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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체육계 폭력,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repoter : 고상우 기자 ( gotengja@naver.com ) 등록일 : 2020-07-03 17:47:08 · 공유일 : 2020-07-03 20:02:21


[아유경제=고상우 기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 관계자들의 폭력에 시달리다 지난 6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선배들의 상습적인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는 주장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 선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미 지난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등을 고소했고, 4월에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폭력 행위를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게다가 경북체육회와 경주시는 최 선수의 부친에게 가해자와 합의를 종용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기에 바빴다.

최 선수는 숨진 당일에도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로부터 `달리 방법이 없다`는 요지의 전화를 받고 괴로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방법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수가 없다는 좌절감이 최 선수를 극심한 절망으로 몰았을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 사회는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 하는 사회이다. 극단적인 선택 이후에야 겨우 목소리가 들리는 사회다.

23세의 젊은 선수가 세상을 떠나야 하는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이 사건에 분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먼저 지도자가 선수의 장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체육계의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선수들이 폭력을 당하고도 자신의 앞날을 위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 동료가 가혹행위를 당하고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선 안 된다.

또한 가혹행위가 자행되는 상황을 근절할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폭력을 고발할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됐다면 최 선수의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선수들이 성적을 내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로 받아들여지는 엘리트 체육에 전면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체육계 기관과 관계자, 지도자, 선수 본인과 그의 가족 등, 체육계에 속한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을 위해 스포츠가 있는 것이지, 스포츠를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에서는 지도자에게 체벌을 겪는 어린 수영 선수가 종국에는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는 과정이 나온다. 폭력을 당하는 이유를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주인공을 통해, 스스로 폭력을 내면화하고 자신을 재차 궁지로 모는 모습이 그려진다. 죄는 맞는 사람이 아니라 때리는 사람에게 있다. 폭력이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체육계를 단연코 근절해야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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