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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찐’ 출석과 출석 인정 사이… 개근상에 관한 고찰
repoter : 유정하 기자 ( jjeongtori@naver.com ) 등록일 : 2020-05-08 18:29:35 · 공유일 : 2020-05-08 20:02:41


[아유경제=유정하 기자] `라떼` 성실함의 척도는 단연 개근상이었다. 아파도 꾹 참아야만 1년에 단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장. 성적이 좋지 않거나 글짓기를 못해도 누구든지 받을 수 있었지만, 아무나 쉽게 받아내지는 못하는 그런 귀한 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학교 수업 대신 학교 밖에서 활동해도 출석을 대체받을 수 있다. 교내에서보다 더 다양한 체험을 하고 부모님과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교육부의 권유였는데, 이 제도 때문에 최근 `개근 거지`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현장체험학습 제도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많아지자, 현장체험학습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해외여행을 다닐 수 없는 가난한 아이라는 인식과 혐오가 퍼져나간 것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이유 없이 결석 후 현장체험을 했다고 거짓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잦아져 사실상 개근상의 취지가 퇴색됐다. 또한 아폴로 눈병이나 메르스, 신종플루 등의 전염병이 돌 때면 등교는 하지 않고 출석 인정은 받기 위해 일부러 전염되려 노력(?)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요즘엔 `찐(진짜)` 개근을 하는 학생이 되레 바보가 되는 격이 돼버렸다. 누구는 해외여행 다녀와서 개근상 받고, 누구는 `찐` 개근을 하고 똑같은 개근상을 타는 불공평함이 생겨났다.

이 문제를 인식한 것인지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개근상이 자취를 감춘 상태다. 또한 교육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몸이 아파도 무리하게 등교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며 학생 건강권 보장을 위해 개근상 폐지를 공론화한 바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개학이 미뤄지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올해 학생들의 출결은 사실 무의미한 것이 됐다. 서버가 터져 온라인 수업을 듣지 못한 학생들이 속출했고 출석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 게다가 지난 7일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의 체험학습 사유로 제출할 수 있는 가정학습을 출석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이 오지 않아 집에서 수업을 듣거나 등교를 해도 모두 출석 인정 처리를 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라면 온전한 출석, 특히 개근은 더더욱 의미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체험학습은 더 늘어날 터이고 앞으로 어떤 전염병이 언제 어디서 돌지 모른다. 개근은 더 이상 성실을 의미하지 않으며 아이들로 하여금 빈부격차만 깨닫게 할 뿐이다. 대학가에서도 `출튀(출석하고 도망가기)`나 `대출(대리출석)` 등이 팽배하자 교수들이 출석을 아예 성적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사내에서는 `워라밸`을 강조하며 휴식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학교 밖 경험을 중요시 여기고 아플 땐 푹 쉬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억지로 책상에 앉아있기보다는 다양한 체험을 하며 창의력과 일의 능률을 높이는 것이 지금 사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이 분위기를 따라 개근상은 사라지고 있다. 아니, 이젠 사라져야 마땅한 것이 됐다. 출석은 성실함의 척도가 아니며 부의 상징도, 가난함의 아이콘도 아니다. 그러니 코로나19 사태로 겪은 `찐` 출석과 출석 인정의 사이의 묘한 차이를 잘 따져보고, 오로지 개근만으로 성실함의 정도를 판단하지 않는 선진화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석이라는 같은 두 글자에 담긴 너무나도 다른 생활, 이젠 가려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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