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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한중일 ‘문화 빼앗기’의 속내
repoter : 고상우 기자 ( gotengja@naver.com ) 등록일 : 2020-11-13 17:37:08 · 공유일 : 2020-11-13 20:02:19


[아유경제=고상우 기자] 1990년대에 `일본이 우리의 김치를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빼앗았다`는 설이 등장했던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리면서 소위 일본의 `문화 제국주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실무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인들은 김치가 한반도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과거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 조선인들은 한 세기에 이르는 긴 시기동안 일본 문화와 융화를 거듭했다. 이렇게 함께 건너간 한국의 김치는 일본 식문화의 일부가 됐고, 김치나베와 같은 퓨전음식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이 김치에 친숙한 이유는 이와 같은 문화적 접촉 때문이지, 그들이 김치를 빼앗으려는 악한 마음을 먹어서가 아니다.

한 세대가 지난 현재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 이와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다. 중국인들은 `한푸(漢服)`라는 명나라 전통 의상이 `한복(韓服)`의 원조라며, 한국인들이 중국의 전통문화를 훔친다고 주장한다. 두 말은 한자어도 다르고 역사적 기원도 차이가 있다. 문화적 교류에 의한 유사성은 나타나지만, 어느 쪽이 다른 쪽의 원조인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무엇보다 보통의 한국인들은 중국의 전통문화를 한국의 것으로 편입시키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많은 중국인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거나, 알려 하지 않는다. 그저 `한국인들이 중국 문화를 가져가서 상업화하는 나쁜 의도를 지녔다`고 막연하게 상상할 뿐이다.

왜 이와 같은 오해가 벌어질까. 마냥 답답해하기에 앞서, 처음에 언급한 `기무치` 소동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이 펼쳐지던 때다. 일본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몰랐고, 알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일본과의 대중문화 교류도 차단됐던 시기였기에 관련 정보나 지식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한국이 세계 문화의 변방에 위치했다는 콤플렉스를 지니던 상황이었다. 미국과 같은 외부의 우세한 대중문화로부터 자국 문화를 지키려는 방어 심리가 앞서곤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역사적으로도 악감정이 남아있던 일본을 향해 `탈취 혐의`를 씌우는 것은 콤플렉스를 해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된다.

오늘날의 중국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한국인에게는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선망도, 이를 빼앗고자 하는 욕망도 없다. 반면 중국인에게는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 대중문화가 자국 문화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불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소위 `도둑맞은 문화 되찾기` 운동은 이같은 방어 심리의 발현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한국은 한때는 막연히 `문화를 빼앗겼다`는 의심을 보내기도 했고 `문화를 빼앗았다`는 혐의를 쓰기도 했다. 양쪽을 모두 경험해보며 한국인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학습을 갓 마친 셈이다. 문화를 대하는 성숙한 태도란 무엇인지 답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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