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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헤드라인] 도시정비업계 덮친 ‘코로나19’…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분양가상한제 미뤄달라”
repoter : 김필중 기자 ( kpj11@naver.com ) 등록일 : 2020-03-13 14:23:22 · 공유일 : 2020-03-13 20:02:06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정비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은 의사 결정을 위해 총회를 열고 조합원들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합들은 이를 연기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회에 `직접 출석`을 못 박은 현행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회 일정 줄줄이 연기ㆍ취소… 야외 공사장ㆍ운동장서 총회 열기도

1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19일 총회를 개최하고 사업비와 조합원 분양가 재산정 등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은평구로부터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총회 일정을 연기하라는 행정지침을 받고 총회 일정을 취소했다.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도 이달 중으로 계획했던 정기총회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은 오는 4월 26일 시공자선정총회도 앞두고 있어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예정된 시공자선정총회도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도 지난해 무산된 시공자선정총회를 이달 8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이 밖에 시공자 선정을 앞둔 강남구 삼성동 98 일대 가로주택정비, 부산광역시 범천1-1구역 재개발 조합 등 전국 각지의 조합들도 줄줄이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게다가 다음 달(4월) 다가온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사업 속도를 올리던 일부 조합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오는 4월 28일까지 관리처분총회를 열어 일반분양가를 확정하고,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총회 일정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은평구 수색6구역 재개발 조합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오는 28일 야외 공사장에서 관리처분총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장소 대관도 어려워져 결국 조합은 야외 공사장에서 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원 수가 수천 명에 달하는 대형 조합들은 고민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조합원 수만 5000명이 넘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이달 30일 개최 예정인 관리처분총회를 개포중학교 운동장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실내 장소에서 대규모 인원이 몰리면 감염병 확산 우려가 높아진다는 지적에 따라 장소를 바꾼 것이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은 앞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사업시행총회를 개최했다가 참석 조합원 중 한 명이 확진자로 밝혀져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다행히 해당 총회에 참석한 1600여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분양가상한제 연기 요구에 고심하는 국토부

지난 11일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연합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조치로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최소 3개월 이상 연기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에 공식 청원했다.

미래도시시민연대는 "수천 명이 참석하는 총회와 수만 명 이상이 참관하는 본보기 집 참관 행사는 최악의 확산 사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선행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집회 금지 조치와 집회장 대관 거부로 옥외 집회를 포함해 안정적인 총회 개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3개월 정도 연기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추가로 유예를 받을 수 있는 조합은 없다"며 "3개월 정도의 추가 유예기간 만으로 제반 절차를 완료하고 분양가상한제 유예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이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조합경영지원단장은 "분양가상한제에 쫓겨 분양과 공사를 서두르면 수천 명의 현장 근로자들이 집단 감염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전국 확산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주요 자치구들도 국토부에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동작구는 지난달(2월) 27일 국토부에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치구가 분양가상한제 연장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지난 2월 28일 은평구도 같은 이유로 연장을 요청했고 서초구, 강남구 등도 이달 분양가상한제 적용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다. 이 밖에 다른 구청들도 동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재개발ㆍ재건축 조합들과 자치구의 움직임에 국토부도 현황 파악에 나섰다. 지금까지 국토부는 "이미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을 6개월로 확정한 상황이어서 연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합과 지자체의 요청이 있어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와 이달 총회 개최 예정 단지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고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을 봐가며 분양가상한제 유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총회처럼 전자투표 도입해야" 목소리 커져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45조6항에 따라 총회 의결은 조합원의 100분의 1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조합 창립총회, 사업시행계획(안)의 작성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안)의 수립 및 변경을 의결하는 총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총회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이처럼 `직접 출석` 조건이 법령에 들어간 것은 「국회법」을 제외하고 도시정비법이 거의 유일하다. 2002년 도시정비법 제정 당시 재개발ㆍ재건축에 각종 이권이 개입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아 직접 출석 조건을 넣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상장사 주주총회처럼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주총회에 전자투표가 도입된 지도 10년이 넘었고 스마트폰 보급률과 정보통신기술 발달 등 시대의 변화를 감안해 모바일 투표 등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19대 국회에서는 관련 개정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2015년 함진규 미래통합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재개발ㆍ재건축사업과 관련한 의결사항을 인터넷 등 전자투표로 하는 방안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당시 함 의원은 "조합원의 참석에 따른 불편을 덜어주는 동시에 다수 조합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를 허용하면 조합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서면결의서에 대한 위ㆍ변조 논란이나 집행부와 조합원 간 의견 충돌도 감소할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갈수록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참에 조합 총회의 직접 출석 조건을 못 박은 현행 법령을 전자투표가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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