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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친일파가 되지 않기 위한 지침
repoter : 고상우 기자 ( gotengja@naver.com ) 등록일 : 2020-05-15 17:30:41 · 공유일 : 2020-05-15 20:02:24


[아유경제=고상우 기자] `한민족`에서 `야마토 민족`으로 자신의 근본을 변경당하는 일들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운영 논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친일세력의 준동`으로 몰리는 작금의 사태들이 그것이다.

문제 제기자들 중에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한 이들도 있을 텐데, 갑자기 일본 극우의 사주를 받았다는 식의 혐의를 받으면 아무래도 억울하다. 정의연 문제와 관련해 본의 아니게 친일파로 찍히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지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정의연을 향해 어떠한 비판도 가해선 안 된다. 집권여당은 `친일 청산`이라는 민족적 대의를 추구하는데, 정의연 전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은 이 대의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낸 성명에 의하면 윤 당선인과 정의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친일ㆍ반인권ㆍ반평화 세력"이 벌이는 "부당한 공세"일 뿐이다. 공연히 이들의 화를 돋웠다가 일제의 앞잡이로 몰리는 일이 없도록 하자.

둘째, 정의연이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물어선 안 된다. 이는 여성폭력의 실상을 고발하고 평화운동을 전개해 온 시민단체의 숭고한 저의를 의심하는 `가혹한` 처사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윤 이사장이 기부금을 개인계좌로 받았든 아니든, 기부금의 몇 퍼센트를 피해자에게 썼든, 나머지 금액은 어떻게 썼든, 묻지도 말고 궁금해 하지도 말자. 대신 회계의 투명성은 언제나 악질적인 대기업이나 일제와 야합하는 경제단체에 대해서만 요구하자. 진보와 민족을 표방하는 단체에 자금의 사용처를 묻는 순간 친일파라는 낙인만이 따라붙게 될 것이다.

셋째, 과거사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정의연의 공식 입장을 따라야 한다. 박유하 교수는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정대협(정의연의 전신)의 위안부 문제 인식을 비판하고 이들의 민족 중심적 역사관을 지적했으므로 그는 일본 측 어용학자임에 분명하다. 그 뿌리부터가 의심스러운 보수언론도 마찬가지다. 한일 양국의 화합이니 상호 이해니 하는 어설픈 타협을 종용한다면 `친일 매국 언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일본과의 역사전쟁을 앞두고 학문적 자유와 같은 세상 편한 것을 논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소녀상을 지키는 일이다.

넷째, 때론 위안부 피해자의 주장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정의연과 수요집회를 두고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30년 동안 잘못된 투쟁의 오류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한 주장이 그렇다. 혹자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어째서 친일이란 말이냐`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한가롭게 가타부타를 따질 때가 아니다. 정의연을 위태롭게 하는 주장은, 그것이 위안부 피해자에게서 나왔을지라도 결국 일본의 아베 정부를 이롭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 극우 세력들이 대한민국을 비웃는다. 피해자 할머니들도 이쯤에서 자중하라`는 정의로운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안부 피해자의 기억은 정의연의 운동 방향에 부합하는 것만을 선택해야 한다. 이 같은 기준에 의한다면 이용수 할머니가 `과거 자신이 위안부로 끌려가 피해를 입었다`는 기억은 옳다. 반면 이 할머니가 `정의연이 기부금을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기억은 틀리다. 한편 `수요집회는 학생들에게 증오와 상처만을 가르친다`는 기억은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아직 정의연 측에서 입장을 확실히 밝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증오와 상처를 가르친다면 아무렴 어떤가. 그래서 일본 정부가 불편하다면 그만이다.

논의를 종합하면 친일파는 `여당과 정의연, 윤 당선인의 반대쪽에 서 있는 자들`로 정의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전부 외우고 있기 힘들다면 `정의연은 언제나 옳다`는 한 마디만 기억하자. 적어도 `토착왜구`나 `쪽발이`로 몰리는 난처함만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영광을 누리긴 어렵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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