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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AI 바둑 시대, 어떻게 즐기고 어떻게 배워야 할까
repoter : 고상우 기자 ( gotengja@naver.com ) 등록일 : 2019-12-20 17:26:24 · 공유일 : 2020-01-17 16:42:15


[아유경제=고상우 기자] 그동안 바둑은 단순한 `보드게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바둑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기예이자 정신수양의 정수로 인식돼 왔다. 지금도 바둑 학원에서는 인성 교육을 중요시해서 대국이 이뤄지면 예의와 규칙을 지켜야 하고 유단자에게는 깍듯한 존중을 갖춘다. 바둑을 잘 두려면 인격 수양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격언도 여기서 비롯됐다.

한때는 뛰어난 바둑 실력을 갖춘다는 것이 곧 훌륭한 인격을 지닌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도 했다. 과거 한국을 넘어 세계 바둑계를 평정했던 조훈현 9단은 한 나라의 으뜸가는 손, 즉 `국수(國手)`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부여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세돌 9단이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에 1:4로 패배한 사건은 바둑이라는 분야가 인격이나 정신수양과 무관한 `게임`이라는 것을 알린 단적인 사례였다. 인공지능에게 인격이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상급 프로 바둑 기사들이 AI에 줄줄이 패배하고 오히려 AI의 기보를 연구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바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바둑은 두뇌 스포츠다. 농구, 축구, 달리기에서 인간이 기계를 능가할 필요가 없듯이 바둑 역시 수학적 알고리즘을 갖춘 기계를 넘어서야 할 필연적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뛰어난 스포츠인은 대중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그 이유는 이들의 근력이 자동차 엔진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한 인간이 쏟을 수 있는 노력과 인내심, 도전정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알파고와의 대국을 보며 이세돌 9단에게 감동을 느낀 이유도 그가 최선을 다해 보여준 집중력, 끈기, 열정이 귀감이 됐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AI에 패했다고 해서 바둑을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당면한 문제에 최선을 다하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또한 암암리에 깔려있는 지나친 엄숙주의를 걷어내고 나면 바둑은 우리에게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궁리하고 즐기면서 바둑을 배워나가는 활동은 교육적 목표와도 부합한다.

이세돌 9단은 은퇴 경기로 많은 프로 기사들 대신 국산 AI `한돌`을 상대로 지목했다. 그가 기계를 상대로 이길지 질지 더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도전 정신과 프로 의식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은퇴 후에는 그가 편안한 마음으로 바둑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동시에 늘 그랬듯 새로운 분야에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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