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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위안부 시민운동,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repoter : 고상우 기자 ( gotengja@naver.com ) 등록일 : 2020-05-29 18:12:35 · 공유일 : 2020-05-29 20:02:37


[아유경제=고상우 기자]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부실 회계 의혹과 관련해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70%가 넘는 국민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정의연 전 이사장)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데에 찬성하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윤 당선인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되지 않아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불과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이 같은 상황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역사문제를 두고 한일이 외교적으로 팽팽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인권운동 단체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됐다. `피해자 할머니를 욕보이고 일본 우익세력을 돕는다`는 혐의를 진 채로 한국 사회에서 공적 생활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의연에 대한 비판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궁화할머니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위안부 피해자 33명은 2004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ㆍ정의기억연대 전신)는 형편이 어려운 7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매도했다"며 성명을 낸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는 세상에 닿지 못했고, 문제를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심미자 할머니는 급기야 피해자 명단에서도 제외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이 민간 차원으로 준 돈을 받는 것은 그들의 `미진한 사과`를 수용한다는 뜻이며, 이는 정대협이 추구하는 `정부 차원의 법적 책임 및 배상`이라는 방향과는 맞지 않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를 대변하는 사실상 유일한 단체로 30년 세월을 이어오면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성역으로 군림해 왔다. 여기에 십 수 년간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 발언 같은 외교적 대립 국면이 맞물리면서, 위안부 피해 운동은 `반일 운동`의 최선봉이라는 사회 전반의 암묵적 합의가 존재했다.

이 같은 금기가 깨지고 사회 공론장에서 비판이 가해질 수 있었던 것은 비판의 주체가 `위안부 피해 당사자`이자 30년 동안 시민운동을 이끌기도 한 이용수 할머니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평생을 피해에 괴로워하며 인권운동에 온 힘을 바쳐온 운동가가 집단 내부에서 제기한 문제는 그저 진영 논리로 치부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비판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대다수 시민들이 느꼈을 감정은 `당혹감`이었을 것이다. 피해자 운동이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윤리적 기준이 무색하리만치, 안으로는 기부금 유용이나 불명확한 부동산 거래 의혹이 드러나는 순간, 그 운동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감이 들게 된다.

즉, 윤 당선인의 사퇴를 요구하고 정의연의 부정을 밝히라는 대다수의 목소리는 결코 통쾌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목소리는 피해자와 시민운동을 심정적으로 지지하더라도, 그 과정에 있어서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은 지킬 것을 요구하는 침통함에 가깝다.

문제를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는 수요집회 불참과 정의연 해체를 주장하면서도, 시민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니다.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 전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정의연의 운영 방식에 문제점이 산재한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 운동의 대의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운동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시민운동에 자기 혁신이 필요한 때다. 여기에는 `일본 우익을 이롭게 한다`는 막연한 위기의식도, `국내 보수세력이 재집권을 노린다`는 정치논리도 들어서선 안 된다. 고칠 건 고치고 상대에게 요구할 건 요구하며 우리에게 잘못된 것은 없었나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극일(克日)은 여기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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