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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이 암을 완치할 수 있을까?
‘펜벤다졸’ 복용을 둘러싼 식약처, 제약사, 암 환자들의 온도차
repoter : 손서영 기자 ( shwizz@naver.com ) 등록일 : 2019-12-06 18:18:06 · 공유일 : 2020-01-17 16:27:47


[아유경제=손서영 기자]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는 개그맨 김철민이 페이스북을 통해 폐ㆍ신장 등의 CT 검사 결과를 본인 페이스북를 통해 공개해 연일 화제다.

폐암 4기를 투병 중인 김씨는 "펜벤다졸을 7주 차 복용하고 있으며 오늘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모두 정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암 수치(CEA)의 경우 8월 8일 기준으로 471이었으나 이달 6일 기준으로 283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충제를 복용하기 전 간 수치가 34였으나 현재는 17로 더 낮아졌다"며 "건강이 모두 호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펜벤다졸은 정말 암을 완치할 수 있는 걸까? 펜벤다졸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60대 외국인 남성이 지난 9월 동물용 구충제를 복용한 뒤 암을 완치했다고 공개한 뒤부터 가격이 10배 이상 오르며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이후 절박한 심정으로 펜벤다졸의 복용을 희망하는 말기 암 환자들이 늘어났고, 해당 약의 복용과 관련해 인터넷 커뮤니티 상으로 수많은 복용 후기와 정보들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후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대한암학회는 지난 10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암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고용량ㆍ장기간 투여를 강력 경고했다.

그러나 식약처의 보도자료를 면밀히 검토해보면 다소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펜벤다졸의 부작용을 설명할 때는 오히려 동물실험을 반영해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실제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방법과 복용량은 사람이 처한 상황과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사람이 가진 질병 3만여 개 가운데 동물과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의 결과로 인간의 질병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클리오퀴놀이나 페니실린 등 인간과 동물에게서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들의 사례도 있다. 그러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말기 암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펜벤다졸의 구매처를 물으며 서로 간 후기를 공유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대한암학회 등의 전문가와 함께 동물용 구충제를 항암제로 복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 환자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당부했지만 펜벤다졸의 임상시험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지난 11월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실험을 정부 차원에서 확실하게 진행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지만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미달해 답변을 얻지 못했다(마감일인 2019년 12월 4일 기준 8774명 동의).

지금까지 식약처는 동일 답변을 반복하고 있지만 펜벤다졸을 구입해 복용하는 말기 암 환자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식약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말기 암 환자와 가족들은 어떠한 부작용을 감내하더라도 펜벤다졸을 먹고 암을 완치할 수만 있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약을 복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식약처와 정부가 직접 나서 펜벤다졸의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실제 복용한 환자들의 데이터를 모아 병의 예후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약처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법률사무소 `청지`의 이성환 변호사에 따르면 약을 복용해서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면 제조사에게 책임 추궁이 가능하지만, 개가 복용하도록 만든 약을 사람이 먹어서 생긴 부작용에 대해서는 제약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사 펜벤다졸이 효과가 없을지라도, 말기 암 환자들과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위해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임상시험은 꼭 필요하다. 해당 제품의 항암 효과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도, 혹시 부작용이 생긴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도 식약처와 정부의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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