부 “보여줄게 내려다오”
repoter : 김학형 기자 ( keithhh@naver.com ) 등록일 : 2018-09-14 10:45:22 · 공유일 : 2018-09-14 13:02:06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최근 정부가 집값 잡기 방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건설공사 원가 공개`가 화두로 떠올랐다. 생산비를 훤히 드러내 집값에 낀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정부 및 여당과, 정당한 이익이자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일부 야당과 건설업계가 맞섰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 도입했던 `원가 공개` 카드가 갈수록 쪼그라든 배경은 무엇인지, 오늘날에도 유효할지 등을 살펴봤다.

이재명 도지사가 쏘아올린 공, `원가 공개`
"표준시장단가 적용 시 비용 대폭↓"

`원가 공개` 논의에 포문을 연 인물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지난달(8월) 14일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건설공사 원가공개 대상을 `향후 9월 1일부터 계약하는 10억 이상 공사`에서 `과거 2015년 1월 1일부터 소급 확대`하기로 했다"면서 "경기도시공사의 원가공개도 검토 중인데 여러분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아파트 건설원가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으로 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사실상 민간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까지 건설원가를 공개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지난 5일 경기도는 이 지사의 지시로 계약금액이 10억 원을 넘는 경기도시공사의 공공건설사업 58건의 공사원가를 공개했다. 이어 7일에는 경기도시공사가 민간건설업체와 공동으로 분양한 아파트 5곳의 건설원가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들 다산신도시 3곳, 고덕신도시 1곳, 동탄신도시 1곳 등의 건설원가는 총 7704억 원 규모였다. 공개 항목으로 재료비, 노무비, 경비 같은 `순 공사비`와 사업비 등을 포함했고, 아파트 수주를 위한 영업비용과 도급업체에 주는 하도급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은 제외했다.

이 지사는 "2016년 4월 성남시장 시절 처음으로 공사 세부내용과 원가를 공개했다"며 "민간공사와 비교해 부풀리기 설계인지를 알 수 있어 공사비 거품이 꺼졌고, 성남시는 이런 예산절감을 바탕으로 `가성비` 좋은 복지사업을 펼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지금의 `표준품셈` 대신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현재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라 100억 미만 공공건설공사에는 `표준품셈`을 적용한다. 표준품셈은 품셈에서 제시한 수량(재료ㆍ노무ㆍ경비)에 단가를 곱하는 원가계산방식을 말하고, 표준시장단가는 이러한 표준품셈(표준시장단가 포함)을 적용해 완료한 공사에 계약단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직접공사비를 말한다. 대체로 정해진 단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표준품셈보다 시장 상황을 반영한 표준시장가격이 낮게 산정된다.

경기도에 따르면 표준품셈보다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때 적게는 3.9%에서 많게는 10.1%까지 차이가 났다.

실제로 도가 진행한 오산소방서 신축공사는 표준품셈 적용 시 76억412만6000원인 반면, 표준시장단가 적용 시 73억499만4000원으로 2억9913만2000원(3.9%) 차이가 났다. 진위~오산 시계 도로확포장공사의 경우에도 표준품셈 적용 시 49억1517만 원인 반면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44억1671만3000원으로 4억9845만7000원(10.1%)의 차이가 났다.

이 지사는 "지난해 경기도에서 발주한 100억 원 미만 공사 1661건의 공사비는 2098억 원이었다"며 "표준품셈이 아니라 표준시장단가로 공사예정가를 산출했다면 81억 원(3.9%)에서 211억 원(10.1%)까지 공사비를 아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7일에는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약 26% 비싸게 분양… "공개 항목 늘려야"
법률자문 "문제 없음"… 유사 판결 존재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소비자에게 분양한 건축비와 건설사들의 건축비는 26% 정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5개 블록 아파트 건설원가를 공개한 지난 7일 경실련은 다산 신도시와 고덕 신도시 등 2곳의 분양 당시 제시한 건축비는 3.3㎡당 평균 658만 원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자료의 실제 도급 건축비는 평균 523만 원으로, 전용면적 84㎡의 경우 4400만 원 정도 비쌌다.

