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뉴스

경제 > 생활경제
기사원문 바로가기
[아유경제_기자수첩] 한국에서 ‘90년대 생 여자’로 살아남기
repoter : 손서영 기자 ( shwizz@naver.com ) 등록일 : 2019-12-27 17:12:28 · 공유일 : 2020-01-17 16:47:41


[아유경제=손서영 기자] 2019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는 단연 `여성 혐오`와 그에 맞서는 `페미니즘` 이슈였다.

우리 대법원에서도 2018년부터 `성인지 감수성`을 적극 고려해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한 구조적 차이를 인정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능력을 양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희정 전 도지사의 성폭행 판결`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이 적극 고려돼 그의 수행비서이자 피해자였던 김지은씨의 일관된 진술과 증거들이 채택돼 안 전 도지사에게 징역형 유죄판결이 선고됐다.

그러나 얼마 전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섰던 가수 설리(25)씨와 구하라(28)씨가 연이어 자살을 택해 우리나라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들 모두 90년대 생이었다. 잇단 비보를 접하자 국내 여론은 두 연예인에게 쏟아진 `여성 혐오적 악플들`을 주된 자살 이유로 꼽았다. 뒤이어 설리ㆍ구하라는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는 주장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전파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9년 6월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16~2018년 사이 응급실을 내원 환자 3만8193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 자살 시도자 중 10~20대의 자살 시도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10대 여성 8.1%, 20대 여성 18.2% → 2018년: 10대 여성 15.7%, 20대 여성 24%)

아울러 통계청이 2019년 9월에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녀 사망률 중 자살이 26.6%로 전년대비 9.5%p 대폭 증가했다. 조사에 따르면 10~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자살이었다.(10~19세 35.7%, 20~29세 47.2%, 30~39세 39.4%) 전 연령을 성별로 따져보았을 때 여성보다 남성의 자살률이 높다. 그러나 20~29세의 경우 자살로 사망한 남성의 경우 2017년보다 2018년에는 0.7%p 늘어났지만 반면 같은 연령 대비 여성의 경우 2017년보다 2018년에 1.8%p 증가해 남성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통계 미비`를 반영해 20대 여성의 자살 데이터를 집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여성학 전공 교수에 따르면 자살이 아니라 강력 범죄(살인)의 표적이 돼 목숨을 잃은 20대 여성들이 통계 미비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인도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0대 후반~20대 여성 사이에서 여성 자살자의 수가 남성만큼이나 많은데 이는 사회구조상 여성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치안과 더불어 사회적 특징상 자살인지, 타살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여성 사망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20대 여성 자살자의 통계 수치가 100% 현실을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20대 여성들은 삶을 이어가는 대신 `자살`을 택하는 것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9년 11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9월까지 국내 10~20대의 우울증 환자 현황에서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4년(4만9975만 명) 대비 2018년(9만8434명)에 97% 이상 급증했다. 자살을 택한 설리와 구하라 모두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사회학계에서는 우울증 증가폭과 함께 자살률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특히 20대의 우울증, 조울증 환자의 급격한 급증은 개인적 문제보다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각별한 사회적 관심과 사회 구조적 병폐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계청은 20대 여성들이 바라는 양성평등 사회와는 전혀 다른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는 모양이다.

통계청이 2019년 11월 발표한 `2019년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의 경우 2018년 4/4분기(0.89)부터 2019년 1/4분기(1.01)까지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9년의 3/4분기는 0.88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인구 1명당 출생이 예상되는 수치를 의미한다.

통계청은 이어 합계출산율이 2021년에 최저점인 0.86명까지 내려갔다가 2022년부터는 반등해 2025년에는 1명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저출산의 난국에 맞서 숫자가 많은 90년대 생 여성이 곧 30대 초반에 진입해 출산율을 1명대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계산에는 젊은 층이 출산율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고 한편으로는 1991~1995년생 여성층의 경우 페미니즘의 영향을 크게 받은 세대라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정작 여성들은 결혼을 할 생각도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는데도 통계청이 단지 1990년대 생 여성의 숫자가 많으니 출산율도 곧 1자리 수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낭만적이다 못해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이달 4일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을 주제로 미혼남녀가 저출산 인식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20대 미혼 남녀 각각 500명를 조사) 특히 여성의 경우 57%가 결혼에 부정적이었으며 '꼭 결혼하겠다'는 응답은 11%를 기록해 같은 질문에 응답한 남성(26.4%)의 절반을 미치지 못했다. 여성이 꼽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로는 `양성 불평등적인 문화(30.5%)`와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다(29.1%)`가 절반 넘게 차지했다. 덧붙여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응답은 56.9%였는데 여성의 경우 71.5%가 출산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으며 이는 남성의 응답률(42.6%)과 차이가 컸다.

이에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가치관이 크게 변하고 있고 여성에게 불평등한 문화가 혼인율과 출산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연령ㆍ상황별에 따라 상이한 정부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90년대 생 여성들에게도 더 이상 자살을 택하지 않고 희망은 택할 수 있는 미래도 함께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2016년 여성 살해ㆍ폭행 논란이 끊이질 않자 공포감을 토로하는 여성들을 비난하는 남성들에 대한 대항 서사로 이민경 작가는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을 출간했다.

해당 책 발간 이후 젊은 여성층에서 페미니즘 이슈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각종 SNS에서는 여성에게만 부과됐던 `꾸밈 노동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화장품을 뭉개는 영상 및 사진`과 `쇼트커트 인증 샷`이 #탈코르셋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폭발적으로 전시됐다. 아울러 `여성도 평등한 인간 주체로서 서고 싶다`는 페미니즘의 열풍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 작가는 2019년 8월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을 집필해 여성의 자기 대상화와 탈코르셋 운동에 관한 생생하고도 균형 잡힌 기록을 보여줬다.

규범적인 여성성에 순응하지 않는 여성이 한국 사회 내 비가시적인 사회ㆍ문화적 압력에 쓰러지기는 너무나 쉽다. 또 이를 거부할 경우 직업 장이나 사회 도처에서 `불편한 시선`을 마주하기도 한다. 또,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위기에 빠져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의 말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2020년에는 여성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에 더욱 공감하며 `여성으로서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한국`을 꿈꾼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무료유료
스크랩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