다산진건 S1블록은 분양건축비가 643만 원이지만 도급건축비는 495만 원이었고, 평택고덕 A9블록은 분양건축비는 673만 원인 반면 도급건축비는 552만 원이었다.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다산진건 S1은 4900만 원, 평택고덕 A9은 4000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경실련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내용만 봐도 분양가격과 실제 건축비 차이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앞으로 하도급 명세서 등이 공개항목이 늘어나면 아파트의 실제 분양가와 공사 원가에 대한 검증이 가능해져 보다 투명한 가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7일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날 논의 대상이 됐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9조는 법인, 단체, 개인 등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는 법률자문 결과 대다수 전문가들이 "도시공사의 민간참여 분양주택 원가공개가 건설사들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공익적 차원의 정보공개가 민간건설사의 사익보다 우선한다" 등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좇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사법부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판결한 적 있다. 2008년 10월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전정수 판사)는 경실련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를 결정했다. 그해 1월 경실련은 SH에 하도급업체들의 도급내역서 등의 자료 공개를 요청했는데, SH에서 이를 거부하자 소를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도급내역서 등이 아파트 분양원가가 적정하게 산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에 불과해 하도급 업체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주택의 건설, 개량, 공급, 관리ㆍ개량ㆍ공급 및 관리 등을 통해 서울시민의 주거생활을 안정시키고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SH의 설립목적 및 취지에 비춰보더라도 이 사건 정보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즉, SH가 정보공개법 제9조를 근거로 해당 기업의 `경영상의 비밀`이라며 자료 공개를 거부한 일이 오히려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현미 장관 "시행령 개정해 추진"

분양원가 공개는 2004년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공약이었다. 당시 김금태 의장(당 대표)이 주도한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장사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입장 차이를 드러내자 김 의장은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는 말로 원가공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2007년 도입된 제도는 공공사업 61개, 민간사업은 7개 항목을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로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공개 항목을 12개로 축소했다. 현재 공공기관 발주사업의 공개항목은 ▲택지비 3개 ▲공사비 5개 ▲간접비 3개 ▲기타비용 1건 등이며, 민간사업은 해당사항이 없다.

최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 지사가 피운 불씨에 불을 붙였다. 이달 6일 정 대표는 예방하러 온 김현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에게 "분양가 공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정 안되면 시행령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장관은 "(제가) 작년에 시행령으로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냐. 잘 알겠다"고 답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가격 공시 항목을 61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그동안 정 대표는 분양원가 공개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3종 세트를 줄곧 주창해왔다. 지난해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건 국회 동의 없이 공개 항목을 줄일 수 없도록 못을 박기 위해서였다. 참여정부에서 도입 당시 61개였던 공개 항목을 2012년 12개로 줄일 때 국토부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을 개정했다. 이날 분양원가 공개 추진을 시사한 김 장관의 발언으로 시행령 검토 등의 작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사업 투명화 `OK`… 집값 안정은 `글쎄`"

건설ㆍ분양 등 관련 업계에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반응과, 여전히 반대하는 목소리가 엇갈렸다.

경기도에서 건설원가를 공개하자 곧바로 강하게 반발하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법률 전문가들도 건설공사 원가 공개가 헌법상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효과는 의문이지만 정부 정책으로 도입된다면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표준시장단가`에 관해서는 비교적 공통된 입장이었다. 처음부터 대형 공사에 적용하려고 만든 기준을 중소형에까지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100억 원 이상의 대형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고 이하이면 표준품셈을 쓰는 건, 어딘가의 입장료로 어른ㆍ어린이 요금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면서 "중견업체 위주로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서 그는 "누군가가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게 사실이고, 이를 공사원가 공개로 해결할 수 있다면 해야 마땅한 일이라 여긴다"면서도 "모든 공사에 거품이 꼈다고 잘못된 전제를 하는 건 아닌지, 거품이 아니라 정당한 수익은 아닌지 좀 더 고민하고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집값 안정 효과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원가이든 건설원가이든 세세한 비용을 드러냄으로써 시장은 조금이라도 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당장 분양가를 낮춰도 주변 시세를 따라 오르는 게 집값인데 어떻게 잡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개별적으로 아무리 거품을 뺀다한들 종합적ㆍ근본적 해결책 없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정동영 대표는 "분양원가 공개는 소비자의 알 권리"라며 "부동산 가격 거품으로 인한 자산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민생개혁의 첫 신호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3일엔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으로 "다음번 국회 본회의에서 분양원가 공개법을 최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정 대표는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세 가지 처방과 함께 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정상화, 공공임대 대폭 확대를 동시 추진할 때 부동산 광풍이 잡히고 집 없는 서민이 내 집 마련의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처럼 집값 안정을 위해 건설공사 등의 원가를 공개하자는 일각의 움직임과 시장경제 논리에서 벗어날 우려가 있다는 부동산시장ㆍ건설업계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